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홍명보(57)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를 숨기기 위해 허위 자료를 작성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정몽규(64)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경찰의 판단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정 전 회장은 "이사회를 속일 이유도 없고 속인 사실은 더더욱 없다"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22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정몽규 전 회장과 이임생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 김정배 전 상근부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이들이 홍 전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감독 추천 권한을 가진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업무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이를 감추기 위해 축구협회 이사회에 전달된 심의안건 자료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담은 것으로 판단했다.
문제가 된 것은 홍 전 감독 선임 절차와 관련해 이사회에 전달된 전력강화위원회 참고자료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자료에는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이 사퇴하면서 후임 감독 선임 작업을 이임생 전 이사에게 맡겨달라고 요청한 것처럼 기재됐다. 그러나 경찰은 정 전 위원장이 사퇴했을 뿐 후속 감독 선임 작업을 협회 측에 위임하거나 요청한 사실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감독 선임 권한이 없었던 이 전 이사가 정당한 권한을 넘겨받아 선임 절차를 진행했다는 취지의 내용 역시 자료에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앞선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절차적 공정성을 둘러싼 비판이 제기된 상황에서 정 전 회장 등이 홍 전 감독 선임은 정당한 절차를 거친 것처럼 보이도록 허위 자료를 작성한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절차를 모두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이 자료에 기재됐다면 이사회가 의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허위 자료를 통해 이사회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행위를 '위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전력강화위원을 비롯한 관계자 60여 명을 조사했다. 대한축구협회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전력강화위원회 회의록과 문화체육관광부 감사 자료, 휴대전화 전자정보 등도 확보해 분석했다.
김정배 전 부회장은 당초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지만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로 전환됐다. 경찰은 김 전 부회장 역시 전력강화위원회의 감독 선임 절차에 개입하고 허위 심의안건 자료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홍 전 감독은 검찰에 넘겨지지 않았다. 경찰은 홍 전 감독이 전력강화위원회나 이사회의 감독 선임 절차에 직접 개입했다고 볼 만한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불송치 결정했다.
홍 전 감독의 연봉과 관련해 제기됐던 업무상 배임 혐의 역시 협회에 명백한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고 배임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가대표 선수 간 다툼과 관련한 명예훼손 등 함께 고발된 다른 혐의도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불송치됐다.
정 전 회장은 경찰의 송치 결정이 알려진 뒤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입장을 내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정 전 회장은 먼저 "국민 여러분과 축구팬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합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사과정을 통해 국가대표팀 감독선임이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적법하게 진행한 점을 충실히 설명하였습니다. 이사회를 속일 이유도 없고 속인 사실은 더더욱이 없습니다"라고 주장했다.
경찰 판단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입장이다. 경찰은 정 전 회장 등이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정당한 절차를 거친 것처럼 이사회 자료에 허위 내용을 기재했다고 판단했지만, 정 전 회장은 감독 선임 과정 자체가 적법했으며 이사회를 기망한 사실도 없다고 맞섰다.
정 전 회장은 검찰 수사에서 다시 소명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경찰의 송치 결정이 내려진 점에 대하여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향후 검찰 등 추가 수사과정에서 오해가 해소되고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충실히 소명하겠습니다"고 밝혔다.
경찰의 송치로 사건의 판단은 이제 검찰로 넘어갔다. 경찰은 정 전 회장과 이 전 이사, 김 전 부회장에게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정 전 회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향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양측의 주장이 다시 다뤄질 전망이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