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쯤 대리운전으로 도착한 여성. 명품 가방을 메고 조수석에서 내렸다가 도로 차에 넣는 모습을 목격했다. 회식 때문에 늦어진다던 그의 아내였다.
11월 13일, 서울 동작구에서 자동차 정비공으로 일하는 한모(38)씨가 흥신소를 찾았다. 결혼생활 10년 차에 돌연히 냉담해진 배우자의 태도에 불만을 품고 이혼소송 상담을 받은 뒤였다. 변호사는 “잘 아는 흥신소가 있으니 한번 들러보라”고 했다.
의뢰인은 어릴 때 보육원에서 성장해 16살 때 퇴소했다. 국가에서 받은 자립정착금은 500만원이 다였다. 학업은 포기하고 먼저 자립한 형의 자취방에 들어가 자동차 정비를 배웠다. 그렇게 처음에는 동네 카센터에서 시작해 외제차 업체로 점프했지만 퇴근 후엔 혼자 자취방에서 소주를 들이켜는 게 일상이었다. 그러다 위궤양에 걸려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을 때 만난 간호조무사와 눈이 맞아 결혼했다.
" 연년생인 딸을 두 명 낳았는데 배우자는 보육에 신경 써야 한다면서 병원 일을 관뒀다. 그렇게 9년 동안은 괜찮았다. 그런데 내가 직장에서 잘리면서 집안 분위기가 냉골로 변했다. 생계를 이으려 동네 카센터로 돌아갔지만 월급은 300만원이 채 안 됐다. 4인 가구를 꾸리기엔 역부족이었다. "
의뢰인의 배우자는 경기 하남시에 있는 요양원에 출근하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딸들을 초등학교에 보내야 했기에 의뢰인은 자신이 몰던 카니발을 배우자에게 넘기고 구형 쏘나타를 중고로 구했다.
그때부터 배우자는 피곤하다는 이유로 부부관계를 거절하기 시작했고 대화도 단답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졌다. 침묵이 길어지면서 서로 간에 쌓인 불만은 난데없는 싸움으로 비화하곤 했는데, 서로를 향한 폭언과 비명 때문에 옆집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집에 들이닥친 일도 있었다. 이제는 갈등의 골이 깊어져 눈만 마주쳐도 싸움이 붙는 터라 일주일에 사나흘은 배우자가 딸들을 데리고 친정에 가는 사태에 이르렀다.
“불륜 정황이 있느냐”는 흥신소장 김모(42)씨의 물음에 의뢰인은 명품 가방을 언급했다.
「
헬스장 간 아내, 차엔 샤넬 백…열흘 미행 끝에 드러난 일
」
이번 조사는 일당 40만원에 주말을 제외한 10일간으로 진행됐다. 웬만한 변호사 선임 비용과 맞먹는 액수다.
김씨는 다음 날 아침, 서울 동작구로 향해 의뢰인의 배우자가 출근하기를 기다렸다. 일상적인 행동 패턴을 숙지하기 위함이다.
11월 15일 서울 동작구에서 경기 하남시를 오가는 의뢰인의 배우자를 조사하는 장면. 사진 취재원
이날 김씨가 파악한 배우자의 동선은 ‘출근 – 자녀의 초등학교 – 요양원 – 헬스장 – 귀가’였다. 헬스장의 경우 저녁 6시 퇴근한 배우자가 직장 근처 대로변의 한 빌딩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기에 의뢰인에게 문의한 결과 ‘요즘 스피닝 다이어트를 한다’는 답변을 듣고 추정한 것이다. 실제로 배우자는 저녁 8시쯤이면 빌딩 주차장에서 나와 그대로 귀가했기에 문제 될 소지는 없어 보였다.
한 주 동안 지켜본 결과 배우자는 평일 내내 이러한 동선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조사 기한을 이틀 앞둔 11월 22일 김씨는 의뢰인에게 배우자의 차 키를 복사해 두라고 했다. 그리고 이날 오후 복사 키를 받아든 김씨는 요양원에 있는 배우자의 차에서 이미 사용한 속옷이 담긴 비닐과 금장으로 된 샤넬 백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