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역사상 두 번째 라틴계 심판 조장인 라즈 디아즈(63)는 올 시즌을 끝으로 32년 심판 생활을 마감한다. 오는 27일(이하 한국시간) 은퇴를 앞둔 사이영상 3회 투수 저스틴 벌랜더(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마지막 선발 등판 날 마지막으로 주심을 본다. 그 다음날 28일이 디아즈의 심판으로서 마지막 경기다.
쿠바 이민자 2세로 마이너리그에서 외야수, 유격수로 뛰었던 디아즈는 지난 1995년 심판으로 변신했다. 1999년 메이저리그 정식 심판으로 승격된 그는 세 번의 월드시리즈와 두 번의 올스타 게임, 배리 본즈의 통산 756호 홈런 신기록, 마크 벌리의 퍼펙트 게임, 최초의 꿈의 구장 경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야구사의 굵직굵직한 순간을 심판으로서 지켜봤지만 다른 6명의 베테랑 심판들과 함께 퇴직 보상금을 수령하며 은퇴하기로 했다.
디아즈는 지난 21일 ‘USA투데이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젊은 심판들에게 이 일에는 엄청난 압박이 따른다고 말하곤 한다. 그러니 야구를 즐길 수 없다면 아예 시작도 하지 말라. 절대 하지 말라. 그럴 가치가 없다. 요즘은 지나치게 많은 감시와 부정적인 시선이 넘친다”고 작심 발언을 내놓았다.
디아즈가 심판을 본 30여 년의 세월 동안 야구는 크게 변했다. 그가 처음 마스크를 썼을 때만 해도 비디오 판독이나 ABS 시스템 같은 게 없었다. 뉴욕의 비디오 판독 센터와 공개 심판 채점표도 없었고, 비디오 판독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몸에 다는 마이크도 없었다. 디아즈는 지난 두 달간 마이크가 켜져있는 줄 모르고 실수로 욕설을 내뱉은 것이 두 번이나 경기장에 울려퍼지기도 했다.
기술 발달로 보는 눈들은 더 예리해졌고, 심판들의 권위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USA투데이 스포츠는 ‘메이저리그 심판은 야구계에서 가장 힘든 직업 중 하나이지만 보상도 가장 적은 직업이다’고 지적했다.
[사진] 메이저리그 심판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디아즈는 “정말 끔찍하다. 우리 심판들은 인정을 받지 못한다. 모두가 우리를 깎아내리기 바쁘다. 앙헬 에르난데스나 C.B. 버크너 같은 훌륭한 심판들도 엄청난 비난을 받는다. 모든 게 너무 부정적이다”며 고된 일이지만 좀처럼 존중을 받지 못하는 심판이라는 직업에 회의감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고, 그리운 사람들이 많겠지만 야구 자체는 전혀 그립지 않을 것이다. 야구가 너무 많이 변했다. 기술적인 요소가 훨씬 더 많아졌고, 그것들이 심판들을 옭아매는 느낌이다. 모든 게 흑백으로만 나뉜다. 경기를 유연하게 운영할 수 없다”며 답답해했다.
세이버메트릭스가 발전하면서 야구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는 시대적인 변화도 베테랑 심판에겐 달갑지 않다. 그는 “예전에는 전광판을 보면 선수의 타율, 홈런, 타점, 도루가 보였다. 지금은 타구 속도, 발사 각도, 출루율, OPS 등 온갖 복잡한 통계로 가득하다. 전부 백분율로 표시돼 있어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도 없다”고 아쉬워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고 했다. 디아즈도 결국 메이저리그 절을 떠나기로 했다. 은퇴 후 올랜도 자택으로 돌아가 푸에르토리코에서 낚시를 즐기고, 아내의 사촌이 운영하는 보트 투어 사업을 도울 계획이라는 디아즈는 “커리어 내내 축복을 받았다. 정말 멋진 여정이었지만 이제는 떠날 때가 됐다”며 미련없이 야구계를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