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이흥구 전 대법관에게 서훈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은 조희대 대법원장. 뉴스1
조희대 대법원장과 청와대가 23일 대법관 후보 재제청과 관련해 서로 반박을 이어갔다.
이날 먼저 조 대법원장은 전날 발표한 입장문에 대해 추가 입장을 내고 “8월 28일 자 재제청 요청 공문에는 재제청 요청의 사유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지 않다”며 “공문의 문언상 명확한 근거와 사유가 제시돼야 그 효력에 다툼이 없고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2일 입장문에 대해 청와대가 비판한 내용을 이날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전날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28일 청와대가 대법원으로 보낸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 문서를 인용하며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22일 조 대법원장이 낸 ‘재제청 요구 거부’ 입장문을 두고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헌법에 위배되는 인식”이라면서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제청을 반려하는 헌법적 근거는 공문에서 분명히 밝혔고, 구체적인 사유에 대해서는 수석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국민들께 소상히 말했다”며 청와대가 보낸 공문엔 흠결이 없다는 주장도 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에 거부 의사를 밝힌 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에서 퇴근하고 있다. 뉴스1
청와대는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청 거부‘ 입장과 관련한 설명문을 이날 추가로 내자 전날 낸 1차, 2차 입장에 이은 세번째입장 발표를 했다.
청와대는 이날 3차 발표에서 “대법원장은 어제(22일)는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 공문에 마치 헌법상 문서주의와 부서제도를 흠결한 잘못이 있는 것처럼 왜곡하더니 오늘은 원론적인 내용이었다고 물러섰다”며 “오늘(23일)은 공문상 누가 보더라도 대통령의 임명 거부 입장이 명백히 드러나 있고 이것이 후속절차로서 재제청을 요청한 사유임에도 재제청 요청의 사유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지난달 28일 대법원에 보낸 공문에 ‘손봉기 후보자에 대하여는 헌법 104조 2항 및 법원조직법 41조 2항에 의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했으므로, 대법관 후보자를 재제청해 주시기 바란다’고 돼있다”며 “공문상 손 후보자에 대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겠다는 것은 임명에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지 않음으로써 임명할 의사가 없다는 거부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이고 이것이 후속절차로서 재제청을 요청한 사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법원장은 또한 오늘(23일) 밝힌 입장에서 ‘제청 과정에서 절차적 흠결이 존재한다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고도하였지만, 법원조직법에 따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로부터 4명의 후보자를 적법하게 추천받았음에도 법령상 근거 없이 후보자 추천 절차를 다시 진행하기 위해 후보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사퇴 의사를 물은 것은 중대한 절차적 흠결”이라며 “적법하게 추천된 후보자들을 제청 대상에서 배제하려는 시도야말로 절차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대법원장이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에 대해, 특정 후보자를 제청하면 그대로 따라야 하는 형식적 권한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대통령의 임명 거부 및 재제청 요청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나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제청에 기속된다고 보는 것은 사실상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임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결과”라며 “국민의 선거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위헌적 헌법해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장은 건전한 상식을 가진 평범한 시민의 관점에서 공문 내용을 이해하고 국민들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조속히 후속 절차를 취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8일 청와대에서 열린 4부 요인 회동에서 조희대 대법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청와대는 또 “과거 우리 헌법은 대법원장이 법관추천회의의 동의를 얻어 대법원 판사를 제청하면 대통령이 ‘이를 임명하여야 한다’고 하였던 적이 있으나(제3공화국 헌법) 현행 헌법은 단순히 “임명한다”라고 되어 있다”고 했다.
이어 “대법원장이 제청한 후보자를 대통령이 반드시 임명하여야 한다는 의미였다면 헌법재판소 재판관 중 3인의 경우처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대통령이 임명한다’라고 규정했어야 하는데 현행 헌법은 대법관에 대해서는 대법원장의 권한을 ‘지명’이 아니라 ‘제청’(어떤 안건을 제시하여 결정하여 달라고 요청함)으로 규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