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부산 지하철 ‘피아노 소리’ 기적…365만명 계단 올라 5억 기부

중앙일보

2026.09.25 14:00 2026.09.25 14:25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지난 18일 오전 시민들이 부산지하철 2호선 경성대부경대역에 설치된 건강기부계단을 오르고 있다. 송봉근 객원기자

지난 18일 오전 시민들이 부산지하철 2호선 경성대부경대역에 설치된 건강기부계단을 오르고 있다. 송봉근 객원기자

“계단을 오를 때 나는 피아노 소리를 들으면 ‘좋은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생각에 뿌듯해져요.” 지난 21일 부산도시철도 2호선 경성대ㆍ부경대역에서 만난 직장인 송현지(37)씨가 지하철 계단을 오르며 이같이 말했다. 근처 어학원에서 일본어를 가르치는 송씨는 매일 이 계단을 통해 출퇴근한다고 한다.

이 역사의 계단은 26칸이다. 송씨가 발을 내디딜 때마다 계단에선 초록 불빛과 함께 피아노 건반 소리가 울렸다. 계단에 설치된 센서는 이곳을 오가는 사람의 수를 센다. 한 명이 이용할 때마다 10원이 적립되며, 적립된 돈은 취약계층에게 기부된다.


━
한 사람 걸으면 10원, '1호' 계단서 250만명 참여

26일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이 계단은 공사와 BNK부산은행이 2016년 6월 설치한 부산의 ‘1호’ 건강기부계단이다. 부산교통공사는 계단 공간과 시설을 제공하고, 시민이 계단을 걸은 만큼 후원사가 기부(연간 최대 2000만원)하는 구조다. 10년간 이 계단을 오르내린 이용자는 250만4150명이다. BNK부산은행이 2017년부터 낸 기부금은 1억8000만원에 이른다.

부산에서는 경성대ㆍ부경대역을 시작으로 남포역과 사직역 등에도 건강기부계단이 조성됐다. 이들 역에서는 후원사와의 협약이 끝나 운영을 종료했지만, 부산교통공사는 기존 시설을 활용하거나 새 계단을 만들며 사업을 이어왔다.
부산역에 설치된 건강기부계단. 사진 부산교통공사

부산역에 설치된 건강기부계단. 사진 부산교통공사


지난해 9월에는 BNK부산은행이 후원하는 부산역 건강기부계단이, 지난달에는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후원하는 사상역 건강기부계단이 각각 조성됐다. 현재 운영 중인 곳은 경성대ㆍ부경대역과 부산역, 사상역 등 3이다.


━
10년간 4억9500만원 기부

부산교통공사 집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건강기부계단을 오르내린 시민은 약 356만명이며, 이를 통해 모두 4억9500만원이 기부됐다. 기부금 사용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부산교통공사, 후원사가 매년 협의해 정한다. 전체 기부액 가운데 2억3500만원은 질병이나 장애로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아동 91명의 치료비와 병간호비 등 지원에 쓰였다.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아동 49가정에는 집수리비와 임대보증금 9000만원을 지원했다. 경제적 위기에 놓인 아동 16명에게는 돌봄 생계비와 긴급지원비 7500만원을 전달했고, 지역아동센터와 양육시설 7곳에는 학습비와 교육 물품 구매비 등 9000만원을 지원했다.

부산교통공사는 인제대 백병원을 포함해 지역 대학병원에서 경제적 이유로 치료받기 어려운 산모와 아동을 지원하는 데 기부계단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기존 협약을 이어가거나 확대하고, 새로운 후원 기관도 발굴해 도시철도 공간을 활용한 사회공헌 사업을 다각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민주([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