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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면 주식 드려요”…쇼핑·타사 앱까지 파고든 증권사 ‘고객 쟁탈전’

중앙일보

2026.09.21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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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혼인신고를 한 직장인 이한솔(30)씨는 최근 남편과 함께 카카오페이증권 계좌를 만들었다. 엘리베이터 전광판에서 ‘주식 축의금’ 광고를 본 게 계기였다. 부부가 받은 건 10만원 상당의 에코프로 주식. 이씨는 “아직은 서브 계좌이지만, 향후 출산 이벤트까지 한다면 계속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의 거래 열기가 한풀 꺾이면서, 증권사들의 ‘고객 모시기’ 경쟁이 아이디어 대전으로 번지고 있다. 수수료 면제나 단순 현금 지급을 넘어, 결혼·쇼핑 등 일상과 투자를 결합하고, 게임 요소를 더하거나 타사 플랫폼까지 직접 파고드는 식이다. 주거래 증권사를 한 번 정하면 쉽게 바꾸지 않는 특성에 맞춰 2030세대의 ‘첫 계좌’를 선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증권사들이 주식 선물부터 현금ㆍ경품까지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카카오페이증권의 ‘주식 축의금’, 키움증권의 신규 고객 현금 지급, KB증권의 ‘깨비오’ 이벤트, 한국투자증권의 첫 투자 이벤트. 각 사 제공.

증권사들이 주식 선물부터 현금ㆍ경품까지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카카오페이증권의 ‘주식 축의금’, 키움증권의 신규 고객 현금 지급, KB증권의 ‘깨비오’ 이벤트, 한국투자증권의 첫 투자 이벤트. 각 사 제공.


카카오페이증권이 지난 7월 시작한 ‘주식 축의금’ 캠페인 참여자는 최근 5만6000명을 넘어섰다. 올해 혼인신고한 부부에게 1인당 5만원, 최대 10만원 상당의 국내 주식을 준다. 공개 약 2주 만에 3만명이 몰렸고, 당시 신청자의 37%는 신규 고객이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결혼에 이어 출산·입학·취업 등으로 주식 선물을 확대하는 ‘라이프 사이클 프로젝트(LCP)’를 구상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 관계자는 “카카오톡의 ‘선물하기’처럼 미래 자산을 선물하는 경험 자체가 자연스러운 투자 입문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미래에셋·한국투자·KB·메리츠·키움·하나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잇따라 MTS를 개편하며 고객이 더 자주, 오래 머물도록 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쇼핑을 투자와 연결하고 게임 요소를 더하기도 한다. 키움증권은 MTS를 통해 네이버플러스 스토어(구매액 최대 4%)나 쿠팡(2%)에서 쇼핑하면 포인트를 돌려준다. 이 포인트로 국내 소수점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 ‘키움포인트’ 가입자는 104만명에 달한다. KB증권은 최근 주식 매매 성과를 야구의 타율·장타율처럼 흥미롭게 보여주는 ‘깨비오’를 선보였다.

아예 ‘남의 앱’으로도 직접 찾아간다. 은행권에서 확산한 ‘임베디드 금융’(비금융 플랫폼에 금융 서비스 결합) 전략이 증권업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7월 가상자산거래소 코인원에 국내 주식 투자 서비스를 연동한 데 이어, 최근에는 토스 앱에서도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만들고 특판 환매조건부채권(RP)에 가입할 수 있게 했다.

한투증권의 경우 미래에셋증권과 업계 선두권을 다투지만 상대적으로 약한 리테일 기반을 넓히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한투증권에 따르면 계좌 개설 등 현재 진행 중인 이벤트만 33건에 달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투증권의 올 상반기 수탁수수료 수입은 7662억원으로 업계 6위였다. 미래에셋증권(1조850억원), KB증권(1조206억원), NH투자증권(8775억원), 키움증권(8682억원), 삼성증권(8624억원)이 앞을 달렸다. 증권사 전체 수탁수수료는 상반기 10조228억원에 달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상반기 ‘불장(강세장)’에 환호했던 증권사들이 이처럼 고객 확보에 총력을 쏟는 배경에는 하반기 거래 부진의 그늘이 자리하고 있다. LS증권에 따르면 7~8월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ETF 제외)은 57조9000억원으로 2분기(91조1000억원)보다 36%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해외 증시 거래대금도 약 30% 줄었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거래 감소와 증시 부진으로 3분기 증권사 실적은 큰 폭의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유미.장서윤([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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