일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정권이 오키나와현에서 12년 만에 보수 성향 지사가 당선된 것을 계기로 대중국 방위력 강화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자위대가 평시에도 이용할 수 있는 공항·항만을 늘리고 병력과 장비를 확충하는 구상이다.
20일 지지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 지사 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남서지역의 방위력을 강화하는 ‘남서 시프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13일 치러진 오키나와 현지사 선거에서는 고자 겐타(古謝玄太) 전 나하시 부시장이 59%를 득표해 3선에 도전한 현직 다마키 데니(玉城デニー) 지사를 큰 표차로 꺾었다. 자민당 정부의 방위정책에 상대적으로 협조적인 보수 성향 지사가 탄생하면서 그동안 현의 협조를 얻기 어려웠던 사업도 추진력을 받게 됐다.
개각에서 유임된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방위상은 17일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을 만나 “남서제도의 방위체제 강화는 일본과 오키나와현 주민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진전이 예상되는 것은 ‘특정이용 공항·항만’ 지정이다. 자위대와 해상보안청이 평소에도 훈련 등을 위해 이용할 수 있도록 지정하는 공항·항만으로, 현재 전국 57곳이 지정돼 있다. 오키나와에서는 국가나 시가 관리하는 시설 3곳이 지정됐지만, 오키나와현이 직접 관리하는 이시가키 공항 등은 다마키 전 지사가 지정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반면, 고자 당선자는 16일 “지정을 추진해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일단 오키나와 주변 도서 지역을 중심으로 지정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본의 남서지역 자위대 배치 강화. 지지통신 자료를 인용해 재구성.
이와 함께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 일대에 배치하는 자위대 병력과 장비 증강도 진행 중이다. 방위성과 자위대는 중국의 해양 진출에 맞서 규슈 최남단부터 오키나와현 요나구니섬 주변까지 방위체제를 강화해왔다. 2016년 이후 요나구니섬과 미야코섬, 이시가키섬 등에 잇따라 부대를 편성했다.
이르면 내년 3월에는 나하시에 거점을 둔 육상자위대 제15여단을 사단으로 확대한다. 병력도 약 2300명에서 3900명으로 1600명 늘릴 계획이다. 요나구니섬에는 침공하는 상대 항공기의 레이더와 통신을 방해하는 대공전자전 부대를 배치하고, 2030년까지는 중거리 지대공 유도탄 부대도 둘 예정이다.
반격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장거리 미사일인 ‘25식 지대함 유도탄’을 오키나와현에 배치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방위성 간부는 지지통신에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도 “다마키 전 지사 때는 진전될 수 없었던 사업”이라고 말했다. 지사 교체로 장거리 미사일 배치 논의에도 여지가 생겼다는 의미다.
그러나 보수 지사 당선만으로 중앙정부가 방위력 강화 계획을 제약 없이 추진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니다.
일본 국토 면적의 약 0.6%인 오키나와에는 주일미군 전용시설 면적의 약 70%가 집중돼 있어 기지 주변 주민들은 관련 범죄와 환경오염에 오랫동안 노출되어 왔다. 이 때문에 후텐마 기지의 폐쇄와 헤노코 이전에 반대하는 ‘올 오키나와’ 측이 2014년부터 세 차례 연속 지사 선거에서 승리할만큼 지역 여론도 군사 시설 문제에 대해선 민감하다. 지역 언론인 류큐신문 등도 “이번 선거에서 보수 후보가 당선됐지만 헤노코 기지 건설에 대한 반발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전했다.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 AP=연합뉴스
이런 상황 속에서 공항·항만을 자위대가 평시부터 함께 사용하면 유사시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오키나와 현의회 의원은 지지통신에 “군과 민간의 공동 이용에 반대한다. 공격 목표가 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방위성의 한 간부는 “주민 여론을 가장 가까이서 접하는 기초자치단체와 충분히 소통하고 협의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지지통신에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