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정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성윤석 유웨이 대표이사가 14일 서울 금천구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상 초유의 수시 원서접수 전산장애에 따른 당국과 대학의 구제 조치가 일단락됐지만, 수험생 사이에 퍼진 공정성에 관한 의구심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다양한 주장이 퍼지는 가운데, 대학·학과별 최종 경쟁률 등 관련 정보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은 교육부의 대응이 오히려 불신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수시 원서접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수험생 연대’(수험생연대)는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애초 마감시각인 11일 오후 6시 이후 접수된 모든 원서를 무효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수험생들은 소송도 검토 중이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수험생연대 학생 대표 유영준씨는 “내신 평가 체계가 5등급제로 바뀌면서 내년부턴 재수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가 마감 이후 추가 접수를 허용해 규칙을 지킨 수험생들이 상대적 불이익을 받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수험생들이 거리로 나온 것은 공정성을 둘러싼 불신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수험생 학부모 김재연(45)씨는 “대다수 수험생은 커뮤니티나 단체대화방 등 다양한 경로로 경쟁률을 확인하는데, 전산 기록만으로 불공정 사례가 거의 없었다는 교육부의 말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는 17일 구제 신청 1588건 중 414건을 구제 대상으로 인정했으며, 이 중 354건이 추가 접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또한 17개 대학의 경쟁률을 확인한 다음 해당 대학에 원서를 낸 수험생을 3명으로 파악한 후 해당 대학에 이들에 대한 원서 접수를 취소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수험생연대 등은 로그인 기록 등만으로 경쟁률을 보고 대학에 지원한 건지 파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가족·친구가 경쟁률을 본 뒤 수험생에게 알려주면 수험생 본인의 계정으로 경쟁률을 확인하지 않고도 원서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구의 한 수험생이 지난 14일 수시모집 원서접수 대행사 '유웨이어플라이' 홈페이지에 접속해 2027학년도 수시모집 서버 오류 구제신청을 하고 있다. 뉴스1
최근 한 수험생 커뮤니티에 퍼진 “수시 접수번호를 통해 실시간 경쟁률을 유추할 수 있다”는 주장도 비슷한 맥락이다. 수험번호가 선착순으로 부여되므로, 가족 등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가짜 접수’를 해보면 끝자리를 통해 현재까지의 지원 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는 취지다. 원서접수 대행업체 유웨이어플라이가 이번 전산장애의 원인 중 하나로 꼽은 ‘트래픽 30% 증가’ 역시 이러한 꼼수를 쓰려는 수험생들이 몰렸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수험생 중 일부는 아예 예측 불가능하도록 수험번호를 난수로 배정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나왔다.
하지만 접수대행업체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등 모두 이런 주장이 억측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대교협 관계자는 “수험번호는 대학마다 운영방식이 다르지만, 대체로 각 대학의 수십 개 학과 및 전형이 통합 운영되고 있어 주변 인원을 동원해도 특정 학과의 실시간 지원 상황을 알아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감 시간 연장을 둘러싼 왜곡된 소문도 공정성 논란을 증폭시켰다.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마감 시간이 1시간 연장된 이후 “특정 대학의 경쟁률이 100대 1에서 120대 1까지 급등했다”는 주장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구제 결과 그 정도로 경쟁률이 급등할 만큼 특정 학과나 전형으로의 쏠림 현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송근현 교육부 대학정책관은 “3명 이상이 구제된 모집단위는 9곳으로 이들의 평균 경쟁률은 71.25대 1”이라며 “구제 인원이 경쟁률을 일부 올리는 부분은 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는 높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로 교육부가 제시한 구제 대학 평균 경쟁률 변화를 보면 가장 많은 구제 접수(72명)가 이뤄진 경북대의 경우 평균 경쟁률이 13.252대 1에서 13.268대 1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그럼에도 수험생들의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구제 절차가 끝난 뒤에도 각 대학의 학과별·전형별 최종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은 교육부의 탓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수도권 대학 관계자는 “아직 교육부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 최종 경쟁률을 공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별로 최종 구제 결과를 집계하고 시스템상 공개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며 “각 구제 대상 대학은 구제 결과가 반영된 최종 경쟁률을 곧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