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다 사망” 옛날 얘기 아니었다…출산 사망 9년만에 최대
중앙일보
2026.09.23 06:47
2026.09.23 06:54
임신부가 배 위에 태아 초음파 사진을 올려놓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출산 과정에서 직접적인 산과 합병증으로 숨진 임신부가 전년보다 60% 가까이 늘어 9년 만에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사망원인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색전증과 분만 후 출혈 등 직접적인 산과 합병증으로 숨진 임신부는 27명으로 전년(17명)보다 58.8%(10명) 늘었다. 이는 2016년(28명) 이후 9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결혼과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고위험 임신은 늘고 있지만 응급 분만을 담당할 산과 전문 의사는 오히려 줄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고위험 산모 증가와 분만 의료 인프라 약화가 맞물리면서 산모와 태아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색전증은 혈전이나 지방 등 색전으로 혈관이 막히는 질환이다. 분만 후 발생하는 과다 출혈 역시 산모의 생명을 위협하는 주요 합병증이다. 특히 산후 출혈은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직접적인 산과 합병증뿐 아니라 기존 질환 등이 임신으로 악화돼 숨진 간접 산과적 사망까지 포함하면 사망자는 출생아 10만명당 33명에 달했다. 전년(24명)보다 37.5% 증가했다.
출생아 10만명당 모성사망자 수를 뜻하는 모성사망비는 13.0명으로 전년보다 28.8%(2.9명) 증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0.9명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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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 10명 중 4명은 35세 이상…고위험 임신 늘었다
출산 관련 사망이 늘어난 원인 중 하나로 산모의 고령화가 꼽힌다. 지난해 35세 이상 산모에게서 태어난 출생아 비중은 37.3%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출산 연령이 늦어지면서 고령·고위험 임신도 함께 늘고 있다.
문제는 고위험 산모가 늘어나는 속도를 응급 분만 의료체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위험 임신과 분만은 응급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숙련된 산과 의료진과 신생아 치료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낮은 분만 수가와 의료사고에 따른 법적 부담 등으로 산과와 신생아 분야를 기피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산모의 평균 연령 상승으로 고위험 분만이 늘면서 의료진이 감당해야 할 위험은 커졌지만 이에 대한 보상은 부족하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분만은 산부인과 의사 한 명만으로 대응하기도 어렵다. 응급 상황에 대비하려면 마취과와 소아청소년과 등 여러 진료과 의료진과 간호 인력이 함께 대기해야 한다. 그러나 분만 수가만으로는 이런 인력과 시설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게 일선 의료기관들의 설명이다.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형사처벌이나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부담도 분만 기피의 원인으로 꼽힌다. 고위험 산모일수록 예상하지 못한 응급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의료진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특히 응급 분만은 짧은 시간 안에 산모와 태아의 생사가 갈릴 수 있어 단순히 산부인과 병원 숫자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24시간 응급 분만과 수술이 가능한 산과 의료진을 비롯해 마취과와 신생아 치료 인력까지 함께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영혜([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