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넘는 협상 끝에 대미 투자 프로젝트의 윤곽이 잡혔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한가득이다.
정부는 1호 프로젝트인 미국 텍사스 엔시날 가스 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을 시작으로 미국 내 대형 원자력발전소 8기 건설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을 후속 프로젝트로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텍사스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사줄 데이터센터와의 계약은 아직 체결되지 않았고, 원전 부지와 건설 일정도 미정이다. 알래스카 LNG는 상업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는 사업이라 실제 투자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23일 국회 등에 따르면 1호 프로젝트로 낙점된 가스 복합화력발전은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지역에 약 6.5GW(기가와트) 규모의 발전소를 건설·운영하는 사업이다.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은 인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직접 공급한다는 목표다.
다만 발전소 전력을 구매할 데이터센터와 전력구매계약(PPA)은 아직 체결되지 않았다. 사업의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결정할 핵심 계약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규모 투자를 시작한다는 의미다. 223억 달러(30조원 이상)가 들어가는 대형 사업인 만큼 향후 데이터센터가 전력을 얼마에, 얼마나 오랫동안 사주느냐가 수익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국내 건설·기자재 기업의 참여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구체적인 설계·조달·시공(EPC) 참여 업체와 범위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장기 전력구매계약이 아직 체결되지 않았고, 실제 공사비가 현재 책정한 것보다 더 들 가능성도 있다”며 “현시점에서 장기 사업의 수익성을 확신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2호 프로젝트로는 원전 건설이 유력하다. 이른바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로, 미국에 한국형 APR1400 2기를 포함해 대형 원전 8기를 건설하는 내용이다. 정부 구상대로 APR1400이 미국에 건설되면, 외국에서 개발된 대형 상업용 원전 노형이 ‘원전 종주국’ 미국에 들어서는 첫 사례가 된다. APR1400은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과 웨스팅하우스가 체결한 기존 합의문(SA)에 따라 미국 진출이 불가능했지만, 대미 전략투자를 활용한 사업에 한해 건설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합의문을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8기 원전을 미국 현지에 짓는 데 들어가는 재원은 최대 1200억 달러로 예상된다. 문제는 큰 틀만 잡혔을 뿐 8기 원전을 어디에 지을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원전 건설 일정도 마찬가지다.
원전 사업의 이익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한국 기업이 웨스팅하우스 지분 5~10%를 인수하는 방안도 협의 중이지만, 역시 세부 지분율과 이사회 참여 여부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사 지명권을 얻지 못하더라도 의결권 있는 지분을 10% 정도 확보하면 웨스팅하우스가 한국 측 의견을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지분 인수가 실질적인 영향력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알래스카 북부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남부까지 운송할 파이프라인과 수출용 LNG 터미널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투자는 확정이 아니라 상업적 합리성을 따져보는 검토 단계다.
강 교수는 “알래스카 LNG 사업은 기간이 너무 길고, 파이프라인에 한국 기업의 자재를 공급할 여지가 있을지도 불확실하다”며 “섣불리 발을 들여놓는 건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