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 대해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새로운 미·중 관계를 언급하며 “존중과 공정성, 상호주의를 바탕으로 한 전략적 안정을 지향하는 건설적 관계가 될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립문서보관소를 방문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시 주석은 이번 회담 내내 미국과 중국을 '두 대국'이라고 지칭하며 중국을 미국과 대등한 G2 국가라는 점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시 주석이 트럼프와 악수를 나누면서도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자신의 손이 위로 향하도록 위치시키는 모습도 엿보인다. AFP=연합뉴스
트럼프는 정상회담 내내 레드카펫을 깔아 예우를 보였다.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까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의 이례적인 대접었지만, 현지 언론들은 중국이 가진 막강한 협상 카드인 희토류를 넘어설 카드가 없는 트럼프가 거둔 성과에 대해 비판적 평가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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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안 제시 없이 “커다란 진전 이뤘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부부 동반 차담에서 “우리는 엄청난 진전을 이뤘고 양국 모두에 매우 긍정적이고 큰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농민들도 매우 기뻐할 것이고, 매우 긍정적인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25일(현지시간) 백악관 접견실인 '레드룸'에서 차담을 나누고 잇다. AP=연합뉴스
백악관 역시 전날 정상회담에서의 대화 내용은 물론, 이번 회담의 성과에 대한 별도 자료를 내지 않고 있다. 회담 직후 시진핑의 발언을 정리해 공개한 중국과는 차이가 났다.
시진핑은 구체적 성과 대신 미·중 관계 설정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트럼프)대통령과 나는 중·미 관계라는 거대한 배의 항로를 설정하는 두 사람 같다”며 지난 5월 베이징 정상회담 때 합의한 ‘전략적 안정의 건설적 미·중 관계’를 언급했다. 그런 뒤 “이번엔 그 비전에 새로운 내용을 더하기로 합의했다”며 “이 관계는 존중, 공정성, 상호주의를 바탕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역시 구체적 합의안에 대해선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그의 발언은 이번 회담을 통해 사실상 중국의 위상을 미국과 동등한 수준으로 격상하는 내용의 합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5일(현지시간) 백악관 레드룸에서 진행된 차담에서 발언하고 잇다. EPA=연합뉴스
시진핑은 이어 “올해 남은 기간 우리가 만날 기회가 두차례 더 있다”면서 11월 중국 선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미 플로리다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거론했다. 그럼녀서 “나는 대통령과 영부인의 중국 방문을 환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초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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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의전’ 논란에도 사흘 내내 ‘레드카펫’
시진핑의 국빈방문 마지막날 일정인 차담은 ‘레드룸’이라고 불리는 백악관 접견실에서 진행됐다. 벽지와 가구 등이 붉은색으로 꾸며져 있어 붙은 이름으로, 붉은색이 행운을 부른다는 중국의 전통을 배려한 장소 선정으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립문서기록관리청 앞에 먼저 나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는 사흘 간의 국빈방문 내내 시진핑 부부에게 레드카펫을 깔아 영접했다. 트럼프는 방문 첫날인 23일엔 도착 1시간 전부터 메릴랜드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나가 시진핑을 영접했고, 정상회담 당일엔 회담을 마친 뒤 백악관에서 붉은색 소품들을 배치한 국빈만찬을 베풀었다.
이날도 붉은색 연접실에서 차담을 마친 트럼프는 백악관 인근 국립문서기록관리청으로 이동해 시진핑 부부와 마지막 일정까지 함께했다.
이곳은 미국 정부의 핵심 공문서와 기록 유산을 보존해 일반에 공개하는 연방 기관으로, 미국의 독립선언서와 미국 헌법, 권리장전 등 미국 건국과 역사, 정체성을 대표하는 3대 핵심 문서 원본이 전시된 ‘민주주의의 성지’로 여겨진다. 사회주의의 선두 국가인 중국 정상에게 미국 민주주의의 우월성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인 25일(현지시간) 사흘간의 국빈 방미 일정을 마치고 메릴랜드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전용기 편으로 귀국길에 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다만 이날 11시 54분에 시작된 관람은 12시 4분에 종료됐다. 관람시간은 10분에 불과했다. 10분간의 관람을 마친 시진핑 부부는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로 이동해 마지막까지 레드카펫을 밟고 전용기에 올라 중국으로 출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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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 가진 시진핑…“기울어진 운동장”
전문가들 사이에선 두 정상이 관계 안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는 점을 평가하면서도, 이번 회담의 성과는 무역과 인공지능(AI), 대만, 이란 문제 등 핵심 현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불안전한 휴전’의 연장에 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도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보좌관을 지낸 에드가드 케이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석좌는 이례적 의전에 주목하면서 “단순한 휴전을 넘어 양국 관계를 안정시키려는 의지”라며 “트럼프가 시진핑과의 강력한 관계 구축을 양국간의 관계 안정의 수단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반면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를 지낸 토머스 크리스텐슨 컬럼비아대 교수는 “일종의 휴전 상태로, 이는 상당히 취약하다”며 “무역 휴전이 두달 연장됐지만 1년 후를 내다보면 경제 분야를 포함해 양국 관계에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진핑이 미국을 향해 ‘대만 독립 반대’라는 구체적인 요구를 명시했다는 점에서 중국의 입장이 보다 강경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할 경우 미·중 관계의 중대한 마찰 요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된 국빈만찬에 나란히 입장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선거를 앞두고 마땅한 카드가 없는 트럼프가 희토류라는 막강한 협상 카드를 가진 시진핑과 협상을 벌인 것 자체가 일종의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마크 몽고메리 전 해군 제독은 미 싱크탱크 FDD 행사에서 “트럼프는 자신이 약한 패를 쥐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는 100% 확신하지 못하겠지만, 시 주석이 트럼프의 패가 약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은 100% 확실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