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의 오헤어공항에는 멀티 모달 시설(Multi-Modal Facility)이라는 건물이 있다. 비행기를 타고 내리는 1, 2, 3, 5 터미널과는 떨어져 있지만 저렴한 장기 주차장이 있는 곳, 터미널간을 운행하는 무인 전철의 종점이 이 시설에 자리잡고 있으며 렌트카를 빌리기 위해서도 이 건물을 찾아야 한다. 또 메트라 기차나 페이스 버스 환승역도 이 곳에 있어 말 그대로 복합 시설로 기능을 하고 있는 건물이다.
최근 이 복합 시설 입구에 거대한 암석 하나가 들어섰다. 88억달러를 투자해 진행되고 있는 오헤어공항 확장 공사 도중에 발견된 무게 50톤짜리 거대한 바위가 바로 그것이다. 전체적으로 검은색을 띄고 있으며 약간의 흰색도 섞여 있는 이 바위는 가로 11.5피트, 세로 8피트, 높이 7.5피트에 달하는 암석이다. 이 돌은 지하 30피트에 묻혀 있다가 오헤어공항 현대화 공사의 일환인 빗물 저수지 공사 도중 발견됐다. 공사를 담당하고 있던 굴삭기와 포크레인의 도움으로 간신히 지하에서 꺼낼 수 있었다고 알려졌다.
지질학자에 따르면 이 거대한 암석의 나이는 무려 4억년이 넘는다. 고생대 실루리아기에 형성된 백운암(dolostone)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 당시 시카고 지역은 지금과 같은 육지가 아니었다. 위치도 현재보다 훨씬 남쪽에 가까워 적도 부근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그 때문에 따뜻하고 얕은 열대 바다 아래에 시카고가 위치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환경 조건으로 인해 이 바위는 당시 바다에 살던 산호와 조개껍데기 등 해양 생물의 탄산칼슘 성분이 쌓여 굳어진 뒤 마그네슘을 흡수하며 단단한 백운암 성분으로 변하면서 생성됐다. 쉽게 말하면 지금도 시카고 곳곳 지하에는 4억년전 열대 바다에서나 만들어질 수 있는 거대한 산호초 기반암이 넓게 분포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형성된 백운암은 한 자리에 그대로 있지는 않았다. 지금으로부터 약 1만2000년전에서 1만 5000년전 사이에는 마지막 빙하기에 있었는데 캐나다나 미시간 지역에서 내려온 거대한 빙하에 깎이면서 다른 돌로부터 떨어져 나와 오헤어 공항 공사장에서 발견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빙하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시간 호수를 비롯한 오대호 역시 빙하가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면서 지표면에 큰 구덩이를 만들며 생성됐다는 가설이 있을 정도로 엄청난 부피를 갖고 있었을 정도였다.
지질학에서는 이렇게 원래 주변 지질과 성분이 다르고 빙하에 의해 멀리서 이동해 온 바위를 미아석이라고 부른다. 오헤어 공항에서 발견된 50톤 무게의 암석은 빙하의 두께가 수천 피트에 달했으며 그 이동 파괴력이 얼마나 엄청났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샘플인 셈이다. 그리고 발견된 지역 역시 시카고의 지질학적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바위가 오랜 세월 동안 풍화되거나 작은 조각으로 깨지지 않고 완벽한 상태로 보존될 수 있었던 이유는 두꺼운 점토층 때문이다. 시카고는 빙하가 녹으면서 형성된 거대한 호수 바닥의 점토층이 많은데 이 단단하고 산소가 차단된 점토층이 30피트 지하에서 바위를 꽉 붙잡고 있으면서 천연 완충재 역할을 해준 덕분에 만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온전하게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풍부한 지질학적 데이터를 담고 있는 이 암석에 시카고 주민들은 이름을 지어주기로 하면서 환대하고 나섰다. 오헤어 공항을 관할하고 있는 시카고 항공국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이 암석에 적합한 이름을 공모받고 있다. 현재까지 약 2300개가 넘는 이름들이 제출됐는데 시카고 특유의 문화와 특성을 반영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많다. 그 중 하나는’ Da Layover’다. 레이오버는 공항에서 다른 비행기로 갈아타는 환승을 의미하는 말인데 거기에 시카고 주민들의 특유 억양인 Da를 붙였다. ‘Da Bears’를 연상시킨다. 또 시카고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Jean Baptiste Point du Pebble’은 문헌에 기록된 시카고 최초의 정착민으로 알려진 듀세이블의 풀 네임에 조약돌을 뜻하는 ‘Pebble’을 붙였다. 아울러 ‘The BaRock Obama Presidential Memorial Airport Boulder’는 오바마 대통령 센터 개관에 맞춰 대통령의 이름 중에서 바락을 돌을 뜻하는 바록으로 바꾼 것이다. 이밖에도 시카고를 배경으로 하는 유명 영화에서 착안한 'Ferris Boulder' 등도 제안됐다.
항공국은 제출된 이름 중에서 몇개를 후보로 선정하고 이를 주민 투표를 통해 최종 암석 이름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앞으로 오헤어공항 복합 시설을 찾을 때면 1층 입구에 놓인 거대한 돌덩이를 보면서 시카고의 역사와 지질학적 특성을 떠올려 볼 만하다.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