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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의 스타 아닌 ‘정치 생태계’ 조성 필요

Los Angeles

2026.09.21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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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커뮤니티에서 배운다]

정치력 배경엔 ‘생태계’ 있어
로비·후원·조직이 유기적으로
정치 참여위한 사다리 구축해야
커뮤니티의 영향력은 단순히 인구 규모나 경제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유권자와 자본, 인재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조직해 정치에 연결하느냐가 관건이다.  
 
유대계는 수십 년에 걸쳐 상설 정책 조직과 초당적 정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인도계는 테크·금융·전문직 분야에서 축적한 자원을 후보 발굴과 선거자금으로 전환했다. 일본계는 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수용 피해를 10년에 걸친 입법운동으로 연결했다. 라틴계와 흑인 커뮤니티는 투표권 소송부터 인재 양성, 후보 지원, 의회 코커스에 이르기까지 정치 참여의 사다리를 구축했다.  
 
이들 커뮤니티의 공통점은 선거철에만 한시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비영리단체는 유권자 교육과 차세대 리더 양성을, 정책단체는 입법 활동을, 정치행동위원회(PAC)는 후보 지원을 각각 전담했다. 선출직 정치인들은 의회 내에서 코커스를 구성해 공동 의제를 추진했다. 하나의 단체가 모든 역할을 떠맡는 대신, 각 기능을 분담하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정치 생태계’를 구축한 셈이다.  
 
1906년 창립된 미국유대인위원회(AJC)는 반유대주의 대응과 인권 문제를 다루며 정부 관계자와 외교관, 종교계 지도자 등과 장기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미·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는 1950년대부터 미·이스라엘 관계 강화를 목표로 연방의회와 행정부를 상대로 정책 활동을 펼쳐왔다. 전국 각 지역구의 지지자와 의원을 연결하고 법안과 예산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회원들의 워싱턴 방문과 지역구 의원 접촉을 지속적으로 조직했다.  
 
AIPAC은 오랫동안 자체 PAC 없이 정책 로비와 후원자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활동했으나 2021년 AIPAC PAC을 출범시켰다. 이듬해에는 독립적으로 선거자금을 지출할 수 있는 슈퍼팩 ‘유나이티드 데모크라시 프로젝트(UDP)’를 설립했다. UDP에 따르면 2022년 중간선거에서 3590만 달러 이상을 모금했다. 이 가운데 2610만 달러는 자체 커뮤니티 후보들을 지지하는데 사용됐다.  
 
유대계 정치력의 원천을 막대한 선거자금만으로 설명하긴 어렵다. 수십 년간 축적한 정책 전문성과 의원·보좌진과의 관계, 지역구 단위의 회원 조직, 민주·공화 양당을 모두 상대하는 초당적 접근이 정치자금과 결합하면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유대계가 단일한 정치적 목소리만 내는 것도 아니다. 2008년 출범한 J스트리트는 친이스라엘·친평화·친민주주의를 표방하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협상 및 해결에 적극 관여해왔다. 같은 해 설립된 J스트리트PAC은 이러한 정책에 동의하는 후보들을 지원한다. 유대계의 영향력은 모든 구성원이 하나의 노선에 동의한 결과라기보다, 서로 다른 조직이 각자의 정책 논리와 후보, 기부자 기반을 구축하며 경쟁한 결과에 가깝다.  
 
인도계 정치인과 커뮤니티 리더들의 ‘데시스 디사이드’ 서밋. [인디안 아메리칸 임팩트 제공]

인도계 정치인과 커뮤니티 리더들의 ‘데시스 디사이드’ 서밋. [인디안 아메리칸 임팩트 제공]

인도계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전문직과 테크 분야의 성공을 정치적 대표성으로 전환했다. 미·인도 정치행동위원회(USINPAC)는 2002년 민주·공화 양당 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설립됐다. 인도계의 목소리를 워싱턴 정가에 전달하고 외교·무역·이민·교육 등의 현안 정보를 의회와 백악관에 제공했다.  
 
2016년 설립된 ‘인디언 아메리칸 임팩트’는 후보 지원과 유권자 동원, 리더십 개발을 결합했다. 단체에 따르면 2000년까지 미국 공직에 당선된 인도계는 누적 5명에 불과했지만, 2024년에는 남아시아계 선출직이 300명을 넘어섰다. 단체는 설립 이후 남아시아계와 아시아계 유권자 참여 및 후보 지원에 20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했으며, 약 200명의 후보가 공직에 진출하도록 지원했다.  
 
인도계 정치력 성장의 전환점은 2016년이었다. 프라밀라 자야팔,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로 칸나가 아미 베라와 함께 연방하원에 진출했고, 카멀라 해리스는 인도계 최초의 연방상원의원이 됐다. 후보 지원은 연방의회에만 집중되지 않았다. 학교위원과 시의원, 주의원 등 기초 정치에서부터 후보를 발굴하고 이들이 상위 공직에 도전할 수 있도록 단계별 지원 체계를 마련했다. 개인의 성공을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차세대 후보와 선거 실무자를 육성하는 공동체의 자산으로 전환한 것이다.  
 
AAPI 빅토리 펀드 역시 아시아·태평양계(AANHPI) 후보의 당선을 지원한다. 부동산 금융 전문가 출신인 셰카르 나라심한 창립자를 비롯해 기업과 테크·금융 분야 인사들의 자본과 인맥을 정치자금 및 선거 전략에 성공적으로 연결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1988년 8월 10일 일본계 리더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강제수용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배상금 지급을 담은 시민자유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도서관 제공]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1988년 8월 10일 일본계 리더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강제수용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배상금 지급을 담은 시민자유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도서관 제공]

일본계는 공동체의 피해 기록을 구체적인 입법 요구로 전환해 결실을 맺었다. 일본계시민연맹(JACL)은 1978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수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운동을 공식화했다. 수용자 1인당 2만5000달러의 배상과 연방의회의 사과, 교육신탁기금 조성 등을 요구했다.  
 
JACL은 피해자 증언과 역사 기록, 헌법적 권리 침해라는 법률 논리, 지역구 의원 설득을 결합해 장기적인 풀뿌리 운동을 벌였다. 그 결과 1988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시민자유법에 서명하며 생존 피해자 1인당 2만 달러 지급과 연방정부 차원의 공식 사과를 이끌어냈다. 단순한 기념행사나 피해 호소에 머무르지 않고, 기록과 증언을 공청회 및 입법으로 직결시킨 전략적 승리였다.  
 
라틴계 법조인과 커뮤니티 단체 관계자들이 모이는 MALDEF의 연례 행사. [MALDEF 제공]

라틴계 법조인과 커뮤니티 단체 관계자들이 모이는 MALDEF의 연례 행사. [MALDEF 제공]

라틴계는 정치 참여를 가로막는 제도적 장벽을 법률로 허무는 데 주력했다. 멕시칸아메리칸법률교육기금(MALDEF)은 1968년 NAACP 법률방어기금을 모델로 설립돼 ‘라틴계 커뮤니티의 로펌’으로 자리 잡았다. 인구가 늘어도 선거구가 분할되거나 투표 접근성이 떨어지면 정치적 대표성으로 이어질 수 없다는 판단하에, 후보 지원에 앞서 정치 참여의 규칙부터 바꾸는 전략을 취했다.  
 
1976년 에드워드 로이발 연방하원의원이 설립한 전국라틴계선출직·임명직협회(NALEO)는 라틴계 공직자들을 전국 네트워크로 묶었다. 1978년 설립된 의회히스패닉코커스연구소(CHCI)는 인턴십과 펠로십을 통해 40여 년간 4000명 이상을 의회와 정부기관에 진출시켰다. 
 
1971년 흑인코커스(CBC)를 창립한 흑인 연방하원의원들. [국립문서기록관리청]

1971년 흑인코커스(CBC)를 창립한 흑인 연방하원의원들. [국립문서기록관리청]

흑인 커뮤니티는 법률 투쟁과 대중운동, 유권자 등록, 의회 권력을 단계적으로 연결했다. 1909년 창립된 전국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와 1940년 출범한 NAACP 법률방어기금은 1954년 ‘브라운 대 교육위원회’ 판결(공립학교 인종분리 위헌) 등 역사적 승리를 이끌어냈다.  
 
법정 투쟁은 실제 투표 참여로 이어졌다. 1944년 20만 명에 불과했던 남부 지역 흑인 유권자는 1952년 100만 명으로 늘어났고, 1965년 셀마 행진 등 대중운동은 연방 투표권법 제정으로 결실을 맺었다. 이어 1971년에는 흑인 연방의원 13명이 의회흑인코커스(CBC)를 조직해 집단적 협상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타 커뮤니티의 사례들은 정치력이 선출직 한두 명의 등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유권자 등록과 후보 발굴 조직, 선거자금을 모으는 PAC, 정책을 연구하는 전문인력, 권리를 지키는 법률조직, 정부 내부에서 일할 인재들이 함께 성장해야 영향력이 지속될 수 있다.
 

강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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