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프레지던츠컵에서 김주형이 승리를 확정하는 버디 퍼트를 넣고 파트너인 김시우에게 달려가고 있다. UPI=연합뉴스
23일(한국시간) ‘바람의 도시’ 시카고에 스산한 바람이 불었다. 한국 골프의 ‘양김’ 김시우와 김주형은 모스크를 연상시키는 비잔틴풍 돔과 미나렛이 솟은 메디나 골프장에서 함께 라운드를 돌았다. 25일 이곳에서 개막하는 프레지던츠컵 첫날, 둘이 한 조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신호다.
김시우는 인터내셔널팀에서 세계랭킹이 가장 높다. 김주형은 만 스무살이던 2022년 대회 때부터 이미 팀의 리더였다. 미국 골프채널은 “두 선수가 이번 대회 네 세션 모두 짝을 이룰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조프 오길비 캡틴이 양김 조합을 필승조로 점찍었다는 뜻이다.
김시우 AFP=연합뉴스
그래서 인터내셔널팀의 운명은 두명의 김씨에게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시즌 김시우의 샷은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 다음으로 뛰어났다. 어프로치(그린 공략) 타수 이득이 라운드당 0.738로 투어 전체 1위였고, 퍼트를 제외한 나머지 부문을 합친 타수 이득도 1.357로 2위였다.
퍼트 하나만 빼면, 올 시즌 셰플러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간 선수가 바로 김시우다. 골프채널은 이번 대회 24명의 선수 중 그를 종합 3위로 꼽았다.
김주형은 올해 놀라운 재기를 이뤄냈다. 2024년을 기점으로 성적이 곤두박질쳐 세계랭킹이 11위에서 141위까지 떨어졌던 그다. 제네시스 스코티시오픈 우승으로 다시 정상급 기량을 되찾았고, 페덱스컵 랭킹 14위로 시즌을 마감하며 투어의 이너서클로 복귀했다. 세리머니가 강렬하고 결정적 순간에 강해, 매치플레이에서 특히 위력을 발휘하는 선수다.
한국 현대 정치의 양김이 대통령 자리를 염원했듯, 골프의 양김은 프레지던츠컵을 향한 열망이 강하다. 두 선수는 2022년과 2024년 대회에서 미국팀과 치열하게 맞섰다. 특히 양팀이 감정싸움으로 번질 정도로 충돌한 2024년 대회에서는 두 선수가 가장 선봉에 있었다.
김주형. AFP=연합뉴스
양김이 필승조로 나선다면 셰플러와 마주칠 가능성도 있다. 둘 다 셰플러와 인연이 깊다. 김주형이 슬럼프에 빠진 데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사는 지역도 같고 생일도 같아 유난히 가깝게 지내던 셰플러와 2024년 대회에서 격전을 벌인 일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뒤로 김주형은 친한 형 같던 셰플러를 넘어야 할 상대로 여기는 눈치다.
반면 김시우는 “셰플러와 연습라운드를 자주 하는데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시합 때는 가끔 실수하지만 연습 때는 실수가 거의 없더라. 내기골프에서 매번 져서 그의 둘째 아들 기저귓값을 내가 다 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프레지던츠컵에서 셰플러를 상대로는 2전 2승이라 ‘셰플러 킬러’다. ‘셰플러는 실수가 없다’는 말보다 ‘시합 때는 가끔 실수한다’는 말이 더 의미심장하다.
물론 인터내셔널팀이 유리한 처지는 아니다. 참가 선수의 평균 세계랭킹은 인터내셔널이 48위, 미국이 16위다. 인터내셔널팀은 10연패 중이고, 미국 땅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여덟 번 모두 졌다. 더 물러설 곳도 없다. 필승조가 승전보를 울리지 못하면 상황은 매우 어려워진다.
김주형은 “메디나는 2012년 라이더컵에서 유럽이 미국을 상대로 역사적인 대역전승을 거둔 곳이다. 그 경기를 보면서 라이더컵을 좋아하게 됐다. 우리도 이곳에서 미국을 꺾는 상상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