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오른쪽)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미 투자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대미 투자 프로젝트 1건과 추진 계획을 마련한 프로젝트 2건에 대해 보고했다. [뉴시스]
정부가 2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전략투자 1호 사업으로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미국 내 원전 8기 건설을 포함한 ‘원전 프레임워크’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도 후속 프로젝트로 검토한다. 다만 원전과 알래스카 LNG는 사업성 검토와 국회 절차 등을 거쳐 최종 추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원전 사업 규모만 1200억 달러 수준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2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각각 출석해 이런 내용의 대미 투자 계획을 비공개로 보고했다. 김 장관은 “아직 구체적 추진 의사를 결정한 사업은 아니나 양국의 관심을 반영한 2건의 프로젝트에 대한 추진 계획을 보고한다”고 말했다. 한·미 간 투자 업무협약(MOU) 체결 등 최종 발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직접 할 가능성이 크다. 이르면 현지시간으로 22일 오후에 발표될 수 있다.
대미 투자 1호는 첨단 반도체 공장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텍사스주 엔시날에 6.3GW급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짓는 사업이다. 1.4GW 규모의 가스터빈 발전소를 먼저 짓고 이후 4.9GW 규모의 복합화력발전 설비를 증설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발전소 인근에 6.5GW급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데다, 향후 전기요금 역시 일정 수준을 유지해 상업적 합리성이 담보된다는 취지로 국회에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223억 달러를 투자해 20년간 432억9000만~454억300만 달러를 회수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안정적인 수익을 뒷받침할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은 아직 체결되지 않은 상태다. 국민의힘 소속 한 재경위원은 “만든 전기를 어디선가 사야 수익성이 있는데, 데이터센터는 누가 만들 것이며 그 회사가 충분한 경험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여권 관계자는 “2027년이면 PPA를 체결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원전 프레임워크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상업성 검토와 국회 절차 등을 거쳐 최종 추진 여부를 확정한다. 원전 건설만 해도 전체 사업 규모가 1200억 달러 수준인 데다 미국의 신규 원전 건설은 공기 지연과 사업비 증가 위험이 크다는 점이 부담이다. 야권 관계자는 “텍사스 화력발전소 사업을 제외하고는 사업성 점검이 되지 않아 양해각서(MOU) 체결 시 문구도 ‘검토한다’ 수준으로 포함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보고엔 사업별 추진 내용 등이 포함됐다. 원전 프레임워크에는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를 건설하고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인수하는 등 한·미 원전 협력 방안이 담긴다. 총사업비는 약 1200억 달러다. 원전 8기를 웨스팅하우스 AP1000 6기와 한국형 APR1400 2기로 짓게 된다. APR1400은 한국수력원자력과 웨스팅하우스 간 협약으로 미국 진출이 불가능했는데, 이번 대미 투자 협상을 계기로 허용하는 방안이 협의 테이블에 올라 있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 보고에서 “대미 투자가 단순한 자금 투입과 회수를 넘어 우리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나아가 세계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는 기회가 되도록 국익의 관점에서 균형 있게 접근할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웨스팅하우스 지분은 5~10% 확보를 목표로 협상이 진행 중이다. 국회에 따르면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를 인수하게 된다. 정부는 당초 웨스팅하우스 지분 20% 이상을 확보하는 걸 목표로 협상을 진행했지만, 미국 측이 난색을 보여 진통을 겪어왔다.
국회 “상업적 합리성 추가 검증 필요” 알래스카 LNG도 투자를 검토한다. 알래스카 북부 가스전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남부로 운송하기 위한 약 1300㎞ 가스관과 LNG 터미널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막대한 초기 투자비와 불확실한 사업성이 약점으로 꼽혀 그간 한국 정부는 투자 참여를 망설여왔다.
정부는 또 상업적 합리성 담보를 위해 ‘우산형’ 투자 구조도 마련했다고 보고했다. 전체 투자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투자목적회사(I-SPV) 아래 개별 프로젝트별 특수목적법인(SPV)을 두는 방식이다. 전체 투자 원리금을 회수할 때까지 모든 프로젝트 수익을 한·미가 5대5로 나누고, 원리금 회수 이후에는 한국 10%, 미국 90%로 배분하는 구조다. 김 장관은 국회 보고에서 연간 투자액 200억 달러, 투자 총액이 2000억 달러를 넘을 경우 추가 투자에 나서지 않겠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한다.
국회에선 정부가 상업적 합리성을 확보했다고 판단한 엔시날 발전소 건설 사업도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왔다. 한미전략투자특별법 등에 따라 정부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한 엔시날 사업은 현 단계에서 국회 동의를 구하지 않아도 된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했으나 개발 초기 단계인 만큼 향후 발생할 변수를 고려해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전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