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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물건 또 샀네”…웃어넘기면 큰일 나는 ‘이 병’ 초기 증상 [Health&]

중앙일보

2026.09.20 13:31 2026.09.2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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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1일은 치매 극복의 날
뇌 영양제만 찾다 진단 시점 놓쳐
신경세포 손상 쌓인 뒤 회복 어려워


단편영화 ‘영식스티’에서 주인공 영식의 인지 기능 저하를 보여주는 장면들. 영식은 익숙한 길을 찾지 못한다.

단편영화 ‘영식스티’에서 주인공 영식의 인지 기능 저하를 보여주는 장면들. 영식은 익숙한 길을 찾지 못한다.



드론과 인공지능(AI)이 일상 깊숙이 자리 잡은 2056년 서울. 60대 영식은 남모를 고민을 안고 산다. 이미 산 물건을 다시 주문하고, 집에 차를 두고도 주차장을 헤맨다. 치매 극복의 날(9월 21일)을 맞아 지난 16일 공개된 단편영화 ‘영식스티’의 장면들이다. 대한치매학회 참여로 제작한 영화에서는 첨단 과학으로도 풀지 못한 치매를 30년 뒤의 일상에 담았다.

건강한 사람도 물건을 깜박하거나 시간·약속을 혼동한다. 피로와 스트레스가 쌓이면 실수도 잦아진다. 영화 속 영식에게서 눈여겨볼 대목은 반복성이다. 같은 물건을 또 사고, 익숙한 일에서 연달아 착오를 일으킨다.

영식은 음식의 간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영식은 음식의 간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치매는 기억력과 언어·판단력 등 여러 인지 기능이 점차 떨어져 독립적인 일상을 해치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본인만 기억력 저하를 느끼고 검사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잡히지 않는다. 이를 ‘주관적 인지저하’라고 한다. 객관적인 검사에서 같은 연령대보다 인지 기능이 떨어졌지만, 기본적인 일상을 유지하는 상태는 ‘경도인지장애’로 분류한다. 영화 초반 영식의 물건 분실과 시간 혼동이 주된 증상이다.

영식은 이미 가지고 있는 음반을 다시 구매한다.

영식은 이미 가지고 있는 음반을 다시 구매한다.


주관적 인지저하와 경도인지장애의 경과는 제각각이다. 오랫동안 같은 상태에 머물거나 정상 범위로 회복하는 사람도 있고 치매로 진행하는 사람도 있다.

영화 중반을 지나면 변화의 강도가 달라진다. 영식은 자녀의 이름을 떠올리지 못한다. 아내가 당뇨병 치료를 위해 늘 맞던 인슐린 주사도 생소하게 여긴다. 익숙한 사람과 물건에 관한 기억이 희미해지고 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모습은 초기 치매의 양상이다.

영식은 음식의 간도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 치매를 기억력과 주의력 저하로만 여기기 쉬운데 이처럼 후각 변화도 동반한다. 냄새를 담당하는 뇌 부위와 감각처리 신경을 연결하는 신경섬유가 손상되면 음식의 향과 맛이 예전과 달라져 간을 맞추기 어려워진다. 우울증과 수면장애, 갑상선 기능 이상, 비타민B12 결핍, 음주와 일부 복용 약물도 인지 기능을 떨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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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발견시 교정 가능한 요인 찾아 치료

한양대병원 신경과 김희진 교수는 “같은 상황이 반복되거나 장기간 이어지면 의료기관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며 “조기에 상태를 파악하면 교정 가능한 요인을 찾아내고 생활 관리와 의학적 치료를 제때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병원에서는 환자와 가족에게 변화가 시작된 시점과 생활 양상을 묻고 인지기능검사와 신경학적 진찰을 진행한다. 혈액검사로 갑상선 기능과 비타민 결핍 등을 확인하고, 필요에 따라 뇌 MRI·CT와 아밀로이드 PET 검사를 활용한다. 인지 기능 저하의 원인과 현재 단계를 파악해 생활 관리와 치료 방향을 정한다.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변화 중 하나는 아밀로이드 베타가 비정상적으로 뭉쳐 뇌에 쌓이는 것이다. 원래 뇌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이지만 작은 덩어리가 점차 커져 플라크를 이루고, 타우 단백질 이상까지 겹치면 신경세포가 손상돼 뇌가 위축된다.

신경세포 손상이 쌓인 뒤에는 회복이 어렵다. 치매 전 단계부터 위험 요인을 관리하고, 진단 결과에 맞춰 치료에 들어가는 조기 개입이 강조되는 배경이다.

의학저널 랜싯이 2024년 발표한 치매위원회 보고서는 ^청력 저하 ^높은 LDL 콜레스테롤 ^고혈압 ^당뇨병 ^흡연 ^과음 ^운동 부족 ^사회적 고립 등 14개 위험 요인을 제시했다. 이를 관리하면 치매 사례의 약 45%를 예방하거나 발병 시기를 늦출 잠재력이 있다고 봤다.

핀란드의 FINGER 연구에는 치매 위험이 높은 60~77세 성인 1260명이 참여했다. 식사 개선과 운동, 인지 훈련, 혈관 위험 인자 관리를 2년 동안 함께 적용한 집단은 일반적인 건강 조언만 받은 집단보다 전반적인 인지 기능 변화가 양호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영식은 아내와 함께 병원 방문을 결심한다. 현실에서는 기억력 저하를 느낀 뒤 진료보다 이른바 ‘뇌 영양제’를 찾는 사람이 많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포스파티딜세린 건강기능식품 판매액은 2021년 60억원에서 2025년 508억원으로 4년 만에 8배 이상 증가했다.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은 쓰임이 다르다. 포스파티딜세린은 ‘노화로 인해 저하된 인지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으로 기능성을 인정받은 원료다. 치매나 경도인지장애의 치료를 목적으로 허가된 의약품과는 구분된다.

은행잎추출물도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의 용량과 쓰임이 다르다. 건강기능식품의 하루 섭취량은 최대 150㎎이지만 의약품은 240㎎까지 처방된다. 주요 임상 연구에서는 표준화 은행잎추출물을 200~240㎎ 사용했다. 아시아 전문가 그룹(ASCEND)도 표준화 은행잎추출물 200㎎ 이상을 경도인지장애 관리의 치료 선택지로 제시했다.

은행잎 건기식·의약품, 용량·쓰임 달라

최근 순천향대 천안병원 신경과 양영순 교수팀이 아밀로이드 양성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적용된 용량은 240㎎이다.

품질관리 기준에도 차이가 있다. 은행잎추출물 의약품은 ‘대한민국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에 따라 플라보노이드와 테르펜락톤 등의 함량을 관리한다. 건강기능식품도 식품 기준에 따라 기능 성분과 유해 성분을 관리하지만, 의약품과 같은 규격이나 허가 절차를 적용받지는 않는다. 양 교수는 “건강기능식품은 음식으로 충분히 섭취하기 어려운 영양 성분을 보충하는 성격의 제품”이라며 “자가 진단과 영양제 섭취에 의존하다 적절한 진단과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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