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에콰도르의 경기. 한국 두 번째 골을 넣은 손흥민이 첫 번째 골을 넣은 오현규와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로베르트 모레노(49·스페인) 감독이 한국축구대표팀 사령탑 데뷔전에서 완승을 거뒀다.
모레노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FIFA랭킹 32위)은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에콰도르(25위)를 3-0으로 완파했다. 후반 9분 오현규(베식타시), 후반 13분 손흥민(LAFC), 후반 40분 이동경(울산)이 릴레이골을 터트렸다.
스페인 대표팀 사령탑 출신 모레노 감독은 한국 대표팀 데뷔전에서 승리를 챙겼다. 한국축구는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후 처음 치르는 첫 평가전에서 이겼다.
처절한 실패를 겪은 북중미 월드컵과 비교해 압박, 라인 간격, 수비 가담이 나아졌다. 전반전만 놓고 보면 이강인(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 휴식차원에서 명단에서 제외돼 공격에서 번뜩이는 모습이 나오지 않아 0-0이었지만, 모레노 감독이 하프타임을 거쳐 공격에 변화를 준 끝에 3골을 만들어 냈다.
24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에콰도르의 경기. 골을 넣은 한국 손흥민(오른쪽)이 오현규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후반 9분 후방에서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찔러준 패스를 송민규(나시오날)가 속도를 그대로 살려주는 논스톱 패스로 돌려줬고, 오현규가 페널티아크 정면 부근에서 통렬한 중거리슛을 때렸다. 상대 맞고 살짝 굴절된 공이 골망을 흔들었다. 친정팀 수원 삼성의 홈구장 ‘빅버드’에서 무려 1426일 만에 골을 터트린 오현규는 코너 플래그 포스트를 차는 세리머니로 자축했다.
4분 뒤 주장 손흥민의 발끝이 불을 뿜었다. 왼쪽 측면 슈팅 각도가 좁은 곳에서 프리킥 키커로 나선 손흥민이 다이렉트로 오른발 감아차기슛을 반대편 그물에 꽂았다. 환상적인 프리킥골을 터트린 손흥민은 두 팔을 벌리고 환하게 웃은 뒤 찰칵 세리머니도 펼쳤다. A매치 57호골을 터트린 손흥민은 차범근이 보유한 한국남자축구 최다골(58골)에 단 한 골 차로 다가섰다.
후반 40분에는 김봉수(대전)의 침투패스를 받은 이동경이 침착하게 쐐기골까지 터트렸다.
24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에콰도르의 경기. 한국 모레노 임시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선임된 모레노 감독은 지난 14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4-4-2 포메이션을 쓰겠다고 공언한대로 손흥민과 오현규를 투톱으로 내세웠다. 올 시즌 K리그1 선두 FC서울에서 좌우 날개로 뛰며 활동량이 많고 수비가담이 좋았던 송민규과 정승원(서울)을 먼저 내보냈다. 중앙 미드필더로는 이재성(마인츠)과 박진섭(저장)을 배치했다.
양쪽 풀백에 오버래핑이 좋은 조현택(울산)과 설영우(아우크스부르크)를 배치했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과 이한범(클럽 브뤼헤)이 센터백 듀오로 나섰고,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도쿄)가 꼈다.
소속팀 일정으로 대표팀 합류가 늦었던 이강인과 황인범(포르투), 조규성(미트윌란)은 휴식 차원에서 명단에서 제외됐다.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팀 에콰도르는 모이세스 카이세도(첼시) 등 일부 주전이 빠졌으나, 닐손 앙굴로(선덜랜드)과 윌리안 파초(파리생제르맹) 등이 선발로 나섰다.
24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에콰도르의 경기. 골을 넣은 한국 오현규가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반전에는 압박과 라인 유지가 비교적 잘 이뤄졌지만, 공격에서 디테일한 부분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4-4-2 포메이션을 쓰다보니 중원에서 숫자가 부족한 면이 있었고, 반대편을 향한 전환 패스로 잘 나오지 않았다. 정승원과 이재성이 공수를 부지런히 오갔지만 전반은 0-0으로 끝났다.
에콰도르 선수들은 거친 플레이로 전반에만 옐로카드 4장을 받았다. 한국 박진섭에 이어 이한범도 상대의 거친 신경전에 휘말려 경고를 받았다. 모레노 감독도 검정 재킷을 벗어던지고 반팔만 입고 열정적으로 지시를 했다. 상대팀 마르셀로 가야르도 감독 데뷔전인 만큼 에콰도르 선수들도 전력을 다하면서 경기가 과열됐다.
24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에콰도르의 경기. 한국 모레노 임시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레노 감독은 하프타임을 거쳐 잘 풀리지 않았던 공격을 다듬었다. 투톱으로 내세운 오현규와 손흥민이 연달아 골맛을 봤다. 후반 25분 실점 위기는 김승규의 수퍼 세이브와 설영우의 수비 가담으로 막아냈다.
모레노 감독은 김민수(레인저스), 김봉수(대전) 등 새얼굴을 대거 교체투입하면서 실험을 이어갔다. 교체로 들어간 이동경까지 골맛을 봤다. 4-4-2 포메이션의 핵심인 중앙 미드필더 이재성이 공수를 오가면서 밸런스를 잘 맞췄다.
추석 연휴 첫날인데도 3만3953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한국축구 임시 지휘봉을 잡은 모레노 감독은 이날 에콰도르전을 필두로 11월까지 A매치 총 6경기를 갖는다. 결과와 내용에 따라 내년 1월 아시안컵까지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모레노호의 다음 평가전은 28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우루과이전이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선수들의 압박 체계와 간격 유지가 상당히 준수하게 올라왔음을 볼 수 있었던 경기였다. 첫 경기임에도 감독 교체 용병술과 교체 타이밍도 만족스러웠다. 선수층을 폭넓게 활용하면서 테스트와 세대교체 발판을 잘 놓기 시작했다고 본다”고 긍정적으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