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현철수의 속병 클리닉] 미국에 사는 한국인, 왜 위암 위험을 따로 살펴야 하나

New York

2026.09.20 13:28 2026.09.20 13:32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미국에 사는 한국인, 왜 위암 위험을 따로 살펴야 하나
 
 
위암 예방 시리즈 ① 출생 국가·이민 배경·헬리코박터균
 
미국에서 위암은 대장암이나 유방암처럼 흔하게 접하는 암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인에게 위암은 조금 다른 의미를 갖는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는 위암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높으며,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도 위암의 예방과 조기 발견은 여전히 중요한 건강 문제다.
 
중요한 것은 미국 전체의 평균적인 위암 발생률이 낮다고 해서 미국에 사는 모든 사람의 위험이 낮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위암 위험은 어느 나라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는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 pylori)에 감염된 적이 있는지, 가족 중 위암 환자가 있는지, 과거 위내시경에서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이 발견되었는지 등에 따라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미국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위암 위험이 낮아졌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개인의 위험요인을 살펴보고, 그에 맞는 예방과 검진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출생 국가와 이민 배경도 중요한 건강 정보
 
최근 위암 예방에서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검사를 권하기보다는 개인의 위험도를 고려하는 ‘위험도 기반(risk-based) 접근법’이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다.
 
한국, 일본, 중국, 베트남 등 위암 발생률이 높은 국가에서 태어난 이민자들은 미국으로 이주한 이후에도 일반 미국 인구보다 높은 위암 위험을 가질 수 있다. 같은 아시아계 미국인이라 하더라도 출생 국가와 이민 배경에 따라 위험이 상당히 다를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 시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50세 이상 한인 남성의 비분문부 위암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70명으로 조사 대상 인종·민족 집단 가운데 가장 높았다. 또한 같은 연령대의 비히스패닉 백인과 비교했을 때 비분문부 위암 발생률은 한인 남성에서 약 12배, 여성에서는 약 14.5배 높았다.
 
이러한 큰 차이는 미국 전체 인구의 평균적인 위암 위험만으로 개인의 위험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위암 위험을 평가할 때 단순히 인종이나 민족만 보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는지, 언제 미국으로 이주했는지와 같은 이민 관련 정보도 중요한 건강 정보가 될 수 있다.
 
 
 
헬리코박터균이 지금 없으면 안심해도 될까?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위암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 가운데 하나다. 감염이 확인되면 치료해야 하며, 치료가 끝난 뒤에는 실제로 균이 없어졌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검사에서 헬리코박터균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과거에도 감염된 적이 없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과거에 감염되었다가 이미 치료받은 사람도 있고, 오랜 감염으로 위 점막에 위축성 변화나 장상피화생과 같은 변화가 남아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현재의 헬리코박터 검사 결과뿐 아니라 다음 사항을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 과거 헬리코박터 감염 및 치료 여부
 
• 치료 후 제균 여부를 확인했는지
 
• 이전 위내시경 결과
 
• 과거 위 조직검사 결과
 
•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의 유무
 
특히 한국 등 위암 고위험 국가 출신이라면 과거 헬리코박터균을 치료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위암 위험이 없어졌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어떤 사람이 좀 더 적극적인 평가를 받아야 하나?
 
모든 사람이 매년 위내시경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가지고 있는지를 먼저 평가하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위암 위험에 대해 의료진과 상의해 볼 필요가 있다.
 
• 한국 등 위암 발생률이 높은 국가에서 태어난 경우
 
• 부모나 형제자매 등 가까운 가족에게 위암이 있는 경우
 
• 현재 또는 과거 헬리코박터 감염이 있었던 경우
 
•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을 진단받은 경우
 
• 과거 위내시경이나 조직검사 결과상 추적 관찰이 필요한 경우
 
이러한 위험요인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위암이 생긴다는 뜻은 아니다. 반대로 아무런 증상이 없다고 해서 위험이 없다는 뜻도 아니다. 위암 예방에서는 증상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위험요인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의 위암 예방은 미국 전체 인구의 평균적인 위험이 아니라 개인의 출생 국가, 가족력, 헬리코박터 감염력과 위 점막의 상태를 함께 살펴보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다음 편에서는 “증상이 없으니 위내시경이 필요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그리고 실제로 어떤 예방과 추적 관리가 필요한지를 살펴본다.
 
 
현철수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소화기내과 교수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