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불면증 환자가 증가하면서 수면에 도움을 주는 멜라토닌 성분 기반 영양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연관은 없음. 사진 AI생성
# 수면 장애를 앓고 있는 A씨는 최근 소셜미디어(SNS)에서 멜라토닌 성분 기반의 영양제 광고를 접했다. “눕자마자 5분 만에 기절하는 시럽”이라는 문구에 꽂힌 그는 제품을 구매해 복용했다. 하지만 A씨에게 찾아온 것은 숙면이 아닌 두통·복통·설사·어지러움·메스꺼움 등이었다. 그런데도 복용하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곧바로 중단하지 못했다. 부작용이 재발하자 결국 그는 식품안전소비자신고센터(1339)에 신고했고, 관할 지자체가 ‘행정지도’를 실시했다.
# 지난해 11월 홈쇼핑을 통해 멜라토닌을 구매·복용한 B씨도 A씨와 유사한 부작용을 겪었다. 그는 섭취 직후부터 8시간 동안 구역질과 구토에 시달렸다. 어지럼증도 지속돼 침대에서 떨어지는 낙상(落傷)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병원을 찾았고, 소견서를 업체에 제출해 환불을 받았다. B씨 또한 “제품의 위해성이 의심된다”며 1399 신고센터에 신고했다.
식물성 멜라토닌 광고. 중앙포토
수면 질환 환자가 증가함에 따라 수면 유도 효과를 내세운 멜라토닌 성분 기반 영양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효능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허위·과대광고가 급증하고 있고, 복용 후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SNS에서는 “함부로 복용하면 중독된다”거나 “아이에게는 먹이지 말라”는 등의 경고성 글도 올라오고 있다. 멜라토닌은 합성(전문의약품)·식물성(일반식품) 등 2가지로 분류된다. 이 중 식물성 멜라토닌은 고함량이어도 의사의 진단을 받지 않고 구매할 수 있다.
23일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4년 간 식물성 멜라토닌 함유 식품을 취급하는 업체 수는 1곳(2022년)에서 103곳(2026년 8월)으로, 품목은 2개(2022년)에서 766개(2026년 8월)로 확대됐다. 국내 판매액도 1억1200만원(2022년)에서 293억9600만원(2025년)으로 약 262배 커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비슷한 기간 수면 질환 환자는 109만7635명(2022년)에서 128만1695명(2025년)으로 약 17%포인트 늘었다.
김지윤 기자
같은 기간 멜라토닌 식품을 의약품·건강기능식품인 것처럼 부풀리는 광고도 늘어났다. 식약처에 따르면 멜라토닌 관련 온라인 부당광고 적발 건수는 2022년 67건에서 지난해 232건으로 증가했다. 부작용 호소 등 부정·불량식품신고 건수도 3건(2022년)에서 45건(2025년)으로 15배 상승했다. 지난 8월 한국소비자원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일부 제품에선 의약품 처방 용량보다 많은 양의 멜라토닌이 검출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식물성 멜라토닌의 정보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고, 규제가 거의 없기 때문에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약사회 관계자는 “식물성 식품을 직접 사용해봤는데, 다음날 멍함·피로감이 이어지는 등 강도가 꽤 높아 주위에 권하기 어렵겠다고 느낀 적이 있다”며 “이상 사례 수집 체계도 따로 없는 만큼 소비자들이 알아서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소비자원이 조사한 식물성 멜라토닌 함유 식품 30개에선 의약품에 사용되는 멜라토닌과 화학적 구조가 동일한 성분이 검출됐다.
잠자는 아이의 모습. 기사와 직접적 연관은 없음. 사진 pixabay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약사는 “소아·청소년의 장기복용 데이터도 없는 상황인 만큼, 함량 검증 의무 대상에 식물성 멜라토닌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 시장이 먼저 발달한 미국의 경우, 멜라토닌에 중독된 아이들의 수가 최근 10년 동안 530% 포인트 급증했다고 한다. 미시간주립 아동병원의 카리마렐락 박사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질환율과 사망률 주간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멜라토닌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안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현동 기자
김교흥 의원은 “피해 예방을 위해 식약처가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식물성 멜라토닌에 대한 기준 마련과 사전 심의 등 안전 관리 체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식약처는 향후 과학적 자료 등을 바탕으로 주의사항 표시 도입 여부 등을 검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