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버섯 채취 철을 맞아 산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관련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말벌에 쏘이거나 조난을 당사는 사고는 물론 독버섯을 잘못 먹어 병원을 찾는 사람도 줄지 않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 10시7분쯤 강원 인제군 인제읍 남북리 기룡산 인근에서 버섯을 채취하던 60대 남성 A씨가 벌에 쏘였다. A씨는 머리와 등·어깨 등을 여러 차례 쏘인 뒤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A씨를 구조해 응급처치를 한 뒤 오후 1시5분쯤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숨졌다.
버섯을 채취하기 위해 산에 올랐다가 조난이나 실종되는 사고도 반복되고 있다. 지난 7월 말에는 전남 영암에서 버섯을 따러 나간다며 집을 나선 70대 남성이 실종 신고 사흘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TV(CCTV)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와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강원도소방본부가 집계한 ‘최근 3년 버섯 임산물 채취 및 섭취 관련 구조구급활동 현황’을 보면 관련 사고는 강원도에서만 매년 60~80건가량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78건이 발생했는데 조난 및 고립이 35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섭취 후 중독ㆍ이상 증상이 24건, 채취 중 부상 7건, 실족 및 추락 3건 등이었다. 2024년에는 82건, 2023년에는 68건의 사고가 발생해 119구조대 및 구급대가 현장에 출동했다.
가을철 발생하는 주요 독버섯 중 하나인 독흰갈대버섯. [사진 산림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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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과태료
임산물 불법 채취도 끊이지 않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국유지에서 임산물을 불법으로 채취하다 적발된 건수는 2022년 74건, 2023년 99건, 2024년 60건, 지난해 81건으로 집계됐다.
현재 송이버섯 등 임산물은 마을 단위로 국유림 보호 협약을 체결해 허가받은 주민만 채취할 수 있다. 하지만 채취 지역이 깊은 산속에 있고 경사지가 많은 데다 주로 새벽 시간대에 산을 오르다 보니 단속에도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양양에서 송이를 채취하는 정모(64)씨는 “송이나 능이 같은 버섯은 추석 시즌에 값이 비싸다 보니 불법인 줄 알면서도 채취를 하러 오는 사람이 많다”며 “산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상 단속을 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국립공원에서 허가 없이 임산물을 채취하면 ‘자연공원법’에 따라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또 일반 산림과 휴양림에서도 주인 허락 없이 열매를 따거나 야생 식물을 채취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독버섯인 삿갓외대버섯.[사진 국립산림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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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버섯 249종 민간 속설 주의해야
가을철 무분별한 야생 버섯 섭취도 주의해야 한다. 지난 13일 충북 청주시 수곡동에서는 60대 남성이 야산에서 채취한 버섯을 조리해 먹은 뒤 복통과 설사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다. 앞서 지난 11일 충북 영동군 상촌면에서도 60대 남성이 야생 버섯을 먹고 혀가 붓는 등 이상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남성은 산에서 직접 딴 싸리버섯과 잡버섯을 제대로 우리지 않고 섭취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일반인이 야생 버섯과 독버섯을 맨눈으로 정확히 구분하기 어렵다고 경고한다. 산림청 국가표준버섯목록에는 국내 자생 버섯 2391종이 기록돼 있는데 이 가운데 식용 버섯은 418종, 약용 버섯 84종, 독버섯 249종이다. 나머지 1640종은 식용이나 독성 여부가 뚜렷하지 않은 종류다.
특히 식용 버섯과 비슷한 모양의 독버섯이 많아 색이나 모양, 민간 속설만으로 식용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같은 종도 성장 단계나 주변 환경에 따라 색과 모양이 달라질 수 있으며, 일부는 전문가도 물질 분석이나 유전자 분석을 통해야 구분할 수 있다.
유림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원은 “가을철 산행이나 성묘 과정에서 야생 버섯을 쉽게 접할 수 있으나 색깔ㆍ모양, 민간 속설만으로 식용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확실하게 식용 여부가 확인된 버섯이 아니라면 야생 버섯을 함부로 채취해 섭취하지 않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