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 3월 부산해사국제상사법원 개원을 앞두고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의 부산 진출설이 나오고 있다. 김용민 부산지방변호사회장은 22일 “소문으로 들은 수준”이라면서도 “김앤장 해양·해상 팀이 그동안 수천억원대 대형 해사 사건을 맡아온 만큼 해사법원 개원을 계기로 부산 상주 인력을 두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해사법원 개원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시에 따르면 법률서비스·선박, 화물 중개 등 관련 산업에서 최소 5000억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 정영석 한국해양대 해사법학부 교수는 “영국 등 해외에서 처리되는 분쟁 수요 일부를 국내로 가져오면 1조원대 시장으로 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앤장뿐 아니라 대형 로펌들의 부산 공략은 이미 시작됐다. 법무법인 지평은 지난 6월 기존 부산분사무소를 ‘부울경센터’로 확대했다. 조선·해운 분야 금융·노동 등 복합 자문 수요와 해사법원 개원 이후 늘어날 해상운송·해사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지난 7월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외국기업의 계약·법인 설립 등 법률서비스 지원에 나섰다. 법무법인 대륜도 같은 달 해사법원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해기사 자격증 보유자와 각국 변호사 자격을 갖춘 법조인 등 7명으로 TF를 구성해 외국 해운·조선사의 법률 자문과 소송에 대응한다.
YK는 서울 본사와 부산·인천 분사무소를 연계한 해사 분야 전문팀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법무법인 세종도 통상분쟁과 국제통상·국제중재 역량을 결집한 통상산업정책센터를 최근 출범시켰다. 해상법과 국제통상·중재를 결합한 전문 서비스 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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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경제 활성화 vs 중·소형 로펌 잠식
2024년 11월 부산시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해사법원 부산 설립을 위한 해사 모의재판’ 모습. 해사법원 설치 법안의 국회 통과 촉구와 부산이 해사법원의 최적지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열렸다. 사진 부산시
대형 로펌의 부산 진출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우선 대형 로펌이 부산에 상주하면서 변호사와 관련 인력이 유입되면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 회장은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이던 변호사들이 부산지방변호사회로 유입되고 부산에 상주하면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역 법률시장의 전문성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있다. 정 교수는 “해사 사건이 소송뿐 아니라 계약 자문과 분쟁 조정, 중재 등이 복합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전문인력과 시스템을 갖춘 대형 로펌이 부산에 자리 잡으면 지역 변호사들도 관련 사건을 경험하며 전문성을 키울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형 로펌으로 사건이 쏠리면서 지역 중·소형 로펌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 회장은 “부산에서 대형 사건 수임이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으면 기존 중·소형 로펌들이 맡아오던 작은 해사 사건까지 대형 로펌이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도 “대형 로펌이 사건이 있을 때만 부산을 오가는 ‘출장 법조’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지역 변호사 교육과 해사·중재 실무 역량 강화를 통해 대형 로펌과 지역 로펌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이 국제 해사 법률시장의 거점으로 자리 잡으려면 전문인력 확보도 관건이다. 선박충돌·해상보험·용선계약·선주배상책임보험 분쟁 등 세부 분야별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와 전문 스태프를 육성하고, 기업형 로펌이 부산에 정착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재율 해양수도부산발전협의회 공동대표는 “가칭 ‘해사법원지원센터’ 같은 조직을 만들어 해사법원뿐 아니라 국제상사 사건까지 아우르는 행정적 컨트롤타워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 해운항만과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정책적 지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