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석인 검찰총장 직무를 대행할 대검찰청 차장검사에 이정현 수원고검장이 지난 22일 임명됐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구자현 대검 차장이 사의를 밝힌 지 53일 만이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다음 달 2일로 예정된 공소청 출범을 앞두고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인사라는 설명이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4회국회(임시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쌍방울 대북송금 조작기소 의혹 사건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정현 수원고등검찰청 검사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이번 인선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소취소용 원포인트 인사’란 의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공소취소 의원 모임’ 공동대표였던 김승원 법무 장관 후보자 낙마 사흘 만에 친정권 성향이 강한 이 차장에게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겼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민주당 주도로 열린 조작기소 국정조사 특위에 출석한 이 차장은 수원지검의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수사와 관련해 검찰의 피의자 회유 정황으로 지목된 ‘연어 술파티’에 대해 “매우 잘못된 방식이 있었다는 점에 깊이 반성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속죄의 말씀을 드리는 게 검사의 도리”라고 말했다. 해당 수사에 관여하지도 않았고 검찰을 대표할 지위에 있지도 않은 그의 ‘코드 맞추기’성 발언은 극히 이례적이었다.
이 차장은 어제 첫 출근길에 이 대통령에 대한 공소취소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검찰인권존중미래위원회) 진상조사단에서 조사 중에 있어서 그 결과를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법무부 장관 직속 자문기구인 미래위는 권고 권한만 가지고 있을 뿐 법적 구속력은 없다. 현재 미래위는 이 대통령이 기소된 형사사건 8건 중 공소취소가 가능한 6건을 조사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대로 미래위가 검찰권 남용을 인정해 공소취소를 권고하고, 공소청이 이를 수용해 공소취소로 가게 된다면 법적 정당성 논란은 필연적이다. “결과를 살펴보겠다”는 이 차장의 발언이 그 같은 무리한 공소취소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면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형사사법 체계의 대변혁을 앞둔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가장 우선해야 할 일은 공소취소라는 대통령 방탄이 아니라 법질서의 수호자로서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