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조들은 세상의 모든 본질을 하나로 보았다. 너와 나라는 이분법을 넘어 우리라는 사랑의 울타리 안에서, 육신은 늙어 자연으로 돌아가되 자손과 공동체에 이어진 생명과 정신은 영원하다는 영생과 조화의 진리를 간직해 온 것이다.
인간은 결코 홀로 존재할 수 없으며, 자신이 속한 공동체라는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나무와 같다. 우리 민족이 지켜온 공동체적 영성은 오늘날 세계가 필요로 하는 인간 존중과 공생의 철학이다. 선조들이 보여준 이러한 지혜와 의식은, 물질적 풍요 속에서 방향을 잃어가는 문명사적 위기 앞에서 더욱 절실하게 요구된다.
자신의 뿌리와 문화를 스스로 낮춰보는 민족 허무주의와 사대주의는 자주적인 삶을 가로막는 병폐다. 자신의 뿌리를 부정하는 이들에게서 공동체를 향한 진정한 책임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마음의 방황을 겪는 현대인에게, 삶의 중심을 잡아줄 성숙한 정신문화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것은 물질적 풍요를 뒷받침할 사상 문화와 정치 수준의 낙후 때문이다. 각 국가에서도 권력을 독점하려는 정권 쟁탈전과 폭력이 자행되며 극심한 이기주의가 팽배해 있다. 이제는 인간 존엄과 공감을 기반으로 제도적 개선과 함께, 소외된 인간을 구원하고 심신 조화의 정신을 바로 세워야 한다.
늘어난 인간의 수명 역시 단지 생존 기간의 연장이 아니라, 공동체 발전에 기여할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진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소비에만 머무는 삶은 무의미하고 무료할 뿐이다. 의식주를 가능하게 해준 수많은 사람의 협력에 감사하고, 타인과 협동하고, 양심에 따라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삶을 살 때 비로소 참된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
우리 선조들은 홍익인간, 재세이화 사상을 바탕으로, 모든 사람과 사회를 널리 이롭게 하며 이치에 맞게 세상을 다스리고자 했다. 이는 개인의 삶과 창의성이 타인 및 공동체의 안녕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 아래, 상생의 사회를 만들어 가려 한 노력이었다. 독창적인 창제 원리와 애민 정신이 집약된 한글도 겨레의 소중한 문화적 유산이다.
개인의 운명을 공동체, 나아가 인류의 삶과 연결하여 사회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통일을 이루는 든든한 토대가 될 것이다.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부심은 단순한 관념에 머물지 않고, 남북 간 체제 격차와 복잡한 국제정세라는 현실적 난제를 극복하며 북한 동포의 인권 회복과 평화통일로 나아가는 제도적, 외교적 노력의 든든한 정신적 토대가 될 수 있다.
인도의 시인 타고르가 노래한 “동방의 밝은 빛”이 다시 켜질 날이 가까워졌다. 세계를 밝히는 등불이 된다는 것은 도덕적, 문화적 리더 국가가 된다는 의미다. 이는 국가와 인종, 빈부, 종교 간 갈등을 화해시키는 조정자이자, 개인과 사회의 이익을 조화롭게 발전시키는 모범 국가로 나아가는 길이다. 자주적인 역사관과 인간을 중심에 놓는 K-사상으로 인류를 구원할 동방의 빛을 다시 밝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