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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의 종말’ AI가 바꾼 대기업 채용문법...“그래서 네가 해결한 문제가 뭐냐”

중앙일보

2026.09.22 00:21 2026.09.22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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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코엑스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사회적가치 페스타'에서 정경선(맨 오른쪽) 현대해상 CSO가 'AI시대 미래인재'를 주재로 대담하며 사회문제 해결형 인재 양성 사업인 '트레일마크'를 소개하고 있다.

22일 서울 코엑스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사회적가치 페스타'에서 정경선(맨 오른쪽) 현대해상 CSO가 'AI시대 미래인재'를 주재로 대담하며 사회문제 해결형 인재 양성 사업인 '트레일마크'를 소개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학벌과 학점, 자격증 등 이른바 ‘스펙’에 의존해 인재를 선발하던 대기업의 채용 공식을 흔들고 있다. AI가 지식 검색과 정답 제시를 빠르게 대신하면서, 기업은 주도성·회복탄력성·협업력 등 ‘비인지 역량’을 갖춘 새로운 인재를 찾기 시작했다.

22일 서울 코엑스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사회적가치 페스타’에서는 염재호 태재대 총장과 지동섭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 정경선 현대해상 CSO가 ‘AI 시대 미래인재’를 주제로 대담했다. 참석자들은 ‘문제가 무엇인지 불확실하고 주어진 조건마저 애매한 상황에서 문제를 찾아 정의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새로운 인재 선발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동섭 위원장은 지원자 본인이 작성하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만으로는 이 같은 역량을 충분히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기소개서는 기본적으로 1인칭 기록”이라며 “동료 등 제3의 관찰자 입장에서 지원자가 협력과 소통을 통해 어떤 성과를 냈는지를 보여주는 정보가 기업이 요구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력이나 자격증처럼 결과만 보여주는 스펙보다 실제 프로젝트에서 누구와 어떻게 협업했고,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행동의 기록’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이에 맞춰 현대해상은 이날 청년의 사회문제 해결 경험을 역량 데이터로 전환하는 ‘프로젝트 트레일마크’의 출범을 선언했다. 현대해상과 협력기관이 사회문제 해결 프로젝트를 마련하고, 우수 참가자에게는 1개월간의 합숙 교육과 8개월간의 지역 현장 프로젝트 기회를 제공한다. 내년 1월 관련 플랫폼을 공식 개설한 뒤 자사 채용에 제한적으로 시범 적용한다. 향후 참여 기업을 확대해 역량 자료가 실질적인 채용 우대로 이어지도록 할 계획이다. 경험 제공부터 교육·평가, 채용 연계까지 하나로 묶은 일종의 실험적 인재 양성 사업이다. 사업을 주도하는 정경선 CSO는 “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사회문제 해결 능력과 같은 비인지 역량”이라며 “청년들이 비인지 역량을 쌓고도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트레일마크”라고 설명했다.

대담에 참여한 염 총장도 AI 시대에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를 키우려면 대학 교육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사람은 자동차와 달리기 경주를 하지 않는다”며 “형식지(形式知)는 AI가 찾는다. 정답이 없는 암묵지(暗默知)를 키워나가고 ‘지식의 근력’을 기르는 것이 대학이 가야 할 길”이라고 짚었다.

다만 이런 역량 리포트가 학점이나 자격증을 대체하는 또 하나의 스펙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 CSO는 “트레일마크가 ‘또 한 줄의 스펙’이 되는 것을 가장 지양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이 어떤 일을 했다는 이력만 쌓는 것이 아니라,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고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어떤 일을 잘할 수 있는지 자신만의 ‘서사’를 갖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김다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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