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준비하는 부부들 중 난임 검사에서 정자 수나 운동성이 비교적 정상 범위로 나와 안심했다가, 계속되는 임신 실패나 초기 유산을 경험하며 깊은 시름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단순히 정자의 외형적인 수치만을 확인하는 단면적인 정액검사를 넘어, 정자의 질적 문제인 ‘정자 DNA 단편화(DNA Fragmentation)’ 가능성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자 DNA 손상을 유발하는 가장 대표적인 원인 질환 중 하나가 바로 정계정맥류다.
정계정맥류가 발생하면 고환 주변에 따뜻한 정맥혈이 정체되면서 음낭 내부 온도가 체온 수준으로 상승하고 산화 스트레스(활성산소)가 과도하게 축적된다. 이러한 유해한 고환 환경은 정상적인 정자 생성 과정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정자의 핵심 유전 물질인 DNA 사슬을 끊어뜨리거나 손상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DNA가 손상된 정자는 표면적인 수나 움직임이 정상처럼 보이더라도 수정 능력이 떨어지고, 우연히 수정에 성공하더라도 배아의 정상적인 발달을 방해해 임신 초기 유산율을 높이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미지 제공 : 서울프리마비뇨기과]
따라서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아기(IVF) 등 고급 난임 시술을 반복하고 있음에도 성과가 없거나 원인 불명의 유산이 지속된다면 남성 측의 정계정맥류 유무를 정밀히 검사해 볼 필요가 있다. 정계정맥류 수술을 통해 역류하는 원인 혈관을 정확히 차단하면 고환 내부 온도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고 산화 스트레스가 대폭 줄어들어, 새롭게 생성되는 정자의 DNA 건전성이 크게 개선된다. 정자 세포가 고환에서 처음 만들어져 완전히 성숙하고 배출되기까지는 약 3개월(70~80일)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수술 후 3~6개월에 걸쳐 정액 지표와 정자 품질의 회복 경과를 관찰하게 된다. 실제 정계정맥류 치료 후 정자의 DNA 건전성이 회복되면서 난임 시술의 성공률이 크게 향상되거나, 난임 시술을 진행하기 전 자연임신에 성공하는 사례도 매우 흔하게 관찰된다.
최기열 서울프리마비뇨기과 원장은 "정계정맥류는 정자의 외형적인 수치뿐만 아니라 내부 DNA 건전성까지 떨어뜨려 착상과 임신 유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라며 "난임으로 고민 중인 부부라면 남성 역시 비뇨의학과 정밀 검진을 통해 고환 환경을 정비하고 가임력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리는 단계별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