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데뷔했을 때 10살(이었던 팬)이 50살, 20살이 60살이 돼서 아들, 손주와 함께 ‘네버엔딩 스토리’ ‘아마추어’ 부를 때 정말 뿌듯하죠.”
데뷔 40주년을 맞은 가수 이승철이 지난달 1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녹화한 2026 KBS 2TV 한가위 대기획 ‘당신의 삶은 네버엔딩 스토리-이승철’ 콘서트가 24일 밤 7시30분부터 10시까지 방영됐다. 그는 40년간 노래를 하며 가장 좋았던 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처럼 세대를 뛰어넘는 히트곡들이 두 시간 반 동안 흘러나왔다. 첫 곡은 그가 록 밴드 ‘부활’의 두 번째 보컬로 데뷔했던 1986년에 부른 ‘희야’. 현장에 모인 관객은 1만 2000명은 리프트를 타고 공중에서 등장한 이승철에게 환호를 보냈다. 이승철 역시 오른손을 왼손 가슴을 얹은 채 연신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까지 두 곡을 이어 부른 뒤 이승철은 “올해 제가 데뷔 40주년인데,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좋은데 ‘벌써 그렇게 됐나’ 싶다”며 시원섭섭한 소회를 전했다.
힘들이지 않고 완벽한 고음을 시원하게 내지르는 가창력은 여전했다. “천생 가객”(임진모 평론가), “보컬의 절대기준”(김형석 작곡가), “라이브의 황제”(강헌 평론가)이라는 평가다웠다. 그 역시 자신의 장점을 아는 듯했다. ‘마지막 콘서트’의 후렴구 “밖으로 나가버리고” 부분을 부를 땐 반주 없이 끝음을 수초 간 길게 내뱉으며 관객의 탄성을 자아냈다. 고음에서도 좀체 큰 제스쳐를 취하지 않는 그도 ‘추억이 같은 이별’ 같은 노래를 부를 땐 허리를 뒤로 꺾는 쇼맨십을 보여주기도 했다.
히트곡은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 방송 3부에서 청바지로 환복한 그는 원곡보다 빠르게 편곡한 ‘마이러브’를 부르며 등장했다. 그가 “에브리바디 스탠드업(모두 일어나)”을 외치자 순식간에 일어선 관객들은, 뒤이어 이승철이 부른 ‘방황’ ‘오늘도 난’ ‘소녀시대’ 등 댄스 히트곡을 함께 즐겼다. 이승철은 리듬이 다소 흔들리는 와중에도 정확한 음정을 놓지 않으며 콘서트를 이끌었다.
이날 무대에 함께 선 밴드, 합창단, 오케스트라 역시 콘서트의 완성도를 높였다. 30명의 현악 연주자들을 공연 시작부터 웅장함 사운드를 연출했다.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 출신 댄서 효진초이와 리헤이는 ‘소녀시대’ 무대에 크루들과 함께 서 힘을 보탰다.
24일 밤 7시30분 한가위 대기획으로 방영된 이승철 콘서트 갈무리. [사진 KBS]
화룡점정은 게스트로 등장한 배우 박보검이었다. 박보검은 이승철의 35주년 스페셜 앨범에 수록된 곡이자 직접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던 ‘내가 많이 사랑해요’를 피아노로 치며 등장했다. 박보검의 담백한 보컬과 피아노 연주로 시작된 무대에 이승철이 합류하면서 감성적인 듀엣 무대가 완성됐다. 노래가 끝난 뒤에도 박보검을 향한 관객들의 함성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이를 지켜보던 이승철은 “이럴 줄 알았다. 주객이 전도된 것 같고 노래를 아무리 잘해봐야 소용없다”라는 장난스러운 멘트로 객석을 폭소케 했다.
‘말리꽃’ ‘인연’을 끝으로 무대에서 내려온 이승철은 “40년 동안 노래를 부르다 보니 제 노래가 이제는 저만의 노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는 첫사랑을, 또 누군가에게는 젊은 시절 사랑했던 사람과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지 않나”라며 “오늘 공연이 여러분과 함께 추억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