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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아직 할 일이 있다는 것

Los Angeles

2026.09.20 18:00 2026.09.20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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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영 / 수필가·소설가·디카시인

박하영 / 수필가·소설가·디카시인

행복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아직 할 일이 있다는 것.”
 
예전에는 행복을 조금 더 구체적인 것에서 찾았다. 안정된 직장과 수입,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삶이었다. 열심히 살다 보면 언젠가 모든 것이 안정되고, 그때 비로소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인생은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았다. 오랫동안 해오던 일을 내려놓아야 했고, 익숙했던 자리에서 물러나 새로운 길을 찾아야 했다. 처음에는 막막했다. ‘이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마음속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이제 다른 것을 해보지 뭐.’ 그렇게 다시 무언가를 시작했다.
 
공부하고, 운동했다. 오래 해온 배드민턴에 더해 피클볼을 배우기 시작했고, 이제는 내가 배운 것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치는 일도 꿈꾸고 있다. 십오 년이 넘도록 글을 써왔다. 돌아보면 글쓰기는 내 삶의 한쪽에 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기쁜 날에도, 마음이 흔들리는 날에도 나는 글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았다.요즘은 사진 한장을 바라보다 떠오른 생각을 몇 줄의 시로 옮기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우고 다시 쓴다. 한 문장을 놓고도 어떤 단어가 더 마음에 와 닿는지 오래 고민한다.누군가에게는 사소한 일이겠지만, 나는 그런 순간에 행복을 느낀다. 내 안에 있던 생각이 한 편의 글이 되어 나오는 순간, 내가 아직 살아 있고, 여전히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이해되지 않아 답답하다가 어느 순간 하나의 개념이 연결되며 ‘아, 그렇구나’ 하고 깨닫는다. 그 짧은 순간의 기쁨이 좋다. 나이가 들면 모르는 것이 줄어들 줄 알았다. 그런데 살아갈수록 오히려 궁금한 것이 많아진다. 세상에는 아직 배우지 못한 것이 많고, 가보지 않은 길도 많다. 나는 그것이 싫지 않다. 오히려 아직 궁금한 것이 많다는 것이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진다.
 
행복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기도 하다. 함께 운동하며 웃고, 글을 나누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누군가에게 설명해 주는 시간 속에서도 기쁨을 발견한다. 내가 가진 것을 조금 나누었을 뿐인데 상대방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순간, 행복은 혼자 간직할 때보다 더 커진다.  
 
행복은 ‘많이 가지는 것’이 아니었다. 아직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아직 배울 수 있다는 것,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것, 그것들이 지금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다.  
 
그래서 나는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예전과는 조금 다르게 바라본다. 젊음이 지나갔다고 해서 삶의 가능성까지 지나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나는 예전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조금 더 잘 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보다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오늘 하루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글 한 줄을 쓰고, 좋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 뒤 잠자리에 들면서 ‘오늘도 잘 살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행복은 멀리 있는 커다란 사건이 아니라, 어쩌면 매일의 삶 속에서 내가 ‘다음’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직 하고 싶은 일이 있고, 아직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고, 아직 배우고 싶은 것이 있다. 무엇보다 아직 쓰지 않은 문장이 내 안에 남아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새로운 하루를 기다린다.

박하영 / 수필가·소설가·디카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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