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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섬 1승8패...팀매치플레이에선 동네북 되는 셰플러

중앙일보

2026.09.25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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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티 셰플러. AFP=연합뉴스

스코티 셰플러. AFP=연합뉴스

볼은 컵을 훑고 나왔다.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의 표정이 확 어두워졌다. 26일(한국시간) 미국 시카고 교외 메디나 골프장에서 벌어진 프레지던츠컵 둘째날 포섬 제1경기 마지막 홀에서다. 셰플러-샘 번스 조가 이 경기에 패하면서 2023년 5월부터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한 번도 내주지 않은 새로운 골프황제는 프레지던츠컵, 라이더컵 통산 포섬 매치 전적이 1승8패가 됐다.

셰플러는 팀 매치플레이에만 나가면 작아진다. 라이더컵 성적은 3승3무6패, 프레지던츠컵은 4승1무6패다. 합산하면 7승4무12패, 이 정도면 골프 황제가 아니라 동네북이다.

특히 포섬은 심각하다. 이날 셰플러와 짝을 이룬 번스는 랭킹 8위다. 반면 상대 코너스는 랭킹 55위, 테일러는 85위다. 필승조로 나간 셰플러는 인터내셔널팀의 ‘버리는 카드’에 졌다.

2023년 로마 라이더컵에서부터 충격이 컸다. 셰플러는 미국팀의 에이스로 브룩스 켑카와 함께 포섬에 나서 유럽의 루드비그 오베리-빅토르 호블란 조에 9홀 차로 졌다. 18홀 매치로는 라이더컵 역사상 가장 큰 점수 차 패배였다. 경기 뒤 셰플러는 눈물을 쏟았다. 그 트라우마 때문일까, 지난해 베스페이지 라이더컵에서는 첫 네 경기를 모두 져, 라이더컵 역사상 처음으로 첫 네 세션을 전패한 세계 1위가 됐다.

왜 셰플러는 팀 매치에 약할까. 여러 가지 분석이 있다. 주로 성격 탓이지만 골프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첫째, 매치플레이는 셰플러의 가장 큰 무기를 무디게 한다. 셰플러가 세계 1위인 비결은 실수를 안 한다는 데 있다. 보기를 하지 않는다. 스트로크 대회에서는 이게 매우 중요하다. 남들이 한 번 더블보기를 할 때 파를 지키면 그 두 타가 나흘 내내 남는다. 매치플레이에서는 더블보기를 해도 그 홀 하나만 내주면 끝이다. 대참사의 대가가 ‘한 홀’로 제한된다. 대신 버디가 홀을 딴다. 잃을 게 없는 약팀은 핀을 보고 쏘고, 한두 번만 들어가면 된다. 실수를 줄이는 사람보다 버디를 몰아치는 사람이 유리한 게임, 그게 매치플레이다.

둘째, 포섬은 셰플러의 장점은 반으로 줄이고 약점은 드러낸다. 셰플러의 강점은 티샷부터 그린까지의 샷이다. 그런데 포섬에서는 그 샷을 절반만 친다. 나머지 절반은 동료가 친다. 세계 1위의 샷이 10위의 샷과 섞이면 물타기가 된다. 반면 매치의 승부는 결국 홀을 지키는 2~3m 퍼트에서 갈린다. 셰플러는 볼 스트라이킹은 역대급이지만, 한때 퍼트는 투어 평균에도 못 미쳤다. 로마 라이더컵이 열린 2023년이 바로 그랬다. 샷이 반으로 줄고 퍼트가 승부를 가르는 포섬은 셰플러에게 가장 불리한 형식이다.

셋째, 셰플러는 상대가 아니라 코스와 싸우는 선수다. 셰플러의 골프는 루틴의 골프다. 매 샷 같은 준비, 같은 리듬으로 자기 경기를 쌓는다. 포섬에서는 두 번에 한 번만 친다. 동료가 친 공이 어디에 떨어지느냐에 따라 내 샷이 결정된다. 긴 기다림 끝에 동료가 남긴 러프나 벙커에서 공을 쳐야 한다. 자기 리듬으로 경기를 지배하던 선수가 남의 리듬에 맞춰야 하는 셈이다.

게다가 매치플레이는 상대를 봐야 한다. 상대가 버디를 하면 나도 버디를 해야 하고, 상대가 흔들리면 안전하게 가야 한다. “나는 내 경기만 한다”는 셰플러의 철학은 스트로크 대회에서는 최고의 무기지만, 매치에서는 상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약점이 될 수 있다.

셰플러 이전에 같은 질문을 받은 선수가 있다. 타이거 우즈다. 우즈는 라이더컵에 8번 나가 13승 21패 3무를 기록했다. 메이저 15승 선수의 성적이라고 믿기 어렵다.

우즈에 대해서도 비슷한 분석이 있었다. 실수 없는 골프로 스트로크 대회를 지배한 황제의 장점이 매치에서는 희석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동료들이 우즈를 너무 어려워해 제 실력을 못 냈다는 설도 더해졌다.

물론 셰플러의 팀매치 대회는 아직 많이 남았다. 만회할 수도 있지만 더 깊은 수렁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성호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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