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전수현(24·남)씨는 최근 학교 수업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교수가 질문하면 학생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실시간 토론 수업이었는데도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쓰는 옆자리 학생을 발견해서다. 전씨는 “다른 학생들이 대답하는 사이에 질문을 AI에 넣어 답변을 받은 뒤 그것을 마치 자기 생각처럼 발표했는데도 교수님은 전혀 눈치를 못 채셨다”면서 “이런 일이 계속 있다 보니 노트북 같은 전자기기를 아예 못 쓰게 하거나, 인터넷 사용을 끊고 완전 필기시험으로 대체한 수업이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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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대학 24개 중 91%가 ‘AI 방지책 도입’
AI 확산이 사람들의 학습과 업무 능력을 키우는데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사례가 반복되자 대학과 기업들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주요 대학들은 수업과 평가에 있어 AI 개입을 막기 위한 방안들을 만들고 있고, AI 기업들조차 면접에서 AI 사용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
김주원 기자
22일 중앙일보가 국내 주요 24개 대학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부정행위 등을 막기 위해 AI 방지책을 도입했는지’ 묻는 말에 22개 대학(91.3%)이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 중 20개 대학은 이미 ‘AI 방지책이 있다’고 답변했고, 2개 대학 ‘마련 중’이라고 했다.
대학들의 ‘AI 고민’은 학생들의 학습 능력 저하와 평가 불공정성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AI 방지책’을 가지고 있거나 마련 중인 22개 대학 중 관련 내용을 공개한 대학은 총 11개였다. 이 중 수업 중 ‘AI 사용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곳은 7개(63.6%)였다. AI 부정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징계 내용 등을 담은 곳도 8개(72.7%)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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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부정행위 급증에 대학들 “지필고사 회귀”
최근 AI 부정 사용 사례가 급속히 느는 추세라는 것은 정부 통계로도 확인된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적발한 전국 대학 학내 시험 부정행위 중 ‘AI 사용’ 사례는 총 13건이었다. 이 중 올해 상반기에 적발한 건수만 6건이 더 추가됐다. 올해 적발 건수를 아직 공개하지 않은 대학들이 있어 이 숫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김주원 기자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필고사나 대면 구술시험 등 과거형 시험으로 회귀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중앙일보 설문에 응한 24개 대학 중 AI 부정시험을 막기 위해 학교 차원에서 지필고사나 대면 시험을 권장하는 대학도 8개(33.3%)에 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관계자는 “서울대·연세대 AI 부정행위가 터지면서 부랴부랴 대응책을 만들고 있지만, 지필고사 도입이나 전자기기 사용 금지 정도에 그치는 정도”라며 “AI를 완전히 막을 수 없어 학습과 시험 방식을 새롭게 바꿔야 하는 게 아니냐는 고민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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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업조차 채용 과정에 ‘AI 금지’
기업들도 ‘AI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채용 과정에서 일부 지원자들이 자기소개서나 비대면 면접에 AI를 활용하면서, 정확한 역량 평가가 어려워졌다는 점이 문제다. 이 때문에 AI 기업조차 채용 과정에서 AI 사용을 금지하는 추세다.
대표적 AI 기업인 앤트로픽은 모든 지원자의 제출물에 AI 쓰지 않겠다는 지원자 동의를 받는다. 구글도 면접 전에 AI를 쓰면 탈락한다고 지원자에 고지하고, 가급적 AI를 쓸 수 없는 대면 면접으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AI 기업 커서도 기술 면접에서 AI 사용을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합숙면접 등을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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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AI 금지 국가도…“AI 활용 평가 방안도 찾아야”
미성년자들이 AI에 정서적으로 의존하는 부작용이 늘자 아예 AI 연령 제한을 택하는 나라도 나오고 있다. 중국에서는 올해 4월부터 미성년자 대상으로 AI 연인이나 가족 서비스 제공하지 못한다. 호주도 지난 3월부터 ‘AI 컴패니언(정서적 동반자)’ 서비스에서 18세 미만에게 성적 콘텐트나 폭력물 제공을 금지했다. 미국은 18세 미만 AI 컴패니언 접근을 금지한 법이 발의돼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AI를 막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조언한다. AI 확산을 막을 수 없다면, 학습이나 업무 평가 등에서 AI를 더 잘 활용할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명주 인공지능안전연구소장은 “AI 없이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과 AI와 협업해 능력을 증폭시키는 방법 모두 배워야 한다”면서 “학교나 기업에서 평가 역시 머릿속 지식만으로 푸는 평가와 AI를 활용해 치르는 평가 두 가지 트랙이 모두 병행되어야 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