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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문제 이해 못해 논술학원으로…강남 덮친 ‘지능 퇴보’ 공포 [AI발 인류지능 퇴보]

중앙일보

2026.09.20 13:00 2026.09.2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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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학원가 한 건물에 국어논술 학원들이 들어선 모습. 이규림 기자

대치동 학원가 한 건물에 국어논술 학원들이 들어선 모습. 이규림 기자

인공지능(AI)으로 인한 ‘지능 퇴보’의 공포가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사고력이나 문해력 사교육 열풍 역시 관련 현상 중 하나다. 일각에선 AI 의존도가 커질수록 단순히 시험 점수나 과제 완성도가 아닌 인간 능력 발달 과정 자체가 AI 영향을 받게 되는 만큼, ‘지능 퇴보’ 문제를 사교육 시장이 떠맡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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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 퇴보’ 막으려 논술학원 ‘4세 반’도 북적

사교육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AI에 기대는 아이들의 지능 퇴보를 걱정하며 개별 과목의 점수 향상보다 사고력 향상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학부모들이 최근 늘었다. 수학문제를 잘 풀려면 문제의 맥락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식의 교육열이다. 실제 서울 시내 주요 학원가에선 사고력과 문해력 향상을 내세우는 논술 학원 등이 큰 인기다.

‘리틀러시 문해력 대치’ 학원 박서혜 원장은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교 3학년만 되면 AI를 써서 문제를 풀고 영어나 국어 지문도 AI로 요약해서 읽는다”며 “강사 6년차인데, 아이들의 집중력과 긴 글을 독해하는 능력이 예전보다 부족하다고 느낀다”고 했다.

논술 등 ‘지능 퇴보’ 방지를 위한 사교육을 시작하는 나이대는 갈수록 어려지고 있다. 강남구에 거주하는 이모(65)씨는 아이가 AI에 통제받지 않고 AI를 잘 활용할 수 있게 하려고 4세 손녀를 대치동 논술 학원에 보냈다. 이씨는 “사고가 유연한 유아 시기에 글쓰기 교육을 받아야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 1년 전부터 학원에 보내고 있다”며 “학원이 인기가 많아 입학 전 6개월 정도 대기했다”고 전했다.

업계도 이에 발맞추고 있다. 반포에서 20년 넘게 운영 중인 한 국어논술 학원은 지난해 9월 잠원에 초등 전문 분원을 개설했다. 강남구 마중물논술학원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수강생이 20% 정도 늘었는데, 유아 반에서 증가세가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 교과 사교육 참여율은 전년 대비 모든 학교급ㆍ학년에서 줄었지만, 논술 사교육 참여율은 0.6%포인트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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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AI 시대, 소득 격차가 지능 격차 된다”

전문가들은 AI 과의존이 인간 지능의 퇴보를 초래할 위험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응을 사교육 시장에 맡겨둘 경우, ‘교육 경험의 빈익빈 부익부’가 이전 시대보다 훨씬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해 8월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서 “디지털 교육은 기존의 오프라인 기반 교육격차와 맞물려 가정의 경제·사회·문화 자본 등 전통적인 격차 구조를 반영하거나 심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교육적 대응이 부족할 경우 기존의 교육 불평등 구조를 강화하는 매개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녀에게 다양한 교육 경험 기회를 줄 수 있는 가정과 그렇지 않은 가정 사이의 지능 격차가 더 커질 거란 경고다.

실제 학부모들도 불안을 느끼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독서 학원에 보내는 오모(39)씨는 “사고력이나 문해력을 키우기 위해선 아이별로 부족한 능력이 무엇인지에 따라 맞춤형 교육이 필요할 텐데, 다 같이 듣는 학교 수업만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지금 (자녀의) 사고력을 키워주지 않으면 평생 부모를 원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교육 체계를 빠른 시간 내에 AI 시대에 적합한 방식으로 바꿔놓지 않으면 이 같은 문제가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공교육 전환이 빨리 이뤄지지 못하고 과거 암기, 지식 전달 식 강의에 머무르면 학교 밖에서 문해력·사고력 등 지능 함양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 간 교육 격차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앞으로는 학생들이 단순하게 AI로 도출된 결과를 옮겨 적는 게 아니라, 그 원리를 내면화할 수 있도록 스스로 생각하고 직접 경험하는 교육이 학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규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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