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교수·직원·학생 ‘표 반영 비율’ 다툼…전북대, 차기 총장 선거 일정 안갯속

중앙일보

2026.09.23 19:0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양오봉 전북대 총장이 지난 5월 20일 교내 '피지컬 인공지능(AI)' 실증 랩에서 휴머노이드로봇 등을 살펴보고 있다. 장정필 객원기자

양오봉 전북대 총장이 지난 5월 20일 교내 '피지컬 인공지능(AI)' 실증 랩에서 휴머노이드로봇 등을 살펴보고 있다. 장정필 객원기자


━
내년 2월 양오봉 총장 임기 만료

양오봉 전북대 총장의 임기가 내년 2월 16일로 끝나지만, 차기 총장 선거 일정은 아직 안갯속이다. 교수회·직원협의회·총학생회가 투표 반영 비율 등 선거 룰을 놓고 의견이 갈리면서 총장임용후보자추천위원회(총추위) 구성이 지연되면서다.

24일 전북대에 따르면 20대 총장 선거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교육공무원법상 총장 선출을 주관하는 총추위는 총장 임기 만료 180일 전까지 출범해야 하지만, 법정 시한인 지난 8월 16일까지 구성하지 못했다. 투표 반영 비율 등을 두고 교수·직원·학생 간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전북대 총장 선거 사무를 위탁 관리해 온 전주시 덕진구선거관리위원회가 대학본부 측에 수차례 총추위 구성을 요구했으나, 제자리걸음이다.

교수회 측은 “투표 비율 결정과 총추위 구성은 별개”라며 “대학평의원회부터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22년 마련된 전북대 총장 선출 규정에 따르면 교수·직원·학생의 투표 반영 비율은 대학평의원회에서 정하도록 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북대 중앙도서관. 김준희 기자

전북대 중앙도서관. 김준희 기자


━
교원:직원:학생=7:2:1 ‘선거 룰’ 바뀌나

그러나 직원협의회와 총학생회 측은 “선거 방식과 투표 비율을 먼저 정한 뒤 총추위를 꾸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대학 총장은 교원·직원·학생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 따라 선정한다는 교육공무원법 24조를 근거로 댄다. 다만 해당 법에서도 구체적인 투표 반영 비율을 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교수회는 총추위 위원을 이미 추천했지만, 직원협의회와 총학생회는 추천을 거부하고 있다. 대학평의원회 구성도 불발됐다. 전북대는 교수회 추천 11명, 직원협의회 5명, 총학생회 5명, 총동창회 1명으로 구성된다. 총추위(총 22명)도 대학평의원회처럼 같은 비율로 추천한다. 한상욱 전북대 교수회장(사범대 물리교육전공) 겸 대학평의원회 위원장이 지난 15일 투표 반영 비율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를 소집했지만, 직원협의회와 총학생회 측이 전원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무산됐다. 이에 다음 달 30일 대학평의원회를 다시 열기로 했다.

2022년 19대 총장 선거 당시 투표 반영 비율은 교원(교수) 70%, 직원(조교 포함) 20%, 학생(대학원생 포함) 10%였다. 선거인 규모는 교원 1060여명, 직원 830여명, 학생 1만8500여명으로, 지금도 대동소이하다. 애초 총학생회 측에선 교원·직원·학생을 각각 3분의 1씩 반영하자고 주장했고, 직원 측에선 ‘직원 1인 1표’를 원했으나 결국 7:2:1로 정리됐다.

이번에도 투표 반영 비율을 둘러싼 ‘지분 다툼’이 치열하다. 직원협의회는 지난 7월 치러진 충북대 총장 선거(교수 66%·직원 24.5%·학생 9.5%)를 예로 들며 교수 비율 축소와 직원 몫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송완상 전북대 직원협의회장은 “과거 총장 후보들은 사실상 교수 중심으로 선거운동을 해왔다”며 “투표 반영 비율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인사의 불확실성 해소와 복지 확대 등 직원 목소리를 더욱 경청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양오봉 전북대 총장(오른쪽)이 지난 7월 20일 전북도청에서 이원택 전북지사(가운데)와 신승규 현대차그룹 RH PMO 부사장과 지역 성장엔진 연계 인재양성 및 공동연구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양오봉 전북대 총장(오른쪽)이 지난 7월 20일 전북도청에서 이원택 전북지사(가운데)와 신승규 현대차그룹 RH PMO 부사장과 지역 성장엔진 연계 인재양성 및 공동연구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
투표 반영 비율 ‘지분 다툼’ 치열

총학생회도 학생 반영 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협의 중이다. 류이노 전북대 총학생회장은 “학생 수는 교원·직원보다 압도적으로 많지만, 정작 배정된 투표 반영 비율은 너무 낮다”며 “총장이 대학 운영과 교육·취업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학생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교수회는 “교수의 투표 비중이 제일 높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단순히 교수 숫자가 많기 때문이 아니라 권한과 책임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 교수회에 따르면 교육공무원법과 고등교육법 등에는 교수·직원의 역할이 각각 규정돼 있다. 교수는 교육·연구·산학협력 등을 담당하고, 직원은 대학 운영에 필요한 행정을 지원하는 식이다.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회장이기도 한 한상욱 회장은 “학생도 중요한 대학 구성원으로서 일정한 투표권을 가져야 하지만, 세 집단에 똑같은 투표 권한을 주는 것은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전북대 교수회가 최근 5년간 전국 대학 총장 선거 사례를 분석한 결과 교원 대 비교원(직원·학생)의 투표 반영 비율이 8대2 정도가 돼야 특정 집단의 몰표에 의해 선거 결과가 왜곡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었다. 교수는 후보별로 표가 분산됐지만 직원이나 학생(대의원 투표 시)은 특정 후보에게 표가 몰리는 사례가 많았다는 게 이유다. 다만 8대2는 현재 교수회의 공식 요구안은 아니다.

전북대 피지컬AI 실증랩에서 연구진이 AI 로봇팔의 작동 방식을 조정하며 테슬라 차량 운전대 조립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장정필 객원기자

전북대 피지컬AI 실증랩에서 연구진이 AI 로봇팔의 작동 방식을 조정하며 테슬라 차량 운전대 조립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장정필 객원기자


━
“권한 나눠 먹기 경쟁 변질” 우려도

전북대 안팎에선 “총장 선거가 대학 발전을 위한 논의가 아니라 구성원 간 권한 나눠먹기 경쟁으로 변질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교수는 자기 학과나 출신 학교 위주로 판단하고, 학생은 장학금이나 동아리 지원금, 학생회 행사 지원에, 직원은 복지 혜택과 처우에 관심이 높을 수 있어서다.

일각에선 “총추위 구성이 지연되면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짧아져 후보자 간 비교와 검증 기회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교수회 측은 “후보들이 비공식적으로 교수·직원 등을 만나거나 이메일이나 글을 통해 자신의 공약과 비전을 알리고 있다”고 했다. 직원협의회 측은 “직원협의회 차원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보다 후보들을 대상으로 직원 요구 사항에 대한 의견을 묻고 후보별 답변을 공유할 계획”이라고 했다. 총학생회 측은 “후보들의 정책과 역량을 학생 눈높이에 맞게 정리해 제공하겠다”고 했다.

“총추위 구성의 법정 시한은 지났지만,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90일까지 연장할 수 있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당장 법적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는 게 대학 측 설명이다. 사실상 11월 16일이 총추위 구성의 마지노선인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이 지난 2월 27일 전북 군산시 새만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새만금 로봇·수소·AI 시티 투자협약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이 지난 2월 27일 전북 군산시 새만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새만금 로봇·수소·AI 시티 투자협약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
서울대 10개 만들기 등 과제 산적…후보 7명 거론

전북대가 마주한 외부 환경은 녹록지 않다. 전북대는 지난 1일 교육부가 발표한 ‘서울대 10개 만들기’ 1차 지원 대상 대학(부산대·전남대·충남대)에서 탈락하며 5년간 최대 3500억원 규모의 정부 지원금을 놓칠 위기에 놓였다. 글로컬대학30 사업의 성공적 안착, 남원 글로컬캠퍼스 조성, 현대자동차와 피지컬 AI(인공지능) 등 미래 첨단산업 연구 체계 구축 등 차기 총장이 풀어야 할 과제가 수두룩하다.

익명을 원한 전북대 관계자는 “대형 국책 사업을 따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학 경쟁력을 높여 우수 학생을 많이 유치하고 지역 발전에 기여할 인재를 양성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지역거점국립대 총장의 핵심 역할”이라며 “연간 수천억원의 재정 격차가 우려되는 엄중한 시기에 구성원들이 자기 이익만 좇아 선거 룰 다툼에 골몰하기보다 차기 총장의 정책 역량을 검증하는 선거판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현재까지 전북대 차기 총장 후보군으로는 김정문(조경학과)·백승우(농경제유통학부)·송양호(법학전문대학원)·윤영상(화학공학부)·이호(의학전문대학원 법의학교실)·조재영(생물환경화학과)·허강무(공공인재학부) 등 7명이 자천타천 거론된다.



김준희([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