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가족들이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눌 때 빠지지 않는 주제가 건강입니다. 특히 건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제가 바로 사망 원인 1위인 암입니다. 전 생애에 걸쳐 내 건강을 위협하는 불청객이자 최대 관심사이기도 합니다. 중앙일보가 서울아산병원 의료진 도움말을 받아 국가 검진이 이뤄지는 5개 암(위·대장·간·유방·자궁경부)의 예방·치료법 등을 연재합니다. 네 번째는 김지선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가 말하는 유방암입니다.
47세 여성 박씨는 어느 날 샤워 도중 유방에서 작은 멍울이 만져지는 것을 느꼈다. 단단하긴 했지만 별다른 통증이 없어 며칠 지나면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다. 며칠 뒤에도 멍울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주변에서 “아프지 않으면 괜찮다”는 말을 자주 들었고, 아직 젊다고 생각해 병원을 찾지 않았다.
몇 달 후 건강검진을 받으러 동네 병원을 찾은 박 씨는 “젊은 연령대에서도 유방암이 적지 않다”는 의료진의 설명을 듣고 유방촬영술을 받기로 했다. 검사 결과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고, 추가 검사에서 유방암 3기로 진단받았다.
유방암은 갑상선암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여성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으로, 환자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대장암, 폐암, 위암 등 다른 암종과 비교하면 40대 이하 젊은 층에서 발생률이 뚜렷하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는 서구와는 다른 양상으로, 한국에서는 젊은 여성의 유방암이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다행히 정기검진의 확산으로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경우가 늘고 치료 약제와 방사선 치료, 수술 기법이 발전하면서 조기 유방암의 치료 성적은 크게 향상됐다. 실제로 유방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1기 96.6%, 2기 91.8%로, 다른 암에 비해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다만 유방암은 재발 위험이 20년 이상 장기간 지속된다는 특징이 있다. 재발하면 2년 생존율이 55.7%, 5년 생존율이 31.6%로 급격히 낮아지기 때문에 치료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조기 유방암 환자의 초음파 검사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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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은 왜 발생할까
우리나라 여성의 유방암은 서구에 비해 비교적 젊은 연령대인 40대에서 발생률이 가장 높다. 유방암 발생에는 크게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더 많다.
경제 수준의 향상은 유방암 증가와 관련이 있다. 유방암은 선진국에서 많이 발생하는 암으로, 미국이나 유럽은 물론 일본, 싱가포르처럼 국민 소득이 높은 나라에서 발생률이 높다. 국민 소득이 증가하면서 체형과 식생활이 달라지고 출산율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초경 연령은 1970년대 14.4세에서 2010년 12.0세로 빨라졌다. 이른 초경은 식습관이나 과체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비만은 폐경 후 여성의 유방암 발생 위험 증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전적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유전성 유방암 관련 유전자인 BRCA1, BRCA2에 돌연변이가 생겨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면 평생 유방암과 난소암이 발병할 가능성이 각각 60~80%, 20~40% 정도로 높아진다. 이 외에도 다양한 유전자가 유방암 발병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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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엔 대부분 무증상
유방암 초기에는 대부분 아무런 증상이 없다. 하지만 어느 정도 진행되면 유방에 멍울이 만져질 수 있다. 이는 유방암의 흔한 증상 중 하나다.
유방에 멍울이 만져진다면 우선 전문가와 상담할 필요가 있다. 갑자기 새로 생겼거나 잘 움직이지 않고 고정된 멍울이라면 악성일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반대편 유방의 같은 부위와 비교해 만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호르몬 변화에 따라 유방 조직이 다르게 만져질 수 있기 때문에 자가검진은 매월 월경이 끝난 후 3~5일쯤에 하는 것을 권장한다.
유두 분비물도 주의해야 할 증상이다. 한쪽 유두에서만 나오거나 피가 섞인 분비물이라면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피부가 붉어지거나 습진이 생기는 등의 변화, 갑작스러운 유두 함몰, 겨드랑이 멍울도 유방암의 증상 중 하나다. 유방의 멍울 때문에 유두가 함몰되거나 피부가 안쪽으로 끌려 들어가 움푹 팬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피부 부종으로 표면이 오렌지 껍질처럼 변하거나 유두·유륜에 습진과 비슷한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
유방암이 매우 심하게 진행되면 유방 피부가 움푹 패거나 빨갛게 부어오르고, 통증과 열감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이를 염증성 유방암이라고 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병이 매우 빠르게 진행하며 예후가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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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조기 발견하려면
유방암을 조기에 발견하려면 자가검진과 정기적인 암 검진이 중요하다. 한국유방암학회의 연령별 검진 권고안에 따르면 30세 이후에는 매월 유방 자가검진을 시작하고, 35세 이후에는 2년 간격으로 의사의 진찰을 받도록 권고한다. 40세 이후에는 1~2년 간격으로 진찰과 유방촬영술을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검진 시기는 유방의 부종이 가장 적은 월경이 끝난 후 3~5일쯤이 좋다.
사람마다 유방 조직이 만져지는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매월 규칙적으로 자가검진을 해 변화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가검진은 거울로 유방의 모습을 살펴보고, 서거나 앉거나 누운 자세에서 손으로 만져보는 방식으로 한다. 자세를 바꿔가며 유방 전체를 꼼꼼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유방암 자가진단법
유방암 진단에는 임상 진찰, 영상 검사, 조직 검사 등 세 가지 검사가 중요하다. 유방촬영술은 유방암 검진의 가장 기본적인 검사로, 미세 석회화를 확인하는 데 가장 유용하다. 유방암과 관련된 미세 석회화는 초음파나 MRI에서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어 검진 시 유방촬영술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한국 여성에게는 치밀 유방이 흔하다. 치밀 유방도 유방암의 위험 요인 중 하나로, 이 경우 유방 초음파 검사가 도움이 된다. 고위험군은 필요에 따라 MRI 검사를 받기도 한다. 영상 검사 이후 필요하면 조직 검사를 통해 유방암을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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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법은
유방암 치료는 국소 치료와 전신 치료로 나뉜다. 국소 치료에는 수술과 방사선 치료가 있고, 전신 치료에는 항암 치료, 표적 치료, 항호르몬 치료가 있다.
수술은 유방 전체를 절제하는 유방 절제술과 유방을 보존하는 유방 보존술로 나뉜다. 과거에는 유방 절제술을 주로 시행했지만, 조기검진으로 크기가 작은 암을 발견하고 수술 전 항암 치료로 종양 크기를 줄일 수 있게 되면서 최근에는 환자의 3분의 2 정도가 유방 보존술을 받고 있다.
유방 보존술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 주변 유방 조직이나 피부, 근육을 이용해 절제 부위의 모양을 복원하는 종양성형 수술도 많이 시행된다. 이에 따라 예전에는 부분 절제가 어려웠던 큰 종양이 있는 환자도 부분 절제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 3D 기술을 이용한 유방 부분 절제술도 시행되고 있다. MRI 촬영 때와 수술 때의 자세 차이로 암의 위치나 모양이 달라지는 경우, 또는 수술 전 항암 치료로 암이 사라져 위치를 표시하기 어려운 경우에 3D 기술이 도움이 된다.
절제와 동시에 유방을 복원하는 동시 복원 수술도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 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최근에는 전절제가 필요한 유방암 환자의 70%가 동시 복원 수술을 받고 있다. 피부나 유두를 보존하는 방법, 로봇을 이용한 수술 등 다양한 방식이 도입되면서 치료와 삶의 질을 함께 고려한 수술이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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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예방하는 생활습관
아직 유방암을 예방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없다. 하지만 운동과 식습관 조절로 유방암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꾸준히 운동하면 에스트로겐이 적게 생성되고 복부에 지방이 덜 쌓이며 인슐린 수치도 낮아져 유방암 발병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에어로빅, 등산 등 자신이 좋아하는 유산소 운동을 하루 30분씩 일주일에 3~4일 정도 하는 것을 추천한다.
에스트로겐의 작용을 줄이는 식습관도 중요하다. 동물성 지방이나 오메가-6 지방 대신 오메가-3 지방을 섭취하는 것을 권장한다. 황록색 채소, 과일, 콩, 곡물 등 섬유질이 많은 식품의 섭취를 늘리는 것도 좋다. 당을 과도하게 섭취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당 흡수가 늘면 이를 대사하는 데 필요한 인슐린이 더 많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인슐린이 많이 분비되면 에스트로겐 수용체와의 상호작용이 활발해져 유방암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특정 식품이나 영양소를 섭취하면 유방암 발병 위험을 유의하게 낮출 수 있다는 주장에는 아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개인의 건강 상태와 기저질환을 고려해 식단을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대한 정보와 광고에 현혹돼 무분별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당뇨병, 고지혈증 등 치료나 관리가 필요한 질환을 진단받았다면 의사의 처방에 따라 성실히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암 발생을 예방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앞서 설명했듯 1~2년 간격으로 꾸준히 정기검진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조기 유방암은 치료 성적이 매우 좋기 때문에 조기 발견은 예방에 버금가는 효율적인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