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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쫓아낸 트럼프 취재 중단”…‘美대통령 밀착’ 카메라 껐다

중앙일보

2026.09.21 13:36 2026.09.2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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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 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백악관 개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야심차게 준비해온 헬기 이착륙장 리본 커팅식이 열렸다. 미합중국 대통령의 문양이 선명하게 새겨진 착륙장이 언론에 공개됐고, 트럼프 본인이 대형 금색 가위를 들고 직접 리본 커팅에 나섰다. 하지만 이 장면은 미국 주요 방송 어디에서도 중계되지 않았다. 커팅식은 2분 만에 끝났고, 트럼프는 대통령 전용헬기 마린 원을 타고 유엔 총회가 열리는 뉴욕행 비행기가 기다리는 앤드루스 합동기지로 향했다.

트럼프는 유엔 총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주요국 정상과 만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역시 근접 취재 영상을 보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가 CNN, MS NOW, 폴리티코 등의 보도를 ‘가짜 뉴스’로 몰아붙이면서 백악관 출입을 금지한 데 대응해 백악관 TV 풀(pool·공동취재단)이 이날부터 풀 취재 참여를 거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출입금지당한 언론사들은 백악관의 조치가 헌법에 반한다며 연방 법원에 소송도 제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MS NOW와 CNN, 폴리티코 기자들의 백악관 출입을 금지한 가운데 2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밖에서 MS NOW의 본 힐리어드 기자가 현장 리포트를 하고 있다. 세 언론사는 백악관 경내 출입 자격을 되찾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MS NOW와 CNN, 폴리티코 기자들의 백악관 출입을 금지한 가운데 2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밖에서 MS NOW의 본 힐리어드 기자가 현장 리포트를 하고 있다. 세 언론사는 백악관 경내 출입 자격을 되찾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EPA=연합뉴스

이날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폭스뉴스 워싱턴 지국장이자 현 TV 풀 대표인 브라이언 보턴은 이날 풀 회원사들에 보낸 e메일에서 “오늘부로 TV 풀은 대통령 공식 풀 취재로 지정된 행사를 취재하지 않는다. 이는 CNN의 배정된 풀 취재 임무 수행을 막은 백악관의 조치에 따른 것이며, 대체 풀은 투입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TV 취재 영상 풀은 출입금지당한 CNN 외에 ABC, CBS, 폭스뉴스, NBC 등 5개사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이날 별도로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행정부에 대한 정확하고 독립적인 정보를 제공받는 것은 국민의 핵심적 권익”이라며 “어떤 정부도 보도의 내용에 불만이 있다는 이유로 언론사(출입)를 제한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의 뉴욕행에 동행하는 유일한 방송 매체는 보수 성향 온라인 방송사인 ‘리얼 아메리카스 보이스’ 뿐이다. 해당 방송사는 ‘찰리 커크 쇼’와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핵심인 스티브 배넌의 ‘워 룸’ 등을 방영하고 있다.

활자 매체 및 사진 기자단은 대통령에 대한 풀 취재를 중단하지 않았다. 활자 매체 풀 기자는 이날 “TV 풀 영상은 뉴욕 일정 내내 제공되지 않을 것”이라며 “백악관 공식 영상 계정에 담기지 않은 장면과 발언을 최대한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풀 제도는 언론사들이 대통령을 밀착 취재하는 데 드는 비용을 분담하기 위한 방식이다. TV 풀의 경우 배정된 방송사가 영상을 녹화하고 송출하면 다른 언론사들이 이를 활용한다. 백악관은 지난해 백악관 출입기자단(WHCA)으로부터 풀 선정 권한을 가져왔고, 이를 통해 행정부가 직접 행사 취재 기자를 보낼 매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5개 방송사는 이에 영향을 받지 않고 순번대로 정상 순환하며 트럼프 취재 영상을 송출해 왔으나, 백악관은 이날 CNN을 풀 순번에서 사실상 퇴출했다.

미 대통령에 대한 방송사의 상시 밀착 취재가 중단된 것은 수십 년 만에 처음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유엔 총회와 잇따른 정상회담, 23~25일 진행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미 등 때마침 굵직한 외교 이벤트가 연이어 예정된 시점에 대통령의 작은 농담 하나까지 놓치지 않는 영상 취재가 상당 부분 멈추게 된 것이다.

출입을 금지당한 언론사들은 해당 조치를 중단하고 출입 권한을 복원해달라고 요청하는 소송도 제기했다. 사건은 트럼프가 1기 때 임명한 티모시 J 켈리 판사에게 배당됐다. 켈리 판사는 지난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CNN 기자 짐 아코스타의 백악관 출입 자격을 박탈하려 했을 때도 법적 공방을 심리했으며, 그의 출입 자격을 임시 복원하라고 명령했다.

원고 측은 “출입 금지 조치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1조에 대한 정면 공격이자 적법 절차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소송의 피고로는 트럼프,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 숀 M 커런 비밀경호국 국장 등이 명시됐다. 컬럼비아 대학교의 ‘나이트 수정헌법 제1조 연구소’도 법정에서 이들 언론사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날 ‘백악관 출입은 권리가 아닌 특권’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수정헌법 1조는 그들이 보도할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지, 그들에게 백악관 출입증과 풀단에 들어갈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트럼프도 직접 SNS 트루스 소셜에 글을 올려 언론과 법원을 비난했다. 그는 “예상했던 대로 가짜 뉴스 CNN과 폴리티코(파산을 막으라고 미국 정부가 지원해 준 800만 달러를 당장 토해내라!), 그리고 MS NOW(예전 이름 MSDNC!)가 백악관과 여러분의 대통령인 ‘나’에게 접근 권한을 얻겠다며 소송을 제기했다!”고 적었다. 이어 “저들에게는 아주 훌륭한 판사가 걸렸다. 이제는 지구상에서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짐 아코스타의 손을 들어줬던 자다. 그 판사의 이름은 팀 켈리인데, 안타깝게도 “트럼프”가 임명했던 인물”이라면서다.

또 벌써부터 항소를 예고했다. “오직 부정적인 기사만 쓰고, 정체불명의 “소식통”을 내세워 허위·비방 기사로 국가 안보를 침해하는 가짜 뉴스 인간들과 매체들에게는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집무실에 대한 접근 권한이 주어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면서다. 해당 언론사들을 ‘삼류 광대’로 폄하하며 이들의 보도를 왜곡과 날조로 몰아붙이기도 했다.



유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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