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0일 저녁 두 딸과 함께 할리우드 보울을 찾았다. 지난 17년간 LA 필하모닉의 음악 감독을 맡아 이 도시의 영혼을 음악으로 채워 주었던 구스타보 두다멜의 고별 무대 주간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완만한 언덕길을 수많은 인파에 묻혀 올라갔다. 티켓을 보여주고 가방을 검사하고 들어서는데 나만 따로 불러세워 온몸을 검사했다. 큰딸이 옆에서 아빠가 특별해 보이는 모양이라고 웃는다. 자리를 찾아가자 4인용 칸막이로 된 좌석에 작은딸이 먼저와 벽에 붙어있는 탁자 2개를 펴고, 의자를 마주 보게 놓았다. 틈만 나면 할리우드 보울이나 LAFC 경기장, 일본으로, 한국으로 부모와 같이 다니려고 애쓰는 딸이다. 와인과 음식들이 놓여 있었다. 여기 올 때마다 보는 익숙한 풍경이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두 음식을 나누며 공연 시작 전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어둠이 서서히 밀려오자 무대 위로, ‘Celebrating Gustavo at the Bowl, 베토벤 교향곡 9번’이라는 사인이 크게 보였다. 무대는 LA 시민들이 그와의 이별을 아쉬워하고, 그와 함께 보낸 지난 17년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그대로 전하는 것 같았다.
1부가 시작되었다. 두다멜이 LA에 와서 만든 어린이 합창단과 YOLA(Youth Orchestra LA)가 연주에 참여했다. 오스카상을 받은 영화음악으로 유명한 작곡가 마이클 니아가 작곡하고, 시인 아만다 고먼이 가사를 쓴 ‘Hymns of the Heart(마음의 찬가)’가 세계 최초로 연주되었다.
두다멜은 어린 시절 베네수엘라의 음악학교에서 교육받고, 자랐던 만큼, 음악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LA에서 이를 실천하였다. 어린이들이 순수한 소리를 내고, 기쁨을 노래해야 한다는 그의 말대로 어린이들이 춤을 추고, 기쁨의 함성을 지르고 “Good bye, Gustavo, We love you Gustavo”를 외쳤다. “슬픔이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라면, 기쁨은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다” 라는 아만다 고먼의 메시지처럼 어린이들이 기쁨의 시간을 선택하고 마음껏 표현하는 것 같았다.
베토벤 교향곡 9번 연주 시간이 되었다. 마스터 코랄이 들어서고, 세계적인 4명의 솔리스트가 참여해 환상적인 하모니를 선보였는데, 그중 소프라노는 한국인 성악가 헤라 박(Hera Park)이 풍부한 성량과 섬세한 표현력으로 2만여 청중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음악에는 인종과 국경의 벽이 없어야 하고, 음악이 보다 나은 세계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야 한다는 그의 철학이 잘 표현된 공연이었다. 그의 17년은 LA 필하모닉을 세계에서 8번째, 미국에서는 3번째로 지명도가 높은 오케스트라로 만들었고, 클래식의 문을 더 많은 사람에게 열어주었다.
이제 그는 LA를 떠나 뉴욕으로 간다. 그의 이름은 LA 사람들에게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공연이 끝나고 모든 청중이 일어서서 오랫동안 박수치며 환호하는 것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