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보며 온천욕'은 온천러버들의 로망입니다. 아키타현 뉴토온천의 쓰루노유. 사진 뉴토온천 홈페이지
‘최고의 휴식’이라고 하면 당신은 어떤 장면을 떠올리나요. 저는 바로 답할 수 있습니다. “쌀쌀한 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나와 흰 거품이 주르륵 흐르는 차가운 생맥주 한잔을 들이켜는 순간!”이라고요. 일도, 사랑도 망한 것만 같았던 30대 초반의 어느 날, 오사카(大阪) 여행길에 혼자 들렀던 아리마(有馬) 온천의 허름한 여관에서 저는 (과장을 보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이런 순간이 기다리고 있다면, 조금 더 열심히 살아봐도 괜찮지 않을까.’
그 후 버겁다 싶을 때 일본 온천으로 떠났습니다. 나중엔 지쳐서 온천에 가는 건지, 온천에 가고 싶어 지친 건지 헷갈리는 지경에 이르렀죠. 도쿄(東京)에서 유학생으로 2년, 특파원으로 3년6개월 지내는 동안엔 가까운 곳에 온천이 있다는 게 구원 같았습니다. 그러다 ‘온천 소믈리에’까지 도전하게 되었죠.
조금 지나면 바람이 선선해지는가 싶다가 매서운 겨울이 찾아올 겁니다. 올해도 이렇게 가는구나, 찬바람이 싸늘하게 좌심방 우심실을 스칠 때쯤 온천으로 떠나보는 건 어떤가요. 최고의 온천, 최고의 휴식을 찾아드리겠다는 포부로 2024년 더중앙플러스에서 연재한 '온천 소믈리에' 시리즈를 플러스북 PDF로 묶어서 다시 내놓습니다. 다행히 그때 소개한 곳들, 여전히 성업중입니다.
어떤 온천을 선택할지, 자신의 예산에 맞는 숙소는 어떻게 고르는 게 좋은지부터 올바른 입욕법, 특색있는 온천, 그리고 그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까지 모두 들려드립니다. 단, 가격과 환율 등의 정보는 2024년 기준입니다.
▶『온천 소믈리에』 PDF 내려받기]
https://www.joongang.co.kr/pdf/1035
책 속으로
온천 여행으로 탕진할 가산이 부족한 저는 ‘하룻밤 2만 엔(약 18만원)’의 기준을 세워 놓았습니다. 비수기라면 숙박에 두 끼 식사를 포함해 1인당 2만 엔 이하로, 사람들이 몰리는 시기엔 이를 약간 넘어서는 숙소를 고릅니다. 이 정도 금액이라면 ‘적절한 방 컨디션+적절한 온천의 질+적절한 식사=총점 70점이 넘는 온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우와~’ 소리가 절로 나는 감각적인 인테리어나 방마다 딸린 개인 온천, 미슐랭급 식사 등은 포기해야 합니다. (25쪽)
이나토리 온천 료칸 긴스이소의 저녁식사. 사진 홈페이지 캡처
영화 중반, 사랑을 확인한 두 사람은 온천 여행을 떠납니다. 이들에게 온천은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맘껏 사랑할 수 있는 둘만의 공간이죠.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노천온천(일본어로는 ‘로텐부로(露天風呂)’라고 합니다)에서의 ‘19금’ 정사 장면은 유명합니다. (33쪽)
1975년, 이런 조그마한 온천료칸들이 모여 만든 단체가 ‘일본 비탕을 지키는 모임’이에요. 비탕(秘湯)은 말 그대로 ‘비밀스러운 탕’을 뜻하죠. 처음엔 전국에 있는 33개 온천이 모였는데, 매년 회원사가 늘어나 2024년 8월 기준 185곳의 온천료칸이 여기에 소속돼 있어요.(101쪽)
지브리 덕후이자 온천 덕후로서, 저는 늘 궁금한 게 있었습니다. 바로 치히로가 센이 되어 일했던 그 온천은 과연 일본의 어느 온천을 모델로 했는가입니다. 영화가 크게 성공한 후, 일본 여러 온천지에서 “우리가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된 온천이다”라고 광고하기 시작했죠.(163쪽)
산책로에 있는 다리 위에서 하얀 달과 화려한 단풍이 검은 물에 비친 모습을 보고 있으니 어지러웠던 마음이 잦아들며 이상하게 차분해지더라고요. 일본 전통
단시인 하이쿠에도 일가견이 있었던 문호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도 가을 밤의 달을 좋아해 이런 시를 남겼다죠. “술이 없어서 시가 없어서 달의 고요함이여(酒なくて詩なくて月の静かさよ)”. (193~4쪽)
도쿄에도 한국의 ‘찜질방’과 비슷하게 목욕도 하고 밥도 먹고 잠도 자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들이 있습니다. 한국의 찜질방과 다른 점은 물이 진짜 천연 온천수라는 것이죠. 그동안 한국 관광객들이 도쿄에서 온천 체험을 위해 많이 가던 곳은 쇼핑 단지 오다이바(お台場)에 있는 ‘오에도온센모노가타리(大江戸温泉物語)’라는 곳이었어요. 이곳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고 2021년 9월 문을 닫았습니다. 그 대신 새로운 온천이 생겼어요. (2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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