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나 저희 부모님 혹은 아이가 ‘소셜’을 받으면 어떻게 되나요? 나중에 문제가 되거나, 추방되는 것 아닌가요?”
최근 한인들이 자주 묻는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소셜’이란 정부 생계보조금(SSI)이나 장애수당(SSDI)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질문을 하는 분 중에는 시민권자니 영주권자도 있다.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거칠게는 다음과 같이 답할 수 있다. “복지 혜택을 받는다고 영주권, 시민권이 자동으로 거부되는 것은 아닙니다. 더구나 시민권자는 아무 걱정을 하실 필요 없습니다. 인종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도움이 필요한 시민권자는 당연히 정부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질문이 많아진 이유는 9월 18일부터 시행된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공적부조(Public Charge)’ 규정 때문이다. 앞으로 이민국 심사관이 영주권 신청서를 점검할 때, 신청자가 “정부 지원에 주로 의존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라”고 지침을 내린 것이다. 소득, 건강, 나이, 가족 구성, 복지 이용 전력 등을 고려하는 폭넓은 재량권이 심사관에게 주어진다. 폭넓은 재량권을 준다는 것은 영주권, 이민심사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 규정이 실제로 적용되는 대상은 제한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업수당 등 납세 이력이 있어야 받는 혜택은 ‘공적 부조’에 해당하지 않는다. 난민, 망명 승인자, 가정폭력 피해자도 적용 대상에서 빠진다. 영주권 갱신이나 시민권 신청도 마찬가지다. 캘리포니아주의 공립학교 등에서 시행되는 무상급식 역시 공적부조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모든 예외 조항은 법률 지식이 있어야 이해할 수 있다. 이민 전문 변호사를 찾아가 물어볼 만한 여유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럴만한 여유가 없는 많은 이민자는 ‘불필요한 공포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현재 비시민권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미성년 시민권자는 46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미국 시민권자로서 필요하면 생계보조와 의료혜택을 누릴 ‘권리’가 있다. 그런데 비시민권자 부모는 자녀가 복지혜택을 받게 될 경우 자신의 영주권 신청에 불이익이 된다는 ‘공포’를 갖고 있다. 시민권자 자녀가 받는 혜택이 부모의 이민 심사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불확실성 앞에서 공포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다.
스탠퍼드대 조기아동센터의 조사는 이미 ‘공포’가 많은 이민자 가정에 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사 대상 부모의 58%가 자녀가 두려움과 불안을 겪고 있다고 답했고, 49%는 학교 결석 등 어려움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더군다나 이 조사는 새로운 공적부조 규정이 시행되기 전에 진행된 것이다. 바로 트럼프 행정부가 노리는 이민자 ‘공포’ 효과다.
이것은 개인의 선택처럼 보이지만, 실은 공포가 강제하는 퇴장이다. 그리고 그 퇴장의 비용은 결국 공동체 전체가 치르게 된다. 치료받지 못한 환자, 지원받지 못한 아이, 연결되지 못한 이웃, 이민자를 솎아내려는 정책이 역설적으로 미국 사회 전체의 건강 비용과 교육 격차를 키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공적부조 규정’인지 궁금한 이유다.
롭 본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을 비롯한 22개 주 법무장관과 워싱턴DC가 최근 새로운 ‘공적 부조’ 규정에 맞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결과는 예측할 수 없지만, ‘공적부조 규정’은 반드시 저지되어야 한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치료 대신 공포를 주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