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자 1개의 무게는 3.5㎍(마이크로그램)이다. 5000만 달러(약 690억원) 현금의 무게는 2.5t이다. 징톈은 전화로 나에게 후자(5000만 달러)를 요구했고, 전자(난자 1개)를 담보로 내걸었다. "
중국 암호화폐 기업 트론 창업자 쑨위천(오른쪽)과 중국 유명 여배우 징톈. SNS 캡처
지난달 27일 중국 블록체인 기업 트론의 창업자 쑨위천(孫宇晨)은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이렇게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쑨위천과 중국 유명 여배우 징톈(景甜)간 막장 소송전이 대중에 알려지는 순간이었다.
쑨위천은 ‘나의 여자친구 징톈(我的女友景甜)’이란 제목으로 올린 이 글에서 지난 2007년 드라마를 통해 징톈을 처음 본 뒤 오랫동안 짝사랑해 왔으며, 2023년 지인의 소개로 만나 연인으로 발전했다고 주장했다. 쑨위천은 올해 초 징톈에게 청혼했고, 이후 징톈의 부모에게 3000만 위안(약 61억원)을 결혼 지참금 명목으로 보냈다고도 했다.
지난달 27일 블록체인 기업 트론(Tron)의 창업자 쑨위천이 X에 올린 '나의 여자친구 징톈(我的女友景甜)' 이란 제목의 글. 징톈과 교제하고 결혼을 논의하다가 금전 분쟁으로 소송에 이르게 됐다는 주장이 담겼다. X 캡처
하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아이를 갖기 위한 절차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징톈과 관계가 틀어졌다. 징톈의 제안으로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출산하기로 했는데, 징톈이 갑자기 자신의 난자를 제공하는 비용으로 5000만 달러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의 조언을 듣고 이를 거절하자 징톈이 연락을 끊었으며, 징톈 가족에 준 3000만 위안을 돌려받아야겠다는 게 쑨위천의 주장이다.
실제로 양측은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음을 인정했다. 쑨위천의 변호인 장치화이는 징톈 측을 상대로 제기한 3000만 위안 반환 청구 소송을 법원이 접수했다고 밝혔다. 징톈 역시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사람 보는 눈이 없었지만, 사랑이나 영혼을 돈과 바꾸지 않는다”며 “법과 정의를 믿는다”고 밝혔다.
지난 2024년 11월 쑨위천이 벽에 바나나를 테이프로 붙인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을 620만 달러(약 86억원)에 산 뒤 홍콩 경매장에서 곧바로 해당 작품(바나나)을 먹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번 사건은 쑨위천과 징톈의 유명세로 인해 더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추산한 재산만 85억 달러(약 12조원)인 쑨위천은 2024년 11월 벽에 바나나를 테이프로 붙인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을 620만 달러(약 86억원)에 산 뒤 바나나를 먹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8월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블루오리진 우주비행을 다녀오면서는 2800만 달러(약 380억원)의 자선 경매금액을 냈다.
중국 유명 여배우 징톈. 바이두바이커 캡처
중국 내에선 징톈이 더 유명하다. 오랫동안 중국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동해온 유명 배우인 그는 ‘그레이트 월’ ‘콩: 스컬 아일랜드’ ‘퍼시픽 림: 업라이징’ 등 할리우드 영화에도 출연하며 해외에서도 이름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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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려면 지참금 3000만원?…공혼족 만드는 ‘차이리’
지난 2022년 중국 랴오닝성 선양의 한 결혼등기소에서 혼인신고를 한 뒤 결혼증을 받은 신혼부부가 입을 맞추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국 차이리(彩禮·결혼지참금) 문화도 다시 조명되고 있다. 차이리는 중국의 결혼 풍습으로 신랑 측이 결혼 전에 신부 측에 지불하는 돈이다. 신부에 대한 몸값을 주는 악습이란 비판과 함께, 높은 금액으로 인해 결혼을 기피하는 공혼족(恐婚族)을 만드는 요인이란 지적이 일어왔다.
실제로 지난 2024년 우한대학에 따르면 중국 내 평균 차이리 금액은 14만 위안(약 2900만원)에 달했다. 2008년만 해도 1~2만 위안(약 200만∼400만원) 수준이었다. 차이리로 인한 파혼이나 법적 분쟁도 잦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정부는 2021년 민법을 개정해 ‘혼인을 통해 재산을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2024년 2월엔 결혼 예물금의 인정 범위와 반환 원칙도 구체적으로 세웠다. 쑨위천 사례는 그럼에도 중국 내에서 차이리 문화가 여전하다는 점을 드러낸 셈이다.
지난해 8월 블루오리진의 우주비행에 다녀온 쑨위천. 사진 블루오리진
이와 별도로 쑨위천의 글에 대한 논란도 만만치 않다. 돈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두 사람 간의 대화와 신체·생식 관련 정보를 적나라하게 공개했기 때문이다. 내용이 허위라면 명예훼손, 사실이라 해도 사생활과 인격권 침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쑨위천은 글 말미에 “이 글은 전적으로 허구이며, 실제와 비슷하다면 우연”이라고 적었다. 글을 올린 이틀 뒤엔 두 사람 사이의 문제는 일반적인 민사 분쟁이라며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글을 삭제하거나 관련 주장을 철회하지는 않았다.