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중국어까지 쓴 트럼프의 최고환대…習의 답은 “투키디데스 함정”

중앙일보

2026.09.24 12:26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어 ‘공합(工合)’이라는 말까지 써가며 중국과의 친분을 강조했지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으로 답했다. 기존의 강대국이 신흥 강국의 성장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무력 충돌을 뜻한다.
현지시간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백악관 블루룸 발코니에 새로 마련된 헬기 착륙장에서 나란히 서서 열병식을 관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현지시간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백악관 블루룸 발코니에 새로 마련된 헬기 착륙장에서 나란히 서서 열병식을 관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는 11년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국빈방문에 대해 “트럼프가 성대한 환영 행사를 통해 시 주석을 맞이했지만, 두 정상은 상반된 어조를 보였다”며 “이번 회담은 화려한 의식으로 가득했지만, 실질적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
공항 의전 이어…환영식선 ‘중국어’까지


트럼프는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시 주석 부부를 위한 국빈 환영식 연설에서 “(양국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광활한 대양과 엄청난 거리, 수많은 차이를 넘어 양국 국민을 연결했다”며 “심지어 2차 세계대전에서는 동맹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직접 배웅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직접 배웅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는 “2차 대전에서 함께 싸우며 이룬 위대함을 보라”며 1941∼1942년 중화민국의 항일전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이 파견한 조종사 부대 ‘플라잉 타이거스(Flying Tigers·중국명 비호대)를 언급했다. 이어 중국어 공합에서 나온 ‘겅호(Gong-ho)’를 언급하며 “미 해병대가 중국인과 만난 경험은 오늘까지도 쓰는 겅호를 채택한 계기가 됐다”고 했다. 공합은 중국이 일본의 침략에 맞서기 위해 만든 군수물자 생산 협동조합으로, 미국에선 ‘겅호’라는 발음으로 정착돼 ‘대단한 열의, 용맹’이라는 뜻으로 지금까지 활용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가 24일(현지시간) 백악관 남쪽 현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펑리위안 여사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가 24일(현지시간) 백악관 남쪽 현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펑리위안 여사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그간 중국을 적대시하며 글로벌 패권 경쟁을 강조해온 트럼프가 중국어까지 사용해 ‘동맹’을 직접 언급한 것은 전날 1시간을 공항에서 기다리며 벌인 극히 이례적 공항 영접에 이은 최고 수준의 예우이자, 중국에 대한 최대치의 우호감을 표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지난 3월 동맹국인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에게는 면전에 “일본은 왜 진주만(공습)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느냐”며 양국 관계에서 금기로 여겨졌던 진주만을 언급하며 회담 분위기를 얼어붙게 만들기도 했다.


━
“농민 위해 노력”…中기업은 보이지 않아


트럼프는 이날 연설에서 “양국은 미국 농민과 목장주를 위한 새로운 시장 접근을 포함해 더욱 균형 잡힌 무역 관계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국과의 무역 갈등으로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는 자국 농민들을 의식한 말이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인 농민들은 중국의 대두 수입 제한으로 수출길이 막힌 상황에서, 이란전쟁의 여파로 디젤유와 비료 가격 급등이 이어지면서 급격한 표심 이탈 현상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을 국빈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을 국빈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는 또 “시 주석과 나는 양국이 직면한 문제들에 협력해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며 5월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미·중 무역위원회’ 구성을 언급했다. 무역위원회는 300억 달러 규모의 비민감 품목 관세 철회를 협의하는 기구다. 사실상 핵심 경제 정책인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을 우회하기 위한 장치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전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달 10일 종료되는 양국간의 ‘관세 휴전’의 연장 기한이 2개월에 그쳤다고 밝혔다. 당초 백악관에선 휴전이 1년간 연장될 거란 관측이 나왔지만 기간이 대폭 줄었다. 베센트는 연장 기간에 ‘더 큰 규모의 합의’를 이뤄낼 가능성에 대해서도 “모르겠다. 현 합의를 그대로 연장하게 될지도 확실하지 않다”며 이번 회담의 핵심 쟁점인 무역문제와 관련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을 국빈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백악관에서 양자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을 국빈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백악관에서 양자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BYD, CATL, 샤오미 등 중국 기업의 경영진이 방미에 동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지만, 방미단엔 대미 투자 가능성이 제기됐던 기업인 대신 경제와 무역 정책을 담당하는 관료들이 대거 포함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기업의 대미 투자를 둘러싼 이견이 기업인 대표단 구성에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
習, ‘두 대국’ 강조하며 “투키디데스의 함정”


트럼프의 환대를 받은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두 대국’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중국이 미국에 버금가는 ‘G2 국가’로서의 위상을 공식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양국이 충돌·대립하지 않는다는 마지노선을 반드시 지켜야 하고, 두 대국이 이 지구상에서 올바로 공존한 길을 갈 수 있다”며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을 국빈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담을 마치고 백악관을 떠나는 차량 앞에서 그를 배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을 국빈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담을 마치고 백악관을 떠나는 차량 앞에서 그를 배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시 주석은 5월 회담 때는 “미·중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뛰어넘어 대국 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날 발언은 4개월만에 재개된 회담에서 중국의 위상을 더 높이며 “(함정을)뛰어넘을 수 있다”고 스스로 답한 의미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이와 관련 “중국이 개방한 큰 문은 항상 열려있으며, 미국 기업의 중국 투자를 환영한다”며 관세를 동원해 시장을 틀어막고 있는 트럼프와 상반된 개방 의지를 피력했다. 동시에 “미국이 중국 기업을 공평하게 대우하며, 함께 협력 리스트를 늘리고 문제 리스트는 줄이기를 바란다”라며 오히려 자유무역 확대와 상호 공정한 경쟁을 내세우기도 했다.

트럼프의 초강경한 이민정책과 관련해서도 “향후 5년간 미국 청소년 10만명을 중국으로 초청해 교류·학습하겠다”며 오히려 문호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이언트 판다 2마리가 미국 동물원에서 미국인들과 만나게 될 것이라며 ‘판다 외교’의 확대도 약속했다. 현재 미국에는 워싱턴 스미소니언 국립동물원에 2마리, 샌디에이고 동물원에 2마리 등 총 4마리의 판다가 있다.
현지시간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도중 워싱턴 백악관 인근에서 '푸' 의상을 입은 시위대가 중국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현지시간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도중 워싱턴 백악관 인근에서 '푸' 의상을 입은 시위대가 중국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시 주석은 그러면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실현하는 것은 병행해도 모순되지 않는다”며 “손을 잡고 더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자”고 덧붙였다.


━
‘언론통제’에 생중계 불발…“中언론이 가장 우호”


이날 회담은 미국에는 생중계되지 않았다.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내린 CNN·MS Now·폴리티코에 대한 백악관 출입금지 조치에 반발한 언론사들이 중계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NYT는 “경쟁관계에 있는 초강대국과의 정상회담은 정규 방송을 중단하는 것이 관례였다”며 “이날 생중계 불발은 매우 충격적이고 상징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현지시간 23일 백악관 경내에 설치된 방송사 부스가 비어 있다. 24일 미중 정상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적인 언론사에 대한 출입금지 조치에 반발한 언론사들의 결정에 따라 생중계되지 않았다. 법원은 이날 백악관에 금입금지된 언론사들의 백악관 출입제한 조치를 해제할 것을 긴급 명령했다. AFP=연합뉴스

현지시간 23일 백악관 경내에 설치된 방송사 부스가 비어 있다. 24일 미중 정상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적인 언론사에 대한 출입금지 조치에 반발한 언론사들의 결정에 따라 생중계되지 않았다. 법원은 이날 백악관에 금입금지된 언론사들의 백악관 출입제한 조치를 해제할 것을 긴급 명령했다. AFP=연합뉴스


백악관 풀 기자단에 따르면 이날 정상회담 중 트럼프는 중국 언론을 향해 “중국 언론들이 가장 우호적”이라는 말을 했다.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올해 미국의 언론자유지수는 64위를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로 하락했다. 트럼프가 우호적으로 평가한 중국의 언론자유지수는 178위다. 언론이 완전히 통제된 북한(179위)보다 불과 한 계단 높다.

한편 컬럼비아특별구(DC) 연방지밥법원은 이날 출입금지 조치를 당한 3개 언론사가 제기한 출입금지 해제 요청에 대해 임시제한명령을 내려 백악관 출입 권한을 복원하도록 명령했다. 백악관은 법원의 명령에 대해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
“멜라니아 여사가 주도한 국빈 만찬”


한편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시 주석과 펑리위안 여사를 위한 국빈 만찬을 개최한다. 백악관은 멜라니아 여사가 주도한다며 재차 예우를 강조했다. 백악관은 미국산 식재료에 중국적 요소를 가미해 양국의 전통을 한데 어우러지게 했다고 설명했다.

현지시간 24일,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스미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을 방문한 중국의 펑리위안 영부인과 미국의 멜라니아 트럼프 영부인. 로이터=연합뉴스

현지시간 24일,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스미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을 방문한 중국의 펑리위안 영부인과 미국의 멜라니아 트럼프 영부인. 로이터=연합뉴스

만찬에는 미국산 스파클링 와인인 슈램스버그 ‘블랑 드 누아’를 곁들인 건배로 시작된다. 이 와인은 1972년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베이징에서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와 나눈 ‘평화를 위한 건배’(Toast to Peace)에 사용됐던 것이다.

첫 번째 코스로는 허브에 볶은 야생 버섯과 판체타(염장 돼지고기)를 곁들이고 파기름을 두른 노란 호박 수프(벨루테)가 제공된다. 두 번째 코스에는 볶은 참깨를 얹은 농어 요리에 어린 청경채와 구운 가지, 허브로 만든 소스를 곁들인 요리가 나온다. 후식으로는 체리 콩피를 채운 바닐라 크림을 호두로 만든 프랑지판(견과류 크림) 위에 올리고 백악관에서 수확한 꿀로 만든 아이스크림이 제공된다.



강태화([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