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가족들이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눌 때 빠지지 않는 주제가 건강입니다. 특히 건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제가 바로 사망 원인 1위인 암입니다. 전 생애에 걸쳐 내 건강을 위협하는 불청객이자 최대 관심사이기도 합니다. 중앙일보가 서울아산병원 의료진 도움말을 받아 국가 검진이 이뤄지는 5개 암(위·대장·간·유방·자궁경부)의 예방·치료법 등을 연재합니다. 두번째는 홍승욱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말하는 대장암입니다.
52세 한씨는 평소 채소보단 고기 위주의 식사를 즐겼다. 가끔 배가 더부룩하고 변을 보는 횟수와 양상이 이전과 달라진 느낌이 들곤 했다. 하지만 복통이나 혈변, 체중 감소같이 뚜렷한 증상은 없었다. 일시적인 ‘장 트러블’ 정도로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하지만 애매한 증상이 몇주 이상 이어지자 신경이 쓰인 한씨는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는 그의 예상을 한참 벗어났다. 대장 점막에 평평하게 퍼진 1.8㎝ 크기의 병변이 나오면서다. 겉보기엔 용종 같았지만, 표면이 불규칙해 조직검사를 진행했더니 대장암이란 진단을 받았다.
2023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새로 발생한 대장암 환자가 3만6210명이다. 암 발생률 순위로는 갑상샘암·폐암에 이어 세 번째다. 예전엔 서구권 국가 중심으로 발생하는 암이었지만, 식습관·생활습관의 변화로 한국에서도 흔하게 나타나는 암이 됐다.
특히 대장암은 50세 이후 중장년층에서 주로 발생한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대장암 환자도 앞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구조가 됐다. 건강검진 등을 통한 대장암의 조기 발견 중요성이 커지는 셈이다.
대장암이 생기는 위치. 자료 서울아산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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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생 원인은
대장암은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환경적·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론 환경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그중에서도 고령화가 가장 큰 위험 요소다. 50세를 넘어가면 대장암 발생률이 꾸준히 상승한다. 실제로 환자 10명 중 9명 이상이 해당 연령대에 진단을 받는다.
흡연·음주 등의 생활 요인도 대장암 발병을 부추긴다. 쇠고기·돼지고기 같은 붉은 육류 및 가공육, 설탕 등의 정제된 탄수화물 등의 섭취가 대장암과 관계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만과 과도한 열량 섭취도 인슐린(혈당 조절 호르몬)을 과다 분비시켜 대장암에 영향을 미친다.
유전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대장암의 5%는 유전으로 발생하고, 20% 정도는 유전적 요인과 관계가 있다.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등 염증성 장 질환이 있으면 발병 가능성은 더 커진다.
(왼쪽부터) 정상 대장 점막, 조기 대장암 병변, 진행성 대장암 병변. 사진 서울아산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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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과 진단법은
대장암은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 하는 게 대부분이다. 만약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증세는 변을 보기 힘들다는 느낌이 이어지거나 배변 횟수가 달라지는 식이다. 설사·변비가 반복되고, 배변 후에도 잔변감이 들거나 선홍색·검붉은색의 혈변이 나타난다. 변이 이전보다 가늘어지거나 복통, 체중 감소가 같이 나타날 수도 있다.
특히 항문 가까운 곳에 암이 생기면 배변 시 통증을 느끼거나 잔변감으로 대변을 보기 힘들어질 수 있다. 암이 직장 근처 방광과 전립샘을 누르거나 침범할 경우 배뇨 불편감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별다른 자각 증상을 느끼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문제다.
이런 대장암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 성공률이 크게 향상된다. 정확하게 진단하려면 대장내시경을 받아야 한다. 분변잠혈검사에서 혈액이 검출되면 대장내시경 검사가 이뤄진다. 대장암이나 진행성 대장 선종은 점막 표면에서 미세 출혈이 발생할 수 있는데, 분변잠혈검사는 이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대장내시경 검사는 직접 대장 내부를 관찰할 수 있고, 필요할 경우 조직 검사나 용종 제거도 가능하다.
국가암검진과 대장내시경 검사 증가로 초기 대장암 상황에서 발견하는 비율은 점차 늘고 있다. 50세 전후부터 분변잠혈검사뿐 아니라, 개인의 위험도에 따라 주기적인 대장내시경 검사를 함께 고려하는 게 좋다. 특히 대장암 가족력이 있다면 더 이른 시점부터 대장암 선별 검사를 시작하는 게 좋다.
홍승욱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사진 서울아산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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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와 예방 어떻게
대장암 치료는 크게 내시경·수술로 나뉜다. 조기 대장암 단계에선 암세포가점막 하층에 국한돼 있다. 병변 크기, 침윤 깊이에 따라 대장 내시경으로 절제하는 치료를 할 수 있다. 내시경 치료는 대장 점막의 암 병변만 제거하기 때문에 수술보다 회복이 빠르고 부담도 적다. 다만 내시경으론 대장 밖의 림프절까지 제거할 순 없다.
만약 병변이 크거나 위치가 좋지 않으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 내시경 치료 시 대장에 구멍이 뚫리는 천공 위험이 크거나 암이 점막 하층 깊숙이 침범한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 등이 해당한다. 또한 내시경으로 병변을 제거했더라도 절제 부위 경계에 암세포가 남아 있거나, 조직검사에서 림프절 전이 위험이 큰 것으로 나오면 추가로 대장을 절제하는 수술이 필요하다.
대장암 수술은 배를 가르는 개복수술뿐 아니라 복강경·로봇 수술도 가능하다. 이러한 수술은 상대적으로 절개 범위가 작아 통증과 회복 부담이 적은 편이다. 치료 성적은 수술 방법 간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자 상태, 암 진행 정도에 따라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이처럼 복잡한 치료를 받지 않으려면 암에 걸리지 않는 예방이 제일 중요하다. 그러려면 균형 있는 식사, 건강한 생활 습관이 필수적이다.
신선한 과일·채소에 있는 식이섬유는 대장암 발생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식이섬유가 대변이 대장을 통과하는 과정을 단축해 발암 물질과 대장 점막이 접촉하는 시간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시큼한 과일, 암녹색 채소, 말린 콩 등도 대장암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대장암 위험 요소로 알려진 붉은 육류 섭취를 너무 줄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식이섬유만 섭취할 경우 오히려 대장암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다. 그래서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적당히 섭취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붉은 육류뿐 아니라 가공육, 알코올, 설탕 등의 섭취를 조절하는 게 좋다.
규칙적인 운동도 대장암 예방에 필요하다. 또한 흡연하고 있다면 반드시 금연해야 하고, 과도한 음주도 자제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