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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곳보다 치료 복잡하다…‘침묵의 장기’ 노리는 암 정체 [가족 건강 챙기기]

중앙일보

2026.09.24 14:00 2026.09.2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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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환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가운데)가 간 절제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정동환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가운데)가 간 절제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추석 연휴, 가족들이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눌 때 빠지지 않는 주제가 건강입니다. 특히 건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제가 바로 사망 원인 1위인 암입니다. 전 생애에 걸쳐 내 건강을 위협하는 불청객이자 최대 관심사이기도 합니다. 중앙일보가 서울아산병원 의료진 도움말을 받아 국가 검진이 이뤄지는 5개 암(위·대장·간·유방·자궁경부)의 예방·치료법 등을 연재합니다. 세번째는 정동환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가 말하는 간암입니다.

64세 이모씨는 B형 간염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특별한 증상이 없어 따로 검사 받지 않았다. 평소 생활에 불편함이 없었고, 복통·황달 등도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받아본 복부 초음파 검사 결과 간에서 이상 신호가 잡혔다. 추가로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를 거쳐 받아든 진단은 ‘간암’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비교적 일찍 발견된 데다 간 기능도 수술을 견딜 수 있는 상태여서 간 일부만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씨 사례에서 드러나듯 간암은 다른 암과 다른 특징이 있다. 대부분 B형·C형 간염, 알코올성 간질환 등의 만성 간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간암 환자는 간암 재발뿐 아니라 원래 갖고 있던 간질환에 따른 간 기능 악화로 숨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간암은 암의 크기, 진행 정도 외에 환자의 간 기능까지 함께 고려해 치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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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왜 생길까

간암은 대개 이미 병들어 있는 간에서 발생한다. 대표적인 위험 요인으로 B형 간염, C형 간염, 과도한 음주에 따른 알코올성 간질환, 간경변(간이 딱딱하게 굳는 질환)이 꼽힌다.

특히 한국에선 B형 간염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예전엔 어머니로부터 아이에게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수직감염이 많았지만, 출생 직후 예방접종 등이 보편화하면서 젊은 세대 감염이 크게 줄었다. 다만 B형 간염은 간경변으로 진행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간암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과도한 음주도 간을 위협한다. 오랫동안 과음하게 되면 알코올성 간염과 간경변으로 진행할 수 있고, 간암 발생 위험이 커진다. 비만과 대사증후군에 따른 지방간도 조심해야 한다. 일부 환자는 지방간이 지속적인 간 손상과 간 섬유화, 간경변 등으로 악화하면서 간암 가능성까지 커진다.
지난달 서울 시내 대형마트 내 주류 판매대에 소주와 맥주 제품들이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서울 시내 대형마트 내 주류 판매대에 소주와 맥주 제품들이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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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과 진단은

간은 흔히 ‘침묵의 장기’라고 부른다. 암이 생겨도 초기에는 별다른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상함을 느껴 병원을 찾았을 땐 이미 암이 진행됐거나 기저 간질환이 악화해 있곤 한다.

간암이 커지면 오른쪽 윗배에서 통증이나 불편감이 나타날 수 있다. 드물게 덩어리가 만져지기도 한다. 복수와 황달, 의식 저하, 식도정맥류 출혈 등도 동반될 수 있다. 다만 이런 증상은 암 자체보다는 기존 간경변이 악화하면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간암은 뚜렷한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기보단 고위험군 중심으로 정기 검사를 통해 조기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 만성 B형·C형 간염 환자, 간경변 환자는 간암 발생 위험이 높기 때문에 6개월마다 간 초음파 검사, 혈액을 이용한 알파태아단백(AFP) 검사를 받는 게 권고된다.

국가암검진도 40세 이상 간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6개월 단위로 이러한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다만 국가암검진 연령에 해당하지 않아도 간암 위험이 높은 환자는 전문의와 상의해 일찍부터 정기 검사를 받아야 한다.

간암은 위암·대장암과 달리 반드시 조직 검사를 거쳐 진단하진 않는다. 간암 고위험군은 조영제를 사용하는 CT·MRI(자기공명영상)에서 특징적인 영상 소견이 확인되면 조직 검사 없이도 간암으로 진단받을 수 있다. 다만 영상 검사만으로 진단이 명확하지 않을 땐 추가 영상 검사나 조직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간동맥화학색전술 설명. 자료 서울아산병원

간동맥화학색전술 설명. 자료 서울아산병원

간암 고주파열치료술 설명. 자료 서울아산병원

간암 고주파열치료술 설명. 자료 서울아산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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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위해선

간암 치료는 다른 암보다 복잡하다. 암의 크기와 개수, 혈관 침범 여부, 다른 장기로의 전이 여부만 살피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환자의 간 기능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 같은 병기의 간암이라도 환자의 간 기능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치료가 달라진다. 또한 환자의 전신 상태, 동반 질환 등도 치료법 결정에 중요한 요소다.

간암 치료에는 ▶간 절제술 ▶간이식 ▶고주파열치료 등 국소치료 ▶경동맥화학색전술 ▶방사선치료 ▶전신항암치료 등이 있다. 만약 간 기능이 충분히 유지되고, 암을 수술로 제거할 수 있다면 간 절제술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간암 제거뿐 아니라 수술 후 남은 간이 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함께 판단해야 한다. 최근엔 복강경·로봇을 이용한 최소침습 간 절제술도 시행된다. 이는 수술 상처와 통증을 줄이고 회복을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간은 일부를 절제해도 다시 자라는 재생 능력이 뛰어난 장기다. 하지만 간경변이 심할 경우엔 재생 능력이 떨어져 무리하게 절제한 뒤 간 기능이 크게 약화할 수 있다. 이처럼 간 기능이 좋지 않아 절제가 어렵거나 간암과 기저 간질환을 같이 치료해야 하는 환자는 간이식을 고려할 수 있다. 간 자체를 아예 건강한 간으로 바꾸는 셈이다.

이는 간암과 그 배경에 있는 간경변까지 동시 치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모든 환자가 간이식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또한 간이식 후에도 기존 암세포가 체내에 남아 있으면 간암이 재발할 우려가 있다.

수술이 어려운 작은 간암에는 고주파열치료 같은 국소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간동맥을 통해 암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을 찾아 항암제를 투여하고 혈류를 차단하는 경동맥화학색전술도 대표적인 간암 치료법으로 꼽힌다. 간암이 주요 혈관을 침범했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돼 수술이나 국소치료가 어려울 땐 전신항암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간암은 치료 후에도 재발 위험을 조심해야 한다. 암을 성공적으로 제거해도 몇 년 내에 남은 간이나 다른 장기에서 재발할 수 있다. 간염·간경변 등 암을 발생시킨 간의 기저 질환이 남아서 새로운 간암을 부추기기도 한다. 이 때문에 간암 치료를 했더라도 기저 간질환을 꾸준히 관리하고, 정기적인 추적 검사도 받아야 한다.
정동환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 사진 서울아산병원

정동환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 사진 서울아산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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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은 어떻게

간암 치료까지 가지 않도록 사전에 막는 게 중요하다. 우선 B형 간염은 예방접종으로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이미 B형 간염에 걸렸다면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고, 필요하면 항바이러스 치료로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해야 한다. 이는 간 손상 진행을 막고, 간암 발생 가능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C형 간염은 B형과 달리 백신이 없지만, 최근 개발된 항바이러스제를 통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간염 치료 후에도 이미 간경변이 발생한 환자는 간암 발생 위험이 남아있어 정기 검사가 필요하다.

과음을 피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해 비만·대사증후군을 관리하는 것도 좋은 예방법이다. 그러나 간에 좋다는 이유로 검증되지 않은 건강보조식품 등을 무분별하게 섭취하는 건 오히려 간 건강을 해치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특정 음식이나 건강식품에 의존하기보단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음주를 자제하는 게 더 중요하다.

결국 꾸준한 검사로 간암을 빠르게 발견하고, 만성 간질환을 계속 관리해 간 기능을 유지하는 게 간암의 예방·치료 성적을 높이는 핵심이다.



정종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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