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중국 상하이 인실리코메디슨 자동화 연구개발 실험실에서 로봇 팔이 샘플을 수집해 분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인공지능(AI) 신약개발사의 몸값은 뛰었지만 진짜 ‘약’은 아직 없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2024년 ‘AI 기반 바이오 기업’의 기업가치 중간값은 7800만 달러로 전체 제약·바이오 기업(4000만 달러)의 약 두 배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부 AI 후보물질이 인체 임상에 들어갔지만 허가받은 의약품은 아직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임상 후보는 100개를 넘었지만 기대는 제한적이다.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 따르면 지난해 7월까지 AI로 발굴·설계한 치료 후보 117개가 63개 기업에서 임상에 진입했다. 같은 해 12월 기준 60개가 임상 1상을 완료했고, 2상 완료는 8개에 그쳤다.
씨티그룹 리서치가 지난 6월 미국 제약사 연구개발(R&D)·기술전략 임원 50명을 조사한 결과 72%가 AI를 상당 부분 또는 전면 도입했다고 답했지만, AI가 신약 성공 가능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본 응답은 24%에 머물렀다.
표준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연구원장. 사진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표준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연구원장은 “AI 기반 후보는 1상에서 비교적 좋은 성과를 보이지만, 2상에서는 기존 신약개발과 뚜렷한 차이가 확인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AI가 신약 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높였는지 평가하려면 결국 임상 2·3상 성공과 품목허가까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에선 3상에 오른 후보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AI 신약개발사 인실리코메디슨은 지난 10일 AI로 새 표적 ‘TNIK’를 찾고, 후보물질까지 설계한 폐섬유증 치료제 ‘렌토서팁’의 3상 첫 환자 투약을 시작했다. 미국 제너레이트바이오메디슨스의 AI 설계 중증 천식 항체 ‘GB-0895’도 3상에서 효능을 확인 중이다.
표 원장은 “글로벌 선두와의 차이는 AI 알고리즘보다 후보물질을 실제 임상 성과로 연결하는 역량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며 “실험 데이터를 AI에 반영해 정확도를 높이고, 연구 의사결정 체계를 고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