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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삶과 목소리 지킴이, 위기 속 절실한 소수계 언론

Los Angeles

2026.09.23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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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지역 소수계 언론은 단순히 뉴스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언어와 문화, 가치관의 차이를 좁히고 이민자의 시각에서 사회의 흐름을 보여주는 ‘삶의 창구’ 역할을 한다.
 
이 같은 역할을 한 세기 동안 이어온 LA의 대표적 스페인어 일간지 ‘라 오피니온(La Opinion·사진)’이 창간 100주년을 맞았다. 〈관계기사 6면〉
 
스페인어 일간지 ‘라 오피니온’이 16일 창간 100주년을 맞았다. [웹사이트 캡처]

스페인어 일간지 ‘라 오피니온’이 16일 창간 100주년을 맞았다. [웹사이트 캡처]

 
라 오피니온은 1926년 멕시코 독립기념일에 첫 호를 냈다. 당시 LA에 존재했던 10여 개 스페인어 매체 가운데 지금까지 발행을 이어온 곳은 라 오피니온이 유일하다. 대공황과 멕시코계 주민 강제 추방, 중남미 이민 급증에 맞물린 반이민 정책까지, 라틴계 사회가 지나온 격변의 역사를 그들의 언어로 기록해 왔다.
 
언어 장벽에 막힌 라틴계 이민자들에게 이 신문은 지역 소식은 물론 구직, 주택 임대, 자동차 구매 정보까지 소수계에게 반드시 필요한 생활의 길잡이였다. 나아가 이민자 권리와 시민권 문제를 비중 있게 다뤘으며, 서류미비자에 대한 공공서비스를 제한하려 했던 가주 주민발의안 187 저지 운동에도 앞장섰다. 전국히스패닉기자협회(NAHJ)가 라 오피니온을 두고 “두려움 속에 살던 사람들의 목소리”라고 평가한 이유다.
 
수년 전부터 언론계에서는 지역 언론의 쇠퇴로 뉴스 접근성이 떨어지는 이른바 ‘뉴스 사막화(news desert)’가 주요 문제로 떠올랐다. 지역 언론사가 문을 닫거나 취재 인력이 줄면 주민들이 지역 현안을 접할 통로도 함께 줄어든다. 특히 주류 언론의 관심에서 벗어나기 쉬운 소수계 커뮤니티일수록 그 영향은 더 크다. 이들의 일상과 현안을 꾸준히 기록하고 공론화해온 소수계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이같은 행보는 미주 한인 언론의 역할과도 궤를 같이한다.
 
한인 언론은 미국의 정책과 제도를 한인 독자의 눈높이에서 풀어내고, 한국과 미국 사회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 이민 1세대에게는 낯선 제도를 이해하는 통로였고, 이후 세대에게는 한인사회의 역사와 정체성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됐다.
 
100년의 역사를 쓴 라 오피니온 역시 오늘날 엄혹한 생존의 벽에 직면해 있다. 한때 수백 명에 달했던 취재·제작 인력은 현재 50여 명 규모로 축소됐다. 소수계 언론이 처한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라 오피니온은 종이신문의 판형을 줄이는 동시에 디지털과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해 독자와의 접점을 넓히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은 한인 언론에도 남의 일이 아니다. 세대가 바뀌고 뉴스 소비 방식이 달라져도 공동체를 잇고 정체성을 이어가는 소수계 언론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100년 전 이민자의 언어로 첫발을 내디딘 라 오피니온의 역사가 오늘날 LA 소수계 언론에 던지는 메시지도 여기에 있다. 신문의 형태는 바뀔 수 있어도 커뮤니티와 함께하는 언론의 역할은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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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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