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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사랑과 집착 사이

Chicago

2026.09.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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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

이기희

‘모든 게 무너져도 상관없어. 너를 찾아 개처럼 세상 끝까지 갈수 있어.’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에서 사랑과 집착을 표현한 명 대사다.  
 
어릴 적 고아로 입양된 히스클리프는 언쇼 가문의 딸 캐서린과 영혼을 나눈 것처럼 사랑으로 빠져 들지만 신분과 현실의 두터운 벽은 두 사람을 잔인하게 갈라 놓는다.  
 
캐서린이 신분 상승을 위해 에드거 린턴과 결혼하자 집을 떠난 히스클리프는 부자가 되어 돌아와 복수를 감행한다. 사랑과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히스클리프의 복수는 캐서린의 죽음 이후에도 끝없이 이어진다.
 
폭풍의 언덕은 영국 작가 에밀리 브론테가 필명 엘리스 벨(Ellis Bell)로 출간한 유일한 유작 소설이다. 아버지의 사제관이 있던 요크셔의 황량한 벌판에 살았던 작가로서의 상상력을 펼치며 벌판의 폐가(TopWithens)를 배경으로 이야기는 펼쳐진다.  
 
폭풍의 언덕은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전쟁 같은 사랑과 격정적인 러브스토리를 우울하면서도 아름답게 묘사한 작품으로 등장인물의 심리묘사가 뛰어난 작품이다.
 
폭풍의 언덕은 에밀리 브론테가 죽기 일년 전에 발표한 유일한 작품으로 열정적이면서 비극적인 첫 소설이자 마지막 작품이 된다.  
 
본능적이며 야만적인 히스클리프와 오만하면서도 열정적으로 그에게 끌리는 캐서린을 통해 작가는 이상화되지 않는 현실의 인간을 창조해낸다. 선이나 악을 판가름하는 것이 아니라 선악이 한데 어울려 몸부림치는 인간 실존의 심연을 강렬한 필치로 그려낸다.  
 
작품은 개인의 실존을 인간 존재의 궁극적인 진실에 초점을 맞춘다.  
 
들판 위의 외딴 저택 워더링 하이츠를 무대로 벌어지는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비극적인 사랑과 히스클리프의 잔인한 복수는 반도덕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출간 당시 등장 인물 모두가 흉측하며 비윤리적이고 음산하다는 비난과 혹평을 받았는데, 20세기에 토머스 몸 등에 의해 재평가되기 시작했다.  
 
세계 3대 비극, 10대 소설로 꼽히는 ‘폭풍의 언덕’의 저자 에밀리 브론테(1818-1848)는 30세 젊은 나이에 결핵으로 세상을 떠난다. 같은 시기에 출간된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가 돌풍을 일으킨지 일년 반 만이다.
 
사랑과 집착은 이분법으로 나누기 힘들다. 사랑이 과해져서 집착으로 변하는 경우도 흔한 편이다. 집착은 이기심과 자기 중심적인 의미가 포함이 되어 있지만, 사랑은 대상을 아끼고 위로하며 베푸는 것을 의미한다. 사랑은 배려심이 담긴 감정이고, 집착은 반대로 이기심이 포함되어 있다. 사랑은 ‘상대가 어떻게 해야 더 행복할까?’라고 끝없이 고민하고 상대의 행복을 위해 늘 희생하고 노력한다. 반면 집착은 상대방이 고통스럽든 슬프든 상관없이 자기 자신이 행복하면 그걸로 끝이다. 상대방을 소유함으로써 자기 자신이 행복하면 만족한다.
 
응접실 서재에는 ‘폭풍의 언덕’ ‘레미제라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3권이 꽂혀 있다.  
 
전국 여고생 백일장에서 김춘수 선생님의 칭찬을 듣고 세계적인 시인이 되겠다는 꿈에 부풀었다. 운명은 소리소문 없이 되치기를 한다. 미국 시민이 됐다. 모음과 자음은 알파벳의 위력에 눌려 이방인으로 떠돌았다.
 
진솔하고 끈질긴 디아스포라의 생을 투영할 장편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다. 결과는 내 몫이 아니다. 시작도 안하고 절망하는 것보다, 희망을 품은 내일을 꿈꾸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사랑으로 껴안고, 추락하지 않는 것들의 생명은 무한하고 아름답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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