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튼 산불 20개월, 다시 선 한인 보금자리
Los Angeles
2026.09.21 20:12
공동 재건으로 6개월 만에 완공
사전승인·자재 일괄 조달로 단축
잿더미서 신축으로 입주 예정
지난 21일 알타데나 라비냐 단지에서 열린 이튼 산불 피해 주택 재건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리본을 자르고 있다. 왼쪽부터 캐서린 바거 LA카운티 수퍼바이저, 리차드 강씨, 딸 그레이스양, 애드리언 폴리 브룩필드 레지덴셜 CEO. 김여진 인턴기자
잿더미로 변했던 땅에 20개월 만에 가족의 보금자리가 다시 섰다.
이튼 산불로 집을 잃은 한인 리차드·줄리 강씨 가족의 알타데나 자택이 최근 재건을 마쳤다. 새집은 침실 4개, 욕실 3.5개에 2744스퀘어피트 규모로 화재 전보다 약 10% 넓어졌다.
강씨는 “잿더미가 됐던 자리에 새로운 집이 다시 세워진 것을 보니 감사하고 축복받았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강씨 가족은 2021년 11월 272채 규모의 라비냐 게이트 커뮤니티로 이사했다. 그러나 3년여 만인 2025년 1월 7일 이튼 산불이 발생하면서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화재 당시 강씨는 출장 중이었고 집에는 아내와 딸만 있었다. 집까지 불이 번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날 밤 이웃의 연락을 받은 줄리씨는 서둘러 집을 나섰다.
아내의 전화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는 항공편을 예약한 강씨는 공항에서 주민이 인터넷에 올린 영상을 통해 자택이 불타는 모습을 확인했다.
가족은 이후 샌마리노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오랜 기간 보험과 재건 비용, 건축허가 문제와 씨름해야 했다.
재건의 실마리는 라비냐 주민들의 구글 채팅방에서 찾았다. 산불로 단지 내 주택 52채가 소실되자 주민들은 보험과 철거, 인허가, 시공업체 정보를 공유했다. 이 과정에서 라비냐를 개발한 브룩필드가 피해 가구의 공동 재건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강씨 가족을 포함한 6가구는 브룩필드가 마련한 설계안 가운데 각자의 부지와 필요에 맞는 주택을 골랐다. 브룩필드는 설계와 인허가, 시공을 맡고 6채의 자재 조달과 공사를 진행했다.
기존 주택의 구조를 이미 파악하고 있었던 점도 재건 속도를 높였다. 강씨는 “현행 건축법에 따라 일부 바뀌었지만 예전 집과 거의 같다”며 “허가와 HOA, 모기지·보험 절차도 원활해 부담을 크게 덜었다”고 말했다.
새집은 지난 3월 12일 착공해 8월 첫째 주 주요 공사를 마쳤고, 보완 작업을 거쳐 지난 21일 집 열쇠가 전달됐다. 가족은 10월 초에서 중순 사이 입주한다.
기존 주택 면적의 110% 이내로 재건하면 간소화된 허가 절차를 이용할 수 있어 증축 규모도 이 기준에 맞췄다.
애드리언 폴리 브룩필드 레지덴셜 최고경영자(CEO)는 “LA카운티의 신속한 허가 협조로 6채 모두 6개월 만에 예산 범위 안에서 완공했다”고 밝혔다. 사전 승인 설계안과 공동 자재 조달·시공을 활용하면서 초기 설계 검토 기간도 4~6개월에서 45~60일로 줄었다.
21일 새집에서는 캐서린 바거 LA카운티 수퍼바이저와 브룩필드 관계자, 이웃 가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리본 커팅식도 열렸다.
강씨는 “약속한 추수감사절 이전 집을 완성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며 “집이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보는 과정은 기쁘고 벅찼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가족은 운 좋게 짧은 기간 안에 집을 다시 지을 수 있었지만 많은 피해 주민이 그렇지 못하다”며 “모두가 하루빨리 보금자리와 일상을 되찾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캘파이어에 따르면 이튼 산불로 9419개 구조물이 전소되고 1076개가 파손됐다. 소실된 주거용 건물만 약 6000채다.
LA카운티에 따르면 지난 7월 7일 기준 재건을 마친 주택은 100채, 공사 중인 주택은 1796채였으며 화재 피해 지역에서 2981건의 건축허가가 발급됐다.
이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