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리트 성적표가 공개되자 수험생 커뮤니티는 한바탕 시끄러웠다. 로스쿨 입학시험인 리트는 공부해도 성적이 잘 오르지 않기로 악명이 높다. 그런데 시험 시행 19년 만에 처음으로 만점자가 나온 것이다.
주인공은 서울대 치의학과 26학번 이진우(33)씨. 그런데 이 사람 심상치 않다. 리트는 그냥 시험 삼아 본 거란다. 정확히 말하면 자신의 공부법이 다른 시험에도 통하는지 테스트하기 위해 응시한 것. 변호사나 검사가 될 생각은 당연히 없다.
고3 때 수능 국어 7등급을 받고 대입을 포기할 정도로 우등생과 거리가 멀었다. 축구와 PC방밖에 몰랐고 반에서 10등 안에 들어본 적도 없었다. 주의력결핍장애(ADHD)와 난독증이 의심될 정도로 긴 문장 하나를 읽지 못했다. 전역 이후 본 두 번의 수능도 비슷했다. 대입을 포기하고 사업을 하며 한동안 공부와 담을 쌓기도 했다.
그가 180도 달라진 비결은 무엇일까. 2026학년도 수능 전 과목 1등급, 전국 3등 성적으로 서울대 치대 합격, 그리고 리트 만점까지.
" ‘이 원리’를 깨닫고 모든 정보를 흡수할 수 있는 뇌로 갈아 끼워졌어요. 수능이든 리트든 어떤 시험이든 잘 볼 수밖에 없죠. "
리트 최초 만점자 이진우씨가 서울 마포구 중앙일보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이씨가 공부에 최적화된 뇌를 경험한 건 서른 살 무렵이었다. 잘나가던 사업이 어려워지고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그는 훌쩍 전국 일주를 떠났다. 20일간의 여행은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난독증 의심했는데…단 20일의 기적
Q : 2013년 고3 때 수능 국어 7등급을 받았는데, 당시엔 어떤 상태였나요?
A : 활자를 끝까지 못 읽었습니다. 글을 읽다가 문장이 조금만 길어지면, 서술어에 도달했을 때 앞에 있던 주어가 기억나지 않았어요. 새로운 정보가 나오면 앞의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았고요.
Q : 당시 수능은 포기했겠네요.
A : 네. 현역 수능은 언어영역 1교시 때 포기했어요. 군 전역 후에도 두 번의 수능을 망치고 나니 ‘나는 정말 죽을 때까지 머리 쓰는 일은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마음은 편하더군요. 애매하게 잘 봤다면 미련이 남아서 계속 매달렸을 텐데, 결과가 확실하게 나오니 ‘이제 됐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2018년 스타트업을 창업했어요. 운동하는 사람들을 모아주는 플랫폼 사업이었는데, 코로나19 때 급격히 어려워졌죠. 방황하다가 2022년 말 전국 일주를 떠났고, 그때 경험이 인생을 바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