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의 맘다니'… 좌파당 승리 이끈 이민자 딸 에랄프
튀르키예 망명자 집안 출신…주택 사회화 공약 전면에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튀르키예 출신 이민자의 딸 엘리프 에랄프(45)가 20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주의회 선거에서 좌파당을 사상 첫 승리로 이끌었다. 에랄프는 이번 선거에서 조란 맘다니 미국 뉴욕 시장과 비슷한 급진적 주거복지 공약을 내세워 '베를린의 맘다니'로 불렸다.
좌파당은 베를린 주의회 선거 개표가 96% 진행된 이날 오후 10시30분 기준 25.7%를 득표해 중도보수 기독민주당(18.8%)을 제치고 제1당을 확정했다.
좌파당 베를린 시장 후보로 나선 에랄프는 1981년 독일 뮌헨에서 태어났다. 튀르키예에서 노동운동을 하던 부모는 에랄프가 태어나기 몇 달 전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자 독일로 망명했다. 함부르크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에랄프는 2017년 좌파당에 입당하며 정치에 뛰어들었다.
베를린 좌파당은 이번 선거에서 주택 임대료 대책을 전면에 내걸었다. 에랄프 후보는 2021년 10월 주민투표를 통과한 부동산기업 소유 주택의 사회화를 새 의회 임기 안에 완수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주의회 선거와 함께 치러진 주민투표에서 3천채 넘게 소유한 민간 기업의 주택을 공공으로 전환한다는 데 유권자의 57.6%가 찬성했다.
그러나 후속 입법은 6년째 지지부진한 상태다. 당시 베를린 당국은 공공전환 대상 주택이 전체의 약 12%인 24만3천채로, 보상비용만 288억∼360억유로(약 46조∼57조5천억원)가 든다고 추정했다.
좌파당은 또 공공주택 임대료를 일단 1년간 동결하고 이후에도 인상률을 연 최고 1%로 제한하겠다고 공약했다. 임대료 폭리를 단속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도 약속했다. 베를린투자은행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 새 베를린 주택 임대료 중윗값은 75.3% 상승해 집값 비싸기로 유명한 뮌헨과 함부르크보다 더 올랐다.
베를린은 전통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하지만 중도진보 사회민주당(SPD)보다 훨씬 왼쪽인 좌파당이 제1당에 오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옛 동독 사회주의통일당(SED)을 일부 계승한 좌파당은 주요 지지 기반이었던 동독 지역에서 최근 몇 년 사이 극우 독일대안당(AfD)이 득세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2024년에는 대중적 인기가 높은 자라 바겐크네히트가 추종자들을 데리고 나가 포퓰리즘 성향 자라바겐크네히트동맹(BSW)을 창당하면서 '사망선고'를 받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평화 군축과 사회적 평등 등 기존의 무거운 의제 대신 임대료 폭리 단속 같은 민생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대도시 청년층 지지세를 대거 확보했다. 지난해 2월 연방의회 선거에서 여성 원내대표 하이디 라이히네크(38)를 앞세운 좌파당은 베를린에서 19.9%를 득표해 CDU(18.3%)와 녹색당(16.8%), 사회민주당(SPD·15.1%)을 모두 꺾었다.
좌파당이 제1당을 확정해 연립정부 구성에도 성공할 경우 에랄프는 첫 좌파당 소속에 첫 이민자 집안 출신 베를린 시장이라는 기록을 쓰게 된다.
그러나 연정 협상이 순탄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에랄프는 주택 사회화를 연정의 핵심 조건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도보수 CDU는 물론 중도진보 SPD도 주택 사회화에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좌파당을 빼고 CDU와 SPD를 중심으로 새 정부가 꾸려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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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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