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테크볼 사상 첫 국제종합스포츠대회 메달리스트가 된 이준석이 20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금메달 확정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할 수도 없고, 미래도 불투명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아들의 꿈을 믿었다. 아들은 어머니의 희생을 금메달로 보답했다. 테크볼 국가대표 이준석(27)의 이야기다.
이준석은 20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 단식 결승에서 알리 잘릴 메즈헤르 알레라야위(이라크)를 세트 스코어 2-0(12-11, 12-5)로 이겼다. 테크볼(Teqball)은 2014년 헝가리에서 탄생한 종목으로 탁구와 족구를 더한 느낌이다. 곡선형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공을 주고받으며 세 번 안에 공을 넘겨야 한다. 세팍타크로와도 유사하다.
20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이라크 알리 자릴 메제르 알엘라야위에게 승리해 금메달을 획득한 이준석이 시상대에서 잠시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은 금메달을 따낸 뒤 “엄마, 나 금메달 땄어”라고 외쳤다. 21살 나이에 축구선수를 그만둔 그에게 늘 힘을 주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프로 축구 바로 아랫단계인 K4까지 갔던 그는 족구를 시작했다가 테크볼을 접했다. 당시에만 해도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이 되기 전이었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한 뒤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채택됐고, 그는 대기업 생산직을 그만두고 운동에 전념했다. 무작정 종주국인 헝가리로 건너가 훈련하기도 했다.
이준석의 도전은 어머니가 있기에 가능했다. 이준석은 금메달을 따낸 뒤 “어머니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하면 '해봐라. 하지만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난 널 믿는다'라고 하시며 용기를 주셨다. 어머니가 내 선택을 믿어주시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절대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첫 출전을 이룬 테크볼 1세대들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뉴스1
이날 경기장에서 그를 지켜본 윤순정 씨는 “준석이는 생각이 바르고 자기 철학이 분명한 아이다. 아들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지원해주고 싶었다.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다하라는 생각으로 밀어줬다”고 말했다. 윤순정 씨는 200만원이 넘는 돈을 들여 아들에게 테크볼 테이블을 사줬다.
이준석은 “조별리그, 준결승 때와는 (관중이 많아서)경기장 분위기가 달라 많이 긴장해 초반 실수를 많이 했다. 하지만 마음을 잡고 따라가면 충분히 역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1세트 초반이 오늘 경기의 승부처였다”고 말했다.
그는 “2세트에서는 득점할 때마다 포효하며 조금 과한 세리머니를 했는데, 기세에서 밀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그렇게 했다. 먼저 11점을 냈을 때 우승을 확신했다. 꿈에 그리던 장면을 만들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테크볼협회는 대한체육회 정가맹단체가 아니라 진천선수촌에 들어가지 못하고, 경기도 이천의 족구장을 대관해 훈련했다. 조직위원회에서 제공한 점심 식사가 부실해 외부에서 조달하고, 마사지조차 하기 힘든 좁은 비즈니스 호텔에서도 꿈 하나만 바라보며 달렸다. 이준석은 “테크볼 선수들은 매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운동하고 있고, 실업팀이 없다. 많은 선수가 생계를 내려놓고 무모한 도전에 나서는 상황이다. 앞으로 실업팀이 생기고,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