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인 형은 항상 동생에게 양보해야 하고, 동생이 자신의 물건을 건드리는 게 싫었다. 그래서 일기에 “동생이 자꾸 내가 아끼는 물건을 몰래 ‘뺐어’ 간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대로 동생은 언제나 멋지고 좋은 물건은 형의 차지고, 자신은 늘 형이 고르고 남은 물건을 갖게 되는 게 불만이었다. 형은 동생이 자신의 물건을 슬쩍 ‘뺐어’ 가는 게 불만, 동생은 형이 언제나 선택권을 먼저 ‘뺐는’ 게 불만이라는 것.
‘빼앗다’를 줄여서 쓸 때 이처럼 ‘뺐다’를 활용해 ‘뺐어’ ‘뺐는’ 등처럼 적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뺐다’는 ‘안에 있는 걸 밖으로 나오게 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빼다’의 과거형으로, 남의 것을 빼앗는다는 뜻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뺐다’는 “목구멍에서 가시를 뺐다” “식품 구입 목록에서 과자를 뺐다” 등처럼 쓰이는 낱말이다.
‘남의 것을 억지로 자기 것으로 만들다’는 의미의 단어인 ‘빼앗다’의 준말은 ‘뺏다’이다. ‘뺏다’는 ‘뺏고’ ‘뺏는’ ‘뺏지’ ‘뺏어’ 등과 같이 활용되므로, “동생이 자꾸 내가 아끼는 물건을 몰래 뺏어 간다”와 같이 고쳐야 바른 표현이 된다.
그렇다면 ‘뺏다’를 과거형으로 표현하고 싶을 때는 어떻게 써야 할까. ‘뺏다’의 어간 ‘뺏-’에 과거를 만들어 주는 어미 ‘-었-’을 붙여 ‘뺏었다’라고 하면 된다. 정리하면 ‘빼앗다’의 준말은 ‘뺏다’이므로, ‘빼앗고→뺏고’ ‘빼앗지→뺏지’ ‘빼앗았다→뺏었다’로 활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