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미 월드컵 이후 석 달, 부진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던 한국 축구가 다시 시동을 건다. 축구대표팀의 두 기둥 손흥민(LAFC)과 이강인(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 재건의 톱니바퀴 역할을 맡아 서로 맞물려야 한다.
22일 축구대표팀 오픈 트레이닝 행사가 열린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 두 선수가 들어서자 스탠드에 늘어선 200여 명 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함성이 터져 나왔다. 큰 소리로 “손흥민”을 외치는 꼬마 팬을 향해 손흥민은 잔잔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었다.
커리어 황혼기에도 변함 없이 축구대표팀 에이스의 무게감을 짊어진 손흥민. 그리고 ‘차세대 구심점’ 1순위로 주목 받는 이강인. 하루 전 입국한 두 선수는 볼 터치 대신 그라운드 한켠에 놓인 사이클에 올라 페달을 밟으며 몸을 풀었다. 이따금씩 두 선수가 담소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됐지만, 대화는 길지 않았다.
임시 사령탑 자격으로 대표팀을 이끌 로베르트 모레노(스페인) 감독의 핵심 과제는 두 선수의 전술적·화학적 공유 결합이다. FC바르셀로나 코치 시절 전술서 『나의 4-4-2 레시피』를 집필하는 등 전술적 역량을 인정 받는 그는 한국 지휘봉을 잡은 직후 4-4-2 포메이션 활용을 공언했다. AT 마드리드 사령탑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처럼 이강인을 투톱의 한 축으로 기용할 수도, 오른쪽 윙어로 벌려 세울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 손흥민을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전진 배치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리더십도 관심사다. 모레노 감독이 아직 주장을 낙점하진 않았지만, 월드컵 본선에서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손흥민에게 다시 한 번 주장 완장을 맡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훈련장에 들어서던 모레노와 손흥민이 한참 동안 진지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강인은 주장 역할과 상관 없이 동료들을 살뜰히 챙기는 ‘그라운드 리더’로 인정 받는다. 올여름 나시오날(포르투갈)에 입단하며 유럽파 대열에 합류한 공격수 송민규는 “장거리 비행으로 (대표팀 합류 직후) 잠을 설쳤는데, 경험이 풍부한 강인이가 점심 식사 후 내 손을 이끌어 냉탕과 온탕을 함께 오갔다”고 했다. 아울러 “한국으로 건너오는 과정에서 마드리드를 경유하며 지난 20일 ‘마드리드 더비(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레알 마드리드의 맞대결)’를 현장에서 관전했는데, 강인이가 먼저 연락해 경기장 스카이박스 티켓을 구해줬다”고 덧붙였다.
모레노 감독은 개인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축구협회 엠블럼을 가리키는 사진과 함께 “새로운 여정의 첫 걸음. 한 나라를 대표하는 유니폼에 대한 설렘, 노력, 존중. 가자 대한민국”이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그의 각오처럼 첫 훈련 풍경은 활기와 치열함이 공존했다. 대형 스피커에서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왔고, 그라운드 상공에는 전술분석용 드론이 쉴 새 없이 프로펠러를 돌렸다. 코치들에게 훈련을 일임한 모레노 감독은 한 발 물러서서 매의 눈으로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