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뉴욕의 한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 취임 후 세 번째 한·미 정상회담이다. [연합뉴스]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세 번째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일 오전 성사된 ‘깜짝 회담’이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저녁 현지 브리핑을 열고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저녁 7시20분부터 약 30분 동안 한·미 정상회담을 했다”며 “양 정상은 한·미 간 전략 투자 사업 논의가 큰 진전을 이룬 것을 환영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공식 정상회담은 지난해 8월 워싱턴DC, 10월 경주에 이어 세 번째다.
이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뒤 X(옛 트위터)에 “최근 치열한 협상 끝에 한·미 양국의 ‘전략 투자’ 사업 논의가 큰 진전을 이뤘다”며 “핵잠수함 연료 및 농축·재처리, 조선 협력, 전작권 전환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더욱 강화할 방안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나누었다”고 썼다. 양국은 후속 협의를 미국 워싱턴에서 갖기로 했다. 대미 투자 협상이 큰 틀에서 물꼬를 트자, 협상이 지체됐던 안보 현안까지 테이블 위에 오른 것이다.
이 대통령이 뉴욕에 도착한 전날까지도 한·미 정상회담은 확정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대미 투자 협상이 진전을 이루면서 청와대가 21일 출국 직전 미국 측에 정상회담 의사를 타진했고, 미국 측이 화답했다. 회담은 트럼프가 유엔총회 참석 정상을 초청해 주최한 리셉션장 인근 별도 공간에서 열렸다.
회담 분위기는 시종 화기애애했다. 회담장에 들어선 트럼프는 첫마디로 “아름다운 영부인은 잘 계시느냐”는 인사를 건넸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에게 “골프 한번 해야 하는데”라고 했다. 지난 6월 프랑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주고받은 ‘골프 회동’ 약속을 먼저 재확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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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첫마디 “골프 치자” 이 대통령 “12월 어떠냐”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전쟁 종식과 평화 체제 구축을 한반도 평화의 핵심 과제로 규정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회담이 끝나기 직전 오는 12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언급하며 “거기서 골프를 쳤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최종 조율 단계에 들어선 대미 투자 협상 결과에 대해서도 양 정상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양 정상이 (미국 측 협상 담당자인)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을 바라보며 ‘쉽지 않은 협의였는데 결과적으로 잘됐다’고 했고, 서로 환영의 뜻과 함께 앞으로 후속 협의를 해나가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인 건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을 담은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였다. 트럼프는 조선업 협력에 대해 많은 관심을 표시했고, 양 정상은 이에 대한 후속 협의를 가속화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방위비 증액을 포함해 한국 정부가 한반도 방위에 더 많은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고, 그 연장선에서 “핵잠 논의가 빨리 가속화됐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날 회담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는 처음 전작권 전환 문제에 대해 직접 논의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꽤 많은 시간을 들여 대화한 부분”이라며 “많이 설명을 드렸고, 트럼프가 이 문제에 대해 많은 이해를 하게 됐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전작권 전환의) 조건을 충족해 가면서 가급적 빨리 마무리지었으면 좋겠다”며 “이를 위한 고위급 협의를 진행하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두 정상은 한반도 평화에 관한 대화도 잊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북 간 접촉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북·미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데 기여해 달라는 기대감을 표시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그렇게 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로 잘 지내고 있다는 언급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X(옛 트위터)에 “무엇보다 북·미 대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님의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 뜻깊다”며 “한·미 양국은 피스메이커와 페이스메이커로서, 멈춰진 대화의 물꼬를 트고 한반도에 지속 가능한 평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더욱 긴밀히 소통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를 포함해 역내 정세에 중요하다”며 24일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했다. 이날 회담에 한국 정부에선 위 실장과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 측에선 러트닉 장관을 포함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등이 배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